“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으라고 기용하는 선수다. 골을 넣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더 이상 뭘 바라나?” “축구에서는 주워먹든 환상적인 발리로 넣든 모두 1점이다. 발로 넣든 등으로 넣든 엉덩이로 넣든 일단
넣기만 하면 다 똑같은 골인 것이다”- 마리오 켐페스, 아르헨티나,
78년 월드컵 득점왕
1. 이동국 죽이기
해도 너무하다. 이쯤되면 비판이 아니라 이지메다. 새디즘의 징후마저 느껴진다. 말과 글로 학대함으로써 쾌감을
얻는 모양이다. 그의 곱상한 외모가 그 쾌감을 배가시켜 주는 것일까. 하필 그가 선택된 것을 보면 이 같은 허무맹랑한 가정도 완전한 허구는 아닌
것 같다.
이동국. 그를 비방하는 사람들은 그가 골을 넣으면 ‘주워먹었다’라고 말한다. 거 참 재미있다. ‘골을 넣었다’,
‘득점했다’라는 일반적인 표현을 놔두고 왜 꼭 주워먹는다는 표현을 쓸까. 골문 앞에서 얼쩡거리기만 한다고? 글쎄. 경기장에
가서 봐도 그럴까? 적어도 한국에서, 골문 앞에서 얼쩡거리기만 하는 공격수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보는 게 옳다. 그렇게 내버려두는 풍토가 아니니까. 다시 묻자. 그렇다면 골문 앞에서 얼쩡거리는 것은 잘못인가? TV를 보면 알겠지만 난다 하는 유럽의 공격수들, 수비 가담 거의 않는다. 공격이 끊겼을 때 1차 저지선으로 역습 속도를 늦추는 역할만
할 뿐이다. 수세 때도 스트라이커는 수비 진영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팀 사정에 따라
골문 앞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미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동국은
‘감히’ 골문 앞에서만 얼쩡거리는 재주도 없는 선수지만.
이동국을 비난하는 주된 의견에 대한 반론은 아래에 적겠지만, 사실 그
중 적지 않은
수는 편견과 증오에 근거한 야유에 다름아니다. 편견이 옳다는 전제 하에서만 합당한 비판이 될 수 있는 이 야유들은 언뜻 보면 이동국 개인에
대한 이유없는 증오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동국이 싫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그 이유를 찾아내는 식의 비난이
많다는 말이다. 이렇다보니, 언뜻,
'무뇌충'으로 불리는 문희준에 대한 이지메가 연상될 정도다. (농담이 아니라, 두 인물에 대한 비난에는 유사한 구석이 많다. 이를테면 경기장에
가보지도 않고 '이동국은 안 뛰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문희준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고 '문희준은 롹커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 이 광기어린
비난 행진을 '이동국 죽이기'라 이름 붙인다해도 과장이 아닌 이유다. 물론, 이동국이
단연 빼어난 선수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의 결점이 적다며 무조건 옹호하려는
무리수를 감행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동국에게만 집중되는 야유만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이지메가 계속된다면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 조차 부담일 수 있다. 쓸만한 선수를
그런 식으로 잃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2. 팬덤의 부작용 - 미디어의
부화뇌동
좋다. 일반 팬들, 그러니까 네티즌들의 불만이야 이해할 수 있다. 슛은 많이 하는데 골이 들어가지 않으니 성질 급한
한국사람, 짜증날 수 있다. 그래서 그 선수가 미워보이고 인터넷에 막말을 쏟아내는 걸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거, 이해 못할 일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그 선에서 끝나지 않는데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기자들이 빌리는 머리가 전문가에서 네티즌으로 바뀌면서 팬들의
목소리가 갖는 힘이 지나치게 커졌다. 축구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팬들의 선호에 따라 배역을 바꾸거나 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연기나
노래처럼 대중이 각자 취향에 따라 능력을 평가하고 선택할 수는 없다. 축구는
정치도 아니다. 여론의 향배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평안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 기사는 영화이고 드라마다. 그리고 정치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기사를 싣고, 때로는 앞질러 나가 선호할 것 같은 기사를 게재한다. 여론의 향배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에 거스르지 않는 기사를
펴낸다. 예전과 달리 ‘민심’과 ‘여론’을 파악하기도 쉬워졌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을 수집해 정리하면 끝이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정돈된 기사는 독자들의 편견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전문가나 축구인들이 보는 것과 다른 시각이 정론이 되고 대세가 된다. 게시판과
인터넷 언론의 지면을 거쳐, 이동국은 어느새 홈런볼만 날리는 수준 미달의 공격수로 전락하고 만다.
3. 이동국, 정녕 함량
미달인가?
