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떤 분께서 올려주신 만화를 보다 문득 군생활 하던 시절이 그리워져 몇자 끄적거려봅니다..^^;
제일 위의 짤방은 많이들 보셨을듯...
2007년 2월 다큐멘터리 3일 '혹한의 GOP 그 3일간의 기록' 이라는 방송인데요..
그 아래 있는 사진에서 대대장님 뒤에 있는 사람이 접니다..^^;;
27살의 나이로 입대해서 약 1년 2개월간 페바 생활을 한뒤 10개월간 GOP 근무를 하였습니다.
방송의 주인공인 박언수 중령님은 제가 GOP 투입한지 약 2개월?3개월 후에 대대장으로 부임하셨고요..
전 대대군종병이었는데 그때부터 대대장님께서 절 순찰병 겸 상담사 겸 CP병 겸 무전병으로까지 활용(?)하셨습니다..ㅋㅋ
제 일과는 오후 10시 취침, 새벽 1시 기상, 대대장님과 도보 야간순찰, 6시~7시 사이 막사복귀, 8시정도까지 씻고, 식사하고 다시 취침, 오전 11시쯤 기상해서 대대장님과 오후일과 시작, 주간순찰, 가끔 지통실 인원 비면 땜빵 근무도 서주고, 여름엔 제초작전, 겨울엔 제설작전등등 하고 저녁먹고 농구 한겜 하면서 놀다가 청소하고 점호 받고 다시 10시 취침하고 무한반복...
하루 6시간 정도 잔다고는 하지만 3시간씩 나눠 자는거라 저 생활을 어떻게 10개월동안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특히 미친듯이 눈이라도 퍼붓는 날은 거짓말 안하고 1주일동안 하루 1시간정도씩 잔적도 있습니다;;
방송 보신분이나 50소초와 사천리중대로 대표되어지는 12사단 동측 GOP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특히 야간 도보순찰은 무척 빡쎘지요..
강철체력이셨던 대대장님도 막사로 복귀하는 레토나안에서는 숙면을 취하실 정도였으니깐..ㅎㅎ
그렇게 힘들었던 군생활이 여전히 그립고 기억에 남는것은(대부분 마찬가지이실테지만..) 거의 박언수 중령님 덕분입니다..
감히 진정한 의미에서의 군인이셨고 정말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몇가지 기억나는 일화들을 적어보자면...
짧게는 2~3주,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전지역 GOP 도보 순찰을 합니다.
저희 부대가 맡고 있던 GOP 인접부대 마지막 소초에서 시작해서 철길을 따라 반대편 인접부대 마지막 소초까지 하룻밤에 도보로 도는거죠.
약 16km 정도의 거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완주(?)까지는 약 10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네요..
이게 평지라면 모를까 수천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산들을 오르락내리락;;
항상 기초체력에 대해 강조하시면서 우리 부대가 많은 GOP지역을 완주할 체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던 말씀의 본을 보이기 위해서이기도 했던 것이었죠..
영하 20도이던 30도이던, 제가 전역하기 2~3개월전에는 너무 무리하셔서 무릎이 좋지 않으셨는데도 이걸 거르신적이 없네요.
제가 전역하기 1주일전에도 하셨는데 말년이라고 빼주실때 그냥 마지막으로 한번 따라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후회가 남네요..ㅠㅠ
사랑의 편지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신 분들은 부대를 발칵 뒤집어놓는 시한폭탄같은 이미지로 생각되실테지만..^^;
중령님은 정말 정성껏 하셨습니다.
적어도 모든 대대원들이 2통 이상씩은 받아봤을겁니다.
그야말로 오가는 편지였지요.
처음엔 형식적으로 대하던 간부들이나 부대원들도 대대장님의 정성어린 답장에 감격했더랬죠..
소초마다 사랑의 편지함을 만들어서 순찰갈때마다 열어보시고 그 자리에서 자리를 마련해 앉으셔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정성껏 답장을 써서 자고 있는 사람들은 관물대에 넣어주고 근무중인 친구가 있으면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직접 근무지로 가서 전달해주시곤 했지요..
(가끔 그 편지에는 5장을 모으면 휴가증으로 바꿀 수 있는 '칭찬쿠폰'도 한장씩..ㅎㅎ)
방송에도 나온 말이지만 중령님은 '이들은 지금은 내 부하이지만 앞으로 내가 섬겨야 할 국민이기도 하다' 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습니다.
정말 답 안나오던 일부 간부들을 제외하고 조금 오바해서 거의 24시간 같이 행동했던 제가 직접 보고 들은 바로는 그 어떤 부대원에게도 막말을 하신적이 없었네요..
누구를 만나도 늘 '사랑한다' 하면서 한번씩 안아주셨지요..^^;
단한번도 간부나 부대원들의 휴가를 짜르신적도 없습니다..ㅎㅎ
한번은 사단에서 사단장님 지시 사항이라고 부대운영에 관해 무리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대대장님보다 직급이 높은 참모님이 직접 전화를 해서 지시를 했는데 대대장님이 경계 근무 서는 병사들에게 너무 무리가 가는 지시라고 난색을 표했나 봅니다. 그러니까 그 쪽에서 이건 사단장님, 연대장님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니까 밀어 붙이라고 했나 봅니다. 그러자 대대장님이 주위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전화기에 대고 "전 사단장님도 안무섭고, 연대장님도 안무섭지만 우리 부대 용사들이 무리하는건 무섭습니다!" 라고 말씀하시고 끊어 버리셨답니다
첫번째 짤방이나 두번째 짤방이나 그냥 우스개거리로 돌아다니고, 게시판으로 들어가보면 별 욕이 다 써있고...하는 걸 보면 참 씁쓸하고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진정으로 부하들을 아끼셨고 부조리한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굽힘이 없으셨고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대하셨던 분인데...
방송에 나온 부분들도 어느하나 과장되거나 방송용으로 촬영된 것은 없었을 정도입니다..
'2%만이 이런 데서 근무할 수 있는 거야'
그 말은 이제 막 군생활을 시작한 신병들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심어주는 말이었고
(사진에 나온 저 네친구들은 자대배치 받은지 이틀된 신병들이었습니다)
그 격려는 단지 말만으로 끝났던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네요.
쓰다보니 더 쓰고 싶은 것도 많고 기억나는 일도 많지만 너무 길어져서 이만 줄여야겠네요..^^;
오늘은 집에 가서 저 전역할때 빽빽하게 적어주셨던 편지라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연락처도 잃어버려서 어떻게 지내시는지도 모르지만 언젠간 꼭 연락이 닿아서 와이프랑 딸래미(아직 없지만 꼭 만들어서!!) 데리고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네요...ㅠ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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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10cm 점프 작성시간 11.10.19 진짜 멋진 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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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호영! 작성시간 11.10.20 저는 올해 4월까지 32소초에서 11개월정도 GOP근무를 하고 지금은 페바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대장님께서 정말 훌륭하신분이네요! 왠지 글쓰신분 반갑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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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P.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10.20 아이고...한참 추울때 근무하셨겠네요...고생하셨습니다..ㅠㅠ 저도 반갑습니다~ 건강하게 군생활 마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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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바즈라유다 작성시간 11.10.20 저 신병들 제대할때 되지않았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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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CP.3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10.20 저 신병들 이미 전역하고 예비군 훈련까지 받았겠죠...ㅎㅎ 2007년 2월 방영분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