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非스포츠 게시판

군생활때 행보관 어땠나요?

작성자theo|작성시간09.03.12|조회수1,823 목록 댓글 30

 

 

 

 일명 행보관, 정식명칭(?)은 행정보급관.

 

 제가 있을땐 그랬는데, 부대마다 다른건지 아님 시기마다 다른건지 인사계, 행정관 등으로 부르시는 분들도 많더군요.

 

 

 

 혹시 군에 안 다녀오신분들을 위해 설명을 좀 하자면.

 

 각 중대마다 한분씩 계신 상사 계급의 분들을 이야기합니다. 주로 하시는 업무는 중대에 각종 물자 보급, 생활에 필요한 부분 지원 등입니다. 중대장이 중대의 모든 군사업무를 담당한다면, 행보관은 그 군사업무를 시행하기 위한 모든 물품 및 생활 기자제등의 보급을 담당하시죠. (제가 겪은바론 그렇더군요)

 

 그래서 중대장급이 병사들의 아버지, 행보관들이 병사들의 어머니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 행정 보급관들은 상사 계급이다보니, 계급상으론 소위 보다도 낮지만. 하사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사를 거쳐 상사가 되신 분들이니만큼 보통 1~20년은 군생활을 하신분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소위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중위나 대위도 (직위상으론 하위지만) 거의 동급으로 대우를 해줍니다.

 

 그만큼 짬밥이 되다보니, 어지간한 소위-소대장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말년 병장들도 행보관들 앞에선 꼼짝 못하고 벌벌 떠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고요. 그렇다보니 안좋은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제가 행보관을 처음으로 접한건, 자대배치 받고 며칠 있다가 신병들 각각 개인면담을 하시더군요.

 

 그때 대충 하신 말씀이.

 

 군대 예전하고 다르다. 병장 씨불넘들이 깝싸면 나한테 얘기해라. 내가 개박살을 내줄텡께. 편한곳이라 하긴 힘들지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열심히 생활하면 즐겁게 지낼수 있을꺼다. 생활하면서 불평 불만, 힘든거 있으면 나한테 직접 다 얘기해라.

 

 뭐 이런거였습니다. 신병들한테 (거친 외모와 두려울정도의 등빨에도 불구하고) 너무 따스하게 대해주시고, 잘해주셔서 참 좋더군요.

 

 그 이후로도 계속 신병들은 위해주셨고, 반대로 병장들은 수시로 박살을 내주시더군요.

 

 

 짬밥안되는 소대장들이 정당한 명령을 내려도, 짬밥으로 개무시하던 병장들이.

 

 행정보급관이 내리는 불합리한 명령에도 벌벌 기면서 따르는게 참 재미났었죠.

 

 

 예를들어, 사격 후 소총 분해 청소(?)라는 당연한 명령을 소대장이 내리면 하는척 하다가 px로 튑니다. 당연하게 나가야 되는 교육훈련에도 갑자기 심각하게 졸리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무반에 처박혀 자는게 병장들이죠.

 

 반대로 누구나 편히 쉴수 있는 휴일이고, 전 중대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거 하면서 널부러져 있을때도, 누워있는 병장만 골라서 뒷통수 후려 갈겨가면서 깨우는건 행보관이죠. 당직 근무 서고 아침 먹고 교육훈련 나가는거 보고 이제 잘려고 눕는데도 "이런 게을러 터진 색히가 언제까지 퍼질러 잘생각이야!" 하면서 9시에 깨워서 교육훈련 쫓아보내는것도 행보관만이 할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정작 제가 병장이 되어보니 겉으로만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더군요.

 

 물론 여전히 병장만 괴롭히고, 신병들에겐 천사의 미소를 지어주시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짬이차면서, 병장이 되면서, 분대장이 되면서, 중대본부에 자주 있고, 당직 근무를 서면서 행보관과 직접 마주대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다른면이 보이더군요.

 

 예를들어, 소대장 추천 휴가로 일병이 올라옵니다. 행보관이 옆에서 슥 보더니 궁시렁거립니다.

 

 "근데, 그 소대에 XX병장 내가 일시켜서 고생 좀 했었는데"

 

 소대장은 절대 행보관 말 무시 못합니다. 어찌해라 안그러고 옆에서 저렇게만 이야기해도 휴가 추천자는 병장으로 바뀝니다.