이동국. 적잖은 축구팬들이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공격수다. 하지만 역대 대표팀 지도자들은 모두가 그를 중용했다. 월드컵
때는 포지션 경쟁에서 황선홍-안정환에 밀려 막판에 엔트리에서 탈락했지만 그 히딩크 감독 조차도 끝까지 이동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몇몇
팬들이 말하듯 이동국이 그렇게 함량 미달의 선수라면 뛰어난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그를 인정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한때
이동국보다 더 심한 이지메를 당했던 황선홍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수많은 감독이 대표팀을 거쳐갔지만 단 한번도
빠짐없이 부름을 받은 공격수는 황선홍 선수가 유일했다. 내외국인 감독을 가릴 것 없었고 심지어는 올림픽 와일드 카드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황선홍과 이동국의 기량이 같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선수라면 일반 팬들이 섣부르게 능력없다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다.
4. 몰디브戰의 이동국, 욕 먹을만하다?
이동국이 몰디브전에서 12번의 슈팅을 기록했다 한다.
한국팀의 이날 슈팅 숫자가 33번이니 1/3을 살짝 넘는 개수다. 공격수가 팀 공격의 마무리격인 슈팅을 33% 이상 해냈으니 제 몫은 충분히
해낸 것 같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별로 없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이동국이 12번의 슈팅 가운데 단 한골만 뽑아낸 것이
이른바 ‘비판론자’들이 혀를 차는 대목이다. 자, 이날 한국은 승리만 거두면 됐다. 공 못차는 가운데나라 처럼 많이 넣을수록 유리한 경기가
아니었다. 그 경기서 한 골을 넣었고 이것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이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바라는 게 뭔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고작 2-0으로 승리한 것은 분명 성에 차지 않는 결과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왜 이동국 혼자 뒤집어써야 하나. 슈팅 성공률이 9%도
되지 않아서? 그렇다면 골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슛도 하지 말아야 하나? 야구에서처럼 타율 관리를 위해 노마크 찬스가 아니면 슛을 아껴야
하는걸까?
축구는 야구가 아니다. 노리는 공을 기다리는 종목이 아니다. 득점 가능지역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선수의 능력이다. 헛스윙과 빗나간 슛을 등가로 보는 시각은 곤란하다. 왜 놓친 것에만 집중하나. 승부를 엎은 실수가 아니라면 잡은 것만 보아도
충분하다. 실수에 대한 복기는 그 후에 좋은 말로 해도 될 일이다. 야구 이야기 나온 김에 몇마디 덧붙이면, 홈런왕에게 삼진 기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홈런왕은 홈런 개수로 기억되지 삼진 개수로 기억되지 않는다. 두드려야 열리는 법이다. 많이 두드리는 것도 능력이다. 12번
두드려 1번 열어제친 사람은 그 한번으로 기억되야 한다. 11번의 실패로 남아서는 안된다.
더욱이 이날 이동국의 슛은 하나같이
골대를 근사치로 벗어나는 좋은 시도였다. 그래도 비난을 해야겠다면 - 승리한 팀 선수들에게 ‘비판’이 아닌 ‘비난’은 곤란하지만 그래도 꼭
공격수로서의 역량을 비난해야 겠다면 - 그것은 이동국이 아니라 오히려 J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동국이 12번이나 슛 할 동안 그는 몇번이나
슛을 만들었나? 공격수에게 슛은 낭비가 아니라 성과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그 많은 성과를 거둬낸 것은 분명 유능함의 증거다. 이동국의 득점
때도 기회는 J에게 먼저 있었다. 그가 놓친 볼을 이동국이 마무리한 것 모두가 보았을 것이다. J를 비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동국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지나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이다.
5. 대안 없는 비판은 무용지물
이동국이 무결점의
공격수냐고 비꼬고 싶어지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당연히, 아니다. 몰디브를 상대로 주전 스트라이커가 1골 터뜨린 건 잘 봐줘야 평년작이다.
그리 자랑스러울 거 없는 성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동국을 비난해야할까? 대안 없는 비판은 쓸모없다. 소모적인 배설에 불과하다. 이동국을 쓰지
말자고 주장하려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로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당연하다.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있을 테니까. 최용수나 김도훈을 거론하는 이들은 차라리 이해할만하다. 답답한 것은 ‘차라리 정조국, 박주영, 김동현과 같은 어린
선수들을 대신 쓰라’고 일갈하는 무리다. 그렇다면 당신들 말대로 A매치 경력이 전무하다시피한 이들에게 몰디브전 출전 기회를 주었어야 하나?
생각해보자. 단 한 경기가 남았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즉 득점하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다. 검증된 선수를 쓰겠는가,
신예에게 기회를 주겠는가. 게다가, 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나선 이 선수는 내보내기만 하면 거의 매 경기 골을 터뜨려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선수 대신에 대표 경력도 없는 신예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 일인가? 최종예선에 기회를 주자고? 한 경기 한 경기가 몰디브전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그 일정에 경험도 없고 검증도 안된 10대 선수를 우겨넣자고?
