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외향은 선천적 특성으로써,
관심사나 흥미의 방향성이 내면을 향하느냐, 외부로 향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반면,
내성-외성은 선천적+후천적 특성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쉽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성의 측면이라고 볼 수 있죠.
이 둘은 구별 가능한 성격들이기 때문에,
2x2로 총 네가지의 성격 타입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외향+외성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쉽게 어울리는) 외향+내성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데,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내향+외성 (사람들에게 관심은 없는데, 쉽게 어울리는) 내향+내성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고,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
이 중, 선호도와 사회성의 방향이 서로 다른 외향+내성과 내향+외성의 경우,
주변인들 뿐만이 아니라, 본인조차도 자신의 성격 정체성에 대해 굉장히 헷갈리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책에서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하고 있는 외성적 내향인들에 대한 몇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해 보려고 합니다.
내향+외성 = 하이브리드
1. 관계 효능감
하이브리드(내향+외성)들은 꽤 사회적 스킬이 뛰어난 편입니다.
그래서, 같이 어울려야 할 때 마치 외향인들처럼 신명나게 어울려 놀곤 하죠.
아무리 내향형일지라도, 하이브리드들도 관계에서 분명 재미를 느낍니다.
그런데 이 재미의 요소란 것이, 외향인들이 느끼는 재미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는 게,
외향인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 그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반면,
하이브리드들은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있고, 그들을 재밌게 해 주고 있다라는 효능감에서부터 재미를 느껴요.
즉, 자신의 사회적 스킬에 대한 일종의 만족감, 성취감인 것이죠.
만약, 하이브리드들이 핵인싸(외향+외성)들만 가득한 공간에서 술자리를 가져야 한다면,
막상 본인이 지닌 사회적 스킬이 핵인싸들의 현란한 사회력에 폭싹 묻히게 되므로,
딱히 재미를 못 느끼게 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질 겁니다.
반면, 같은 내향인 친구들이나 아련병풍(외향+내성)들이 가득한 공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죠?
내가 지닌 사회적 스킬을 맘껏 뽐내고 사람들을 리드하면서 꽤나 만족스러운 관계 효능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들도 내향인이기 때문에 사회생활 자체가 내면의 배터리를 소모시키는 건 동일하지만,
이 관계 효능감이라는 요소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은근히 배터리를 동시 충전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2. 괴리감과 루머
일단 하이브리드들 자체가 본인의 성격 정체성에 대해 혼란과 어느 정도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확신의 I인 것 같은데, 또 사람들은 날 확신의 E라고 하고,
혼자 있을 땐 분명히 너무너무 좋은데,
사람들과 어울려 놀 때 보면 또 E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이런 나에 대해서 똑같이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과 있을 때 내가 마치 외향인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날 E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외향인들은 보통 자잘한 연락들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나는 연락을 안 해요. 당연하죠. 혼자 있을 땐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까.
그렇다면 당연한 수순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오해를 살 수 있겠죠.
걔는 같이 있을 땐 엄청 친한 것처럼 구는데,
휴일만 되면, 방학만 되면, 연락을 안 해, 연락이 없어.
맨날 나만 연락하는 것 같아.
걔 좀 이중적이지 않아? 가식적인 것 같지 않아?
이런 건, 누가 봐도 I인 진성 내향인들은 절대로 겪을 수 없는 해프닝입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들은 보여지는 이미지와 진짜 실체 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오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러한 괴리감을 줄일 수 있을까?
1. 내가 내향인이라는 것을 평상시 적극적으로 어필하거나,
2. 마치 숙제나 과제처럼, 주변 사람들과 더 성실히 연락을 주고 받거나.
이렇게 보면, 사회성이 좋다고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죠?
3. 자발적 아싸 ~ 하이브리드
앞서 서론에서,
내성-외성은 선천적+후천적 특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즉, 사회성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도 얼마든지 강화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성이 후천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것처럼,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약화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가령,
사회성이 뛰어난 어느 하이브리드가 제 때 취업이 안 돼 3년간 백수 생활을 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스킬이 무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때는 자발적 아싸에 조금 더 가까운 성격을 지니게 돼요.
그러다가 취업이 되어,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 나가다 보면,
다시 사회적 스킬이 강화되면서 본래의 하이브리드 성향을 회복하게 되겠죠.
자발적 아싸들 또한,
어쩔 수 없이 사회생활을 치열하게 해 나가야 하는 직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면,
물론 지치고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성이란 반드시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발적 아싸 ----(나)---- 하이브리드
결국, 나의 사회성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자발적 아싸와 하이브리드들은 평생토록 그 사이를 유동적으로 왔다갔다 하게 됩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들이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게 되면,
가정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발적 아싸화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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