 

 

 제가 당직 근무를 선 다음날이 하필이면 전투장비지휘검열 당일이였던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검열 당일날은 미친듯이 바쁘고 정신 하나도 없습니다. 차마 그 꼴을 보고 그냥 잘수가 없어서, 검열 끝날때까지 잠 안자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끝까지 일 돕다가 일과 끝나고 정리 까지 끝나는거 보고서야 그때 잤습니다.

 

 머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어느새 포상휴가가 하나 떨어지더군요.

 

 

 각소대 부소대장들은 하사 아니면 중사입니다. 어느날 당직 서고 있는데 행보관이 저녁에 얼큰하게 술한잔 하고 와선 부소대장들 집합 시키더군요. 머 어쩌고 저쩌고 욕설 섞인 잔소리를 한참 하시더니.

 

 "야, 너희 분대장들 좀 신경써, 짬밥 안되는것들은 소대장들이 신경 많이 써주니, 니들은 분대장들 데리고 주말에 나가서 소주도 한잔씩 하고 하란 말야" 그러면서 몇만원씩 찔러주더군요.

 

 전 그때까지 우리 부소대장이 사람이 좋아서, 아니면 절 좋아해서 -_- 맨날 데리고 나가는줄로만 알았습니다.

 

 

 

 

 저희 행정보급관은, 여전히 중대 사람들 많은곳, 사람들이 보는곳 앞에선 일이등병들을 위합니다. 역시 사람들 보는 앞에선 병장은 개갈구고요.

 

 하지만 알고보니, 실질적으로는 병장들을 더 위하는 분이더군요.

 

 

 

 

 이 분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게, 사실 일이등병들은 그렇게 군생활을 깊숙히 알지도 못하고 피상적인것 밖에 못볼정도의 시야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그랬던 시기에는 저한테 따스히 웃어주시고, 고생한다고 어깨 한번 토닥 거려주는 행정 보급관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죠.

 

 시간이 지나 군생활이 더 익숙해지고,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될때쯤에는.

 

 겉으론 쪼인트까고, 욕하고 두눈부릅뜨고 야단만 치는것 같아도. 뒤로 챙겨주는게 이미 다 보이고, 군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할만한 휴가 챙겨주는게 가장 좋더군요.

 

 

 

 다른분들은 어떤 행보관을 모셨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모셨던분은 좀 대단한분이였던것 같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Randolph_Blues | 작성시간 09.03.13 쵝오였음..땅굴 탐지 뭐 어쩌구하는 교육자료에 나오는 분 ㅋㅋ 잘은기억안나지만 사단에서 서열 4위안에 드는.. 저 산악지대 전방근무할때 몸이 안좋아서 병가를 냈는데 전날 새벽부터 출발해서 8시엔가 대대장 신고하러 TOC갔서보니 그날따라 눈이 엄청나게 오는날이었어요 우리 행보관님이 레토나 한대 해주셔서 입구까지 데려다줌.. TOC부터 입구까지 한나절은 아니구 거의 반나절인데;;
  • 작성자Charles #34 | 작성시간 09.03.13 작업은 많이 시켜도 그래도 울중대병사들 가장 많이 챙겨주고 카바쳐주고 ㅋㅋ 거의 원사 직전이라 완전 사단장 포쓰였는데 말이죠 말년에 불명예전역하셔서 안타까워요 다들 아버지처럼 생각했었는뎅
  • 작성자WhiteChoco | 작성시간 09.03.13 작업의 신;;; 정말 인정
  • 작성자허슬 플레이어 | 작성시간 09.03.13 저희 행보관도 악마였죠...ㅋ 기분나쁘면 사병들한테 이단옆차기하고 "야 이 ㄱㅅㄲ들아~"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죠. 행보관 명령으로 지뢰지대 안에 들어가 행보관 개인적으로 먹을 삼지구엽초랑 둥굴레, 칡뿌리를 캐던 기억이 나네요. GOP에서 잠깐 PX 볼 때 가라 영수증도 많이 끊어주고 이래저래 제가 도움을 많이 줬더니 저한테는 잘 대해주더군요. 그러니 역으로 작업도 더 많이 시키고...-_-;;; 분대원들한테 맨날 작업 물어온다고 욕 많이 먹었죠. 저 전역한다니까 며칠 더 있다가라고 아쉬워하더군요...ㅋㅋㅋ
  • 작성자Dunleavy Clippers | 작성시간 09.03.13 상병때까지는 행보관이 좋은 사람이었는데 병장때 부대개편으로 새로 전출간 부대에서는 부려먹기 최강! 그래도 잘해줄 때는 잘해주는 화끈한 사람...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