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전달이 되려나 모르겠지만, 되도록 있었던 사실만을 전달하도록 해볼께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굉장히 친하게 지내던 여후배가 있어요. 양 쪽 모두 굉장히 털털한 성격인터라 별 스스럼 없이 정말 친오누이처럼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둘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적잖이 취했나 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이런 저런 말들도 많이 들었고요.
그 아이가 적잖이 취해서 했던 횡설수설을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난 댁이 처음부터 좋았는데, 좋아하믄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접었는데.. 그 후로도 가끔 '좋아하나?' 란 고민이 들었는데, 아닌 것 같더라. 그런데 난 니가 좋다. 응? 야, 니가 좋아" ...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여지 없이
"월라리오, 기억이 안 나네 그려" ...입니다.
대충 감이 오시려나요. 이런 사이클이 몇 차례 반복이 되었어요.
(몇 가지 전제가 될 만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하나, 전 꽤 오래 전부터 그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둘, 그 아이에게는 꽤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오매
셋, 그 친구도 해괴망측한 친구인지 둘이 잘 해보자 해놓고 다음 날 군대를 갔다고 하더군요.)
그 후의 상황을 말씀드리면..
"난 댁을 안 좋아해. 나 전에도 한 번 술 취해서 그런 사고 친 적 있어. 댁이 이해해. 기억도 안 나고. 설령 내가 그런 소리 했더라도 그거 다 술 마시고 한 헛소리야. 근데 댁은 선배가 그러면 안되잖아. 좋아하지도 않는 애가 술 취해서 그러면 안 그래야 되는거잖여?" 라고 하더구만요.
뭔가 죄 지은 느낌이 들어서 몇 일 고민하다가, 에라 사실대로 말하고 마음이라도 좀 편해지자 라는 생각에
"사실을 말하자믄 내가 늬를 적잖이 조아라 해" 라고 했어요.
"그래, 생각해볼께" 라더군요.
.....그리곤 안된다고, 난 그 친구가 좋다고, 당신은 그냥 오래비로 남아달라고, 댁과 사랑하게 되믄 결국은 잃게 되잖아..라는 어디 어장관리 그물 뿌리는 소리 하길래, 저도 바이바이 하려고 했습니다만, 사람 마음이 그리 쉽게 접히질 않더군요.
저도 그 시점에서 이런 저런 일들이 있어놔서 멋 좀 부려보자는 생각에 '그래 사랑은 자기희생이야!' 라는 마인드로 그 녀석이 하고 싶은대로 다 해주기로 마음을 먹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최근 또 다시 서두에 말씀드린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 아이가 최근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예전 처음 술 마시고 횡설수설 하던 내용의 말들 중 몇 가지를 최근 맨정신으로 하는 겁니다.
'뭐여, 술 취해서 주정 부린거 아녀? 그 중 진심도 몇 개 섞인겨? 오리지널 어장관리는 아닌겨? 스패어인가? 모르겠구먼'
자기희생은 어디가고, 요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원래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술이 취해서 나오는 행동이 '진심'이라고 믿고 있지도 않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서도, 적잖은 경우는 단순히 이성의 끈이 끊어져서 튀 나오는 본능에 가까운 뻘짓이라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저에게 자신이 한 행동이나 말이 기억도 안 나는, 별 의미도 없었던 주사였다는 것이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믿었고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생기니 멋대로 욕심이 좀 생겨서 멋대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바램섞인 혼란이 찾아와서 여러분들에게 조언을 좀 구하고자 뻘글 올려봤습니다. 글이 무거워질 것 같아서 좀 장난스럽게 적긴 했습니다만, 정말 꽤 큰 혼란에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이 이젠 좀 지겹습니다..ㅠ ㅠ
이건 대체 뭔 상황일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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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From The Line 작성시간 11.03.02 2222222222222222222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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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woodstock0908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02 ㅠ ㅠ 있는 그대로 놔둬야 하는 걸까요. 그러게요.. 숨 좀 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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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10cm 점프 작성시간 11.03.02 뭔 상황이긴요. 그분도 님에게 마음이 있지만 고백할 용기는 없고 해서 술 취한 척 하며 고백 하는거죠. 님이 좀 강하게 당겨주시면 넘어올 것 같은데요. 다만 그분이 약간 밀당에 재능을 보이시는거 같은데 어찌어찌 잘 된 후에도 그분의 밀당스킬에 적잖이 당황하실 수 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으셔야겠네요. 어장이라면 어장안에서 가장 큰 물고기가 되어 어부를 낚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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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woodstock0908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3.02 허.. 가장 큰 물고기는 생각도 못 했네요. 흠... 낚아버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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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집으로돌아가는길은 작성시간 11.03.03 "사실을 말하자믄 내가 늬를 적잖이 조아라 해" 요말 왜이렇게 귀여운가요 ㅋㅋㅋ이 멘트로 고백하면 그냥 넘어갈것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아내취향어쩜좋아...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