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제 생각도 신동엽씨와 대동소이 합니다. 소주 자체로는 즐길만한 풍미, 맛 이런게 없는게 맞죠. 다만 안주와 함께 먹을때 음식의 맛을 북돋아주는데는 그 무향무취가 큰 장점이 되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주는 안주와의 궁합이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게, 애초에 소주 자체의 맛이랄게 특별히 없다보니 궁합을 따지는게 의미가 있나.. 싶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기름지고 맛이 강한 음식일 수록 잘 어울린다고 볼수 있겠죠. 안주와 안주의 사이에 맛, 기름기 등을 리셋 시켜주는 소주가 들어간다는 개념에 가까운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소주를 마시는 자리의 주인공은 소주라기 보다는 안주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삼겹살 먹으러가자, 감자탕 먹으러가자 라고 이야기 하지 소주 먹으러가자 뭐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것 처럼요.
또 빼놓을수 없는게 우리한테 너무 익숙하다는겁니다. 전 개인적으로 맛은 학습되는 혹은 경험에 의해서 좌우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 볼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소주라는 술은 아주 큰 메리트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술 좀 좋아한다, 마신다 하는 사람들은 거의 무조건 소주에 대한 경험, 느낌, 추억 이런것들이 쌓여있을수 밖에 없거든요. 쉽게 말해 삼겹살 맛있게 먹고 소주 한잔 딱 털어넣었을때의 그 감각, 이런게 너무 많이 학습되어있어서 상대적으로 고평가 받을수 밖에 없을겁니다.
단점이라면, 소주 자체적으로는 stand alone이 안된다는 점입니다. 딱 잘라 말하자면 소주만 떼놓고 보면 16~7도의 알콜, 정도의 느낌 밖에 없는것 같거든요. 안주 없이 마시는 소주는 아주 싸게 취할수 있다는 것 외에는 선택할 이유가 있나? 싶습니다. 어떨때보면 안주를 먹기 위해서 소주를 마시는건지, 소주를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건지 헷갈릴 때도 있고, 술을 즐긴다는 의미는 거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맛있는 안주가 있을때, 소주를 찾습니다.
* 와인
와인을 좋아하는 모임이 하나 있어서 나름 괜찮다는 와인들도 좀 먹어봤는데, 맛이 어떻고를 떠나서 저랑은 안맞더라고요. 특히 좀 과음한 다음날은, 막걸리랑 비교해야될 정도로 뒷끝이 안좋더라고요. 이게 기본적으로는 양조주들이 증류주들에 비해 숙취가 심한게 맞는데, 사람마다 또 다르긴 하더라고요. 증류주 먹고 다음날이 지옥 같아서 와인을 먹는다는 친구도 하나 있는거 보면 확실히 케바케가 있긴 한가봅니다.
아무튼 전 와인맛을 알기도 이전에, 와인 먹은 다음날 숙취를 알아버려서 잘 안마십니다. 와인 좋아하는 친구들 모임할때 한두잔 얻어먹고 그냥 옆에서 소주 마시던가, 위스키를 먹던가 합니다. 그래서 와인은 딱히 할말이 없네요.
* 위스키
외국 영화 보다보면 사무실 같은 곳에 위스키 한병씩 가져다 놓고 한잔씩 따라서 안주도 없이 그냥 마시는 장면이 꽤 나옵니다. 전 이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아는 술이라는건 소주 위주라서, 기름지고 강한 맛의 안주와 함께 먹어야 하고, 알콜향과 맛때문에 목구멍으로 쏟아 넣기 바쁜게 술이였죠. 사무실에 소주 한병 두고 안주도 없이 마시고 있으면 알콜중독자 소리 밖에 더 듣겠습니까? 그런데 영화에서 본 장면들은, 그걸 정말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안주도 없이 멀쩡한 정신에 깡위스키를 마시는 그 감각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저도 위스키를 이제 알아가는 중이고 누굴 가르칠만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술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소주랑은 다른 술인것 같습니다. 위에도 이야기 했듯, 소주는 안주가 주가 되는 주류라고 생각하고, 그 알콜향과 쓴맛을 가라앉히기 위해 히야시 이빠이(살얼음이 낄 정도로 차갑게)해서 마시고, 마실때도 목구녕에 털어넣는다는 느낌이 강한 편입니다. 반면에 위스키는 위스키 자체가 주인공이고, 안주는 아주 가벼운 안주 혹은 없어도 무방하고, 위스키를 맛으로 향으로 즐기지 못한다면 굳이 위스키를 마실 이유가 없는것 같습니다. 누가 우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예 개념 자체가 다른 술이라는거죠.
때문에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위스키 자체의 향과 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일겁니다. 작은 잔이 아니라 글렌캐런 잔에 마셔라, 이런것들이 대표적이겠죠. 안주가 딱히 필요없다는 것 역시, 위스키 자체의 맛을 최대한 즐기라는 것일겁니다. 감자탕이랑 먹으면 안되나요? 그런 법이 어딨겠습니까. 삼겹살집 단체부서회식에 카발란을 들고 오던 박해일 처럼, 어디서든 상관은 없지만 위스키 맛을 온전히 즐기기에 쉬운 길은 아니라는 이야기 정도겠죠. 그래서 디테일한 부분은 저도 잘 모르고 크게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중요한건, 목구멍에 다이렉트로 털어넣는게 아니라, 술의 맛과 향을 즐긴다는거고, 이게 소주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금 적응이 필요합니다.
