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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흔하고 위험한 편법

작성자무명자|작성시간24.06.07|조회수5,302 목록 댓글 7

 

 

 

 

 

 

 

 

 

 

 

 

자존감이란,

내가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서 느끼는 수동적이며 유동적인 감정에 해당됩니다.

 

왜 수동적이냐?

 

내가 가진 스펙이나 역량, 자산 등의 현실에 따라 스스로 느끼는 가치감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Ex. 내가 취업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자존감을 끌어올리려 해봤자, 

나 = 백수라는 현실을 자각할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

 

왜 유동적이냐?

 

내가 가진 스펙이나 역량, 자산 등은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변할 수 있잖아요.

 

(Ex. 뱀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자존감이 높아지지만, 용들이 모인 집단으로 가면 자존감이 낮아지게 됨)

 

이처럼, 수동적이고 유동적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높은 자존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미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어려운 미션을 정면으로 돌파하기가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 상승을 위한 일종의 편법을 쓰기 시작합니다.

 

 

 

 

 

 

 

 

자존감 렌탈

 

 

 

 

 

 

 

 

 

 

 

 

사실, 자존감이라는 감정은 일상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자잘한 감정들보다 더 상위의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일상의 감정들이 평사원들이고, 자존감은 CEO 급 존재에 해당된달까?

 

내가 오늘 아침 맛있는 빵을 구워먹으며 행복감(일상적 감정)을 맛보다가도,

어제 또 한 번 면접에서 낙방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낮은 자존감)

방금 전까지 느꼈던 행복감은 그 즉시 사라져버리고 말죠.

 

반면, 

내가 오늘 아침부터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일상적 감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최근 내 주식 계좌가 +100%를 찍고 있는 상황이라면(높은 자존감)

기분이 나빠지다가도 너털 웃음을 짓게 되는 게 곧 사람의 마음입니다.

 

요즘 내가 꽤 괜찮다, 잘 나간다, 이렇게 자존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상위의 감정인 자존감이 항상 플러스 상태이므로,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자잘한 감정들은 높은 자존감의 영향을 받아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상황에서는

상위의 감정인 낮은 자존감의 영향으로 일상 생활에서 느껴지는 자잘한 감정들이 곧 어둡게 변색되고 말죠.

 

 

 

 

 

 

이처럼 우리의 감정과 기분이 상위의 자존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너무도 강하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존감을 끌어올리려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쉽게 자존감을 충당시킬 수 있는 경로가 바로 남의 자존감을 빌려오는 방식입니다.

 

심리학에서는 basking in reflected glory(BIRGing)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타인의 영광을 내가 함께(대신) 누리고자 하는 "자존감 의존자"들의 왜곡된 행동 패턴을 의미해요.

 

어떤 경우들이 있을까요?

 

부자 부모의 곁에서 자존감 빌려오기

성공한 자녀의 곁에서 자존감 빌려오기

잘 나가는 셀럽들의 팬이 되어 자존감 빌려오기

등등.

 

BIRGing가 가능하려면,

우선 내 자아의 일부분이 의탁하려는 대상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체 과정은 의탁 대상에게 애정과 관심, 비용 등을 쏟아부음으로써 가능해지죠.

 

이런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어느순간부터 타인의 것으로 대체되어 가는 겁니다.

 

그 결과, 타인의 일이 마치 내 일인양 중요해지게 되고,

타인의 성공이 마치 내 성공인 것처럼 