월드컵 예선은 CM이 아니다. 한번
기용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리로드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에이스를 내리고 무경험 신예를 기용하자고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동국이 에이스냐고? 아니라 치자. 그러면 대체 누구를 말하고 싶은가?)
6.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유명한
공격수들이 시원시원하게 골 넣는 장면이 부러운가. 그렇다면 그저 부러워하고 말 일이다. 이동국이 호나우두나 앙리, 셰브첸코와 동급일 수는 없다.
이동국이 아니라 그 어떤 한국 선수도 이들과 같은 수준의 득점력을 보여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최선책 중의 하나가 이동국이라면,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가 없어도 대표팀 전력에 전혀 누수가 없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국가대표팀이
그러한가? 주전 선수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은 결국 대표팀에 큰 타격을 주고 만다.
이동국도 분명 신문을 읽고 TV를 보고 인터넷
서핑을 할 것이다. 자신을 이지메하는 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과연 그가 그만큼 상처입을 정도로 실수를 저지르기라도 한 것인가?
언제부턴가 이동국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력하고 과감한 슈팅이 사라졌다. 체력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지나친 비난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도 오랜 세월 시달렸으니 내성이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설사 그렇다면 그건 또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이동국은 현역 대표선수 가운데
각급 대표를 거치는 동안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가장 많은 골세리머니를 펼친 선수다. 설사 실력이 바닥이라한들 그런 그가 이처럼 어이없는 비난
세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이동국에게만이 아니라 이 나라 팬덤에도 비극적인 일이 아닐까.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힘을
실어주는 게 뭐 그리 어렵나. 괜히 욕심내어 아직 보지 못한 미래에 확신 갖는 일 따위 하지 말자. 어린 선수들은 지도자들이 알아서 판단해
기용할 일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쓸만한 무기가 이동국이라면 그의 어깨를 다독거려줘야 한다. 만화와 현실은 달라서 홍반장처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구세주는 없다. 브라질이나 영국에서 우리 모르게 무럭무럭 자라버린 신동이 날아올 일도 없고 청소년급에서
잘나가던 선수가 단지 공중파 중계 몇번에 발굴돼 대표팀 주전을 꿰찰 정도로 급부상하는 일 따위는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난데없이 나타나
잉글랜드 대표팀을 구한 웨인 루니의 이야기는 축구가 '주식'인 유럽에서도 몇십년에 한번 일어날까말까 한 동화다.
지금은 우리가 가진 것을 아껴야
할 때다. 비판을 금해서는 안되지만 그것이 비난을 넘어 이지메로 이어지는 현상은 근절해야 한다. 모든 아시아인들이 부러워하는 공격수를 가졌으면서
끊임없이 불평하고, 나아가 그 선수를 쓰러뜨리려는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축구팬이라면, 안티의 목적은 한국축구가 득을 볼 수 있는
지점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은 나만의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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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R&R-FEEL 작성시간 04.11.21 전 그리고 절대로 박주영에게만 최종예선을 맡기라고 한적도 없습니다.(의견 멋대로 비약하지 마시길..)축구네티즌들이 단순히 축구지식에 대해 아는바 없고, 단지 과격하고 편파적이기만 해서.이동국만을 비난하겠습니까? 분명히 그의 움직임과 스킬에 대해서 한계를 느끼고 다들 푸념을 하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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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Del Piero[10] 작성시간 04.11.21 한마디만 더하고 그만할랍니다.. 얼마전 경질된 그 감독이 정말 사랑했던 한 선수를 생각해 보시길.. 그 선수는 주로 순간적인 턴과 반박자 빠른 슈팅을 즐겨 사용하지요. 그리고 결과도 한번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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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vement 작성시간 04.11.21 물론 박주영에게만 이라는 말은없지만 최소한 박주영을 지금시기에 투입하자는 말은 하셧죠 그말이 저에게는 근몇년동안의 한국축구의 운명을 이동국보단 박주영에게 맡기자는 말같이 들렷습니다(물론 박주영선수 충분히 그럴수있는선수라고 봅니다만 아직은 이르죠)물론 그런의도가아니었으면 제가 죄송한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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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21&15...[The Man] 작성시간 04.11.21 머....... 과거부터 국대얘기를 주제로 종종 글을 올리기도 했던 저이지만... 그때마다 제가 강조했던 것이 "국대는 유망주를 육성해주는 클럽이 아니다. 국대는 현시점에서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감독의 선발을 통해 뛰는 것이다"... 입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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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nd 1 작성시간 04.11.25 아 씨발. 12개중에 슛 쏴서 한골도 못넣엇으면 무슨 욕하려고 그래? 이게 무슨 핸드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