술 자체를 즐긴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마시는데 익숙해지면 그때부턴 위스키를 마시는게 꽤 즐거운 일이 됩니다. 실제로 저도 위스키를 마시면서 난생처음으로 술이 맛있다, 혹은 술 마시는것 그 자체가 즐겁다 라는 느낌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언제나 안주와 함께 마시던 소주와는 다르게, 초콜렛 몇조각 두고도 맛있게 술을 마실수 있더라고요.
또 하나 위스키가 좋은건, 그 자체가 너무 맛있는 위스키도 있지만 위스키 마다 그 특유의 맛과 향이 너무 다양해서 더욱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원재료에 따라, 숙성연도에 따라, 어떻게 블렌딩 하느냐, 어떤 회사이냐, 피트향, 과일향 등등 너무 다양해서 이놈저놈 맛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이런것도 소주랑은 또 차별화 되는 점이 될겁니다.
칭찬만 한것 같은데 사실 단점도 상당합니다. 가장 뼈아픈 단점은, 소주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비싸다는겁니다. 이건 소주가 너무 싸서 그런것도 있지만, 아무튼 우리 체감에는 위스키가 비싼게 사실이죠. 그나마 가성비 찾아가면서 최대한 싼애들로 골라도 그럭저럭 먹을만한 수준이 될려면 집에서 마시는게 거의 필수가 됩니다. 업장에서 위스키 마시는건.. 정말 먹는데는 돈 안아끼는 편인 저도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두번째는 위에서 이야기했듯, 적응이 좀 필요하다는겁니다. 목구멍에 소주를 때려박는데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자체를 즐긴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도수도 우리가 보통 마시는 소주보다 훨씬 높으니, 더더욱 위스키의 맛과 향을 즐기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뭐 대단한 일하는것도 아닌데, 공부해라 이런 말은 낯간지럽다고 생각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때문에 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 허세샷
한 2~3년간 집에서 마신 위스키들 다 모아놓고 한장 찍어봤습니다. 코로나기도 하고, 어디 나가서 마시기엔 콜키지 되냐고 하나하나 전화해서 물어보는것도 귀찮고, 집에서 술 많이 마셨거든요. 저 혼자 사고 마시고 모은건 아니고요ㅋㅋ 다행스럽게도 친구들 몇몇이 같이 위스키에 취미를 붙였고, 제가 혼자 살다보니 저희집에 쌓아두고 틈틈히 모여서 마시거든요. 제가 산것도 있고, 같이 돈 모아 산것도 있고, 친구가 사놓곤 우리집에 가져다 놓고 같이 마시는 것도 있고, 막 섞여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빈병도 꽤 있고, 사실 사진엔 없지만 존바, 벨 이런 최저가 위스키도 (빈 병으로) 몇병 있습니다ㅋㅋ
위스키 종류가 이 정도로 쌓이면, 이놈 저놈 한잔씩 비교해가면서 먹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친구들이랑 거의 다 비슷하게 시작해서 다들 잘 모르다보니, 새로운거 하나 사면 기존에 있던거랑 번갈아 먹어보면 차이도 더 확 와닿고 재미있더라고요. 예를들자면 무난한거 위주로 먹다가 피트 한잔 마시면 대비가 아주 그냥..ㅋㅋ 사람들이 왜 사놓은거 안먹고 또사고 또사고 해서 계속 쌓는건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대신에 저렇게 술병 여러개 깔아놓고 먹어버릇 하니깐, 업장 가는건 아예 엄두가...
올해 말 쯤 이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그때는 아예 위스키 장식장도 하나 장만할까 합니다. 허세샷이라고 해놓은거 치고는 너무 초라하잖아요ㅋ 식탁에 널어놓고 찍는 허세샷이라니!
언젠가, 위스키 장식장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Real Iverson 3 작성시간 23.06.13 theo님의 글 내용 정말 공감하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동엽 내용도 공감 하고요!!
저도 모든 종류 술 다 마시는데... 집에서 혼술할 때~~~
와인도 좋고 위스키도 좋은데~~~~
만약 평생 1종류의 술만 마시라고 하면 소주를 선택 할건데... .^^;;;
단, (돈 상관 없이 먹으라면) 발렌타인 30년(오크에디션 포함) & 로얄샬루트 32년 만 마시고 싶어요!!!!!!!!!!!!!!!!
제 혀가 정말 간사한게... 요 2개를 먹으니 다른 위스키는 못 마시겠어요... ㅜ.ㅠ -
작성자UnbeataBull 작성시간 23.06.14 위스키 입문 9개월차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위스키는 정말 사랑이죠. 이따 퇴근 후, 제 콜렉션도 찍어서 올려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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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키는없고근성만있는센터~* 작성시간 23.06.14 전통주도 한번 마셔 보세요. 안동소주 / 소곡주 / 문배주 다 맛나더군요. 가격은 위스키보다 가성비 있죠
위스키 추천글도 한 번 써주세요 ㅎㅎㅎㅎ -
작성자블랙보틀 작성시간 23.06.14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위스키 좋아합니다 ㅎㅎㅎ
비싼게 단점이지만 술을 취하는거 말고 향이랑 맛으로 즐긴다는생각으로 먹고있어요
취할때는 소주로....
그리고 코퍼독, 몽키숄더 안드셔 보셨으면 한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