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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는 왜 1편이 가장 재밌었을까

작성자Am 04:00|작성시간24.05.08|조회수2,138 목록 댓글 25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정답이 없는 영역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범죄도시 1편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마동석류의 시발점과 같은 영화였고
범죄를 보여주고 그 정도가 심해지는 빌드업이 좋았으며
주조연의 열연과 거기에 더해진 적당한 말장난과 유머,
결국 장첸은 마석도에게 당한다는 당연한 결말로 향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둘의 싸움을 기대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입소문을 타며 600만을 넘긴 범죄도시는 2, 3편 모두 천만을 넘기는 초대박에
4편 역시 순항중입니다만,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재미가 없다', '더는 보지 않을 것이다.'
라는 감상평이 많아져 왜 그럴까를 생각하다 떠올린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그런 의견들이 많아지는 배경엔 '사람'과 '공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편에서 보여준 범죄자와 피해자는 '우리가 마주칠 법한 사람들' 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조선족입니다만, 영화가 개봉했을 시점부터 서울 신림, 대림, 가리봉 일대가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들 모두가 범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길을 걷다 마주칠 수 있는 사람' 이었습니다.

공간도 그렇습니다.

1편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곳은 서울의 으슥한 뒷골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이 세계적으로도 다른 도시에 비해 밝고 치안이 좋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으슥한 뒷골목을 가지고 있는 동네가 제법 되고 영화는 그런 곳을 주로 보여줍니다.

그런 골목길을 밤에 걸어보신 분들은 느끼셨을 법한 '범죄에 대한 공포' 혹은
'어두운 곳이 주는 무서움'을 범죄도시 1편은 잘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이 주는 범죄에 대한 공포와 무서움은 '범죄도시'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립니다.

내가 살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어딘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형사가 결국 범죄자를 벌한다는
카타르시스는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아요.

2, 3, 4편은 어땠을까요.

영화가 잘되니 투자를 더 받고 스케일을 키운 탓일까요?

점점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범죄가 아닌 범죄들이 주가 되기 시작합니다.
일으키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그것이 일어나는 공간도 모두가요.

사업가 인신매매와 납치 살인, 마약유통, 코인사기와 불법 온라인 카지노.

예, 모두가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뉴스를 통해 접한 범죄들이지만
보통 사람이 공포를 느낄 법한 그런 범죄는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보니 그 공간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필리핀의 외딴 숲 혹은 로컬들이나 갈 법한 집, 마약 제조소, 어느 외딴 폐건물 등등으로요.

범죄도시 1편이 보여준 나도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내가 사는 곳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범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걸 부숴버리는 마석도가 주는 쾌감이 2, 3, 4편에선
그저 흔한 정의감 넘치는 불사신 형사물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범죄도시 시리즈를 좋아하고 1편보다 재미가 덜 하지만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좋은 영화라 생각해 앞으로도 볼 것 같습니다.

다만 언젠가는 막을 내릴 이 시리즈가 범죄의 스케일을 키우는데 집중하기 보단
1편이 보여줬던 피부로 느낄만한 범죄에 집중해서 다뤄주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 개인적으론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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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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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페야스토야코빛 | 작성시간 24.05.08 1편만큼 쫄리는 맛이 좀 없긴 합니다
    1편은 액션도 형사님들의 자문을 받아
    마동석이 원하던 복싱 스킬을 적었고
    손바닥으로 치거나 호신술이 있었는데
    3편부터는 그냥 복싱으로 패더군요
    4편은 빌런도 복싱을 쓰고요
    악역의 서사도 좀 적고요
    장첸 패거리는 국내로 도망쳐서
    서서히 세력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잔인함과 무력을 보여줬는데
    그 후론 그냥 아주 유명한 나쁜놈 수준?
    최귀화 배우님의 부재도 한몫 하는 거 같고요
  • 작성자절륜 | 작성시간 24.05.08 콜라도 첫모금이 젤 맛있는것 처럼 이런 장르물은 결코 후속작이 첫편을 넘을수는 없을겁니다. 다만 그걸 알면서도 또 관객들은 찾을테지만요...
  • 작성자디비아스딸러 | 작성시간 24.05.08 괴물 형사가 악당을 시원하게 뚜까 패는 비슷한 클리셰가 반복 또 반복…이제 슬슬 물립니다.
  • 작성자천호동동 | 작성시간 24.05.09 오~~ 맞어맞어 하면서 글 읽었습니다.
  • 작성자hello.hi | 작성시간 24.05.10 배역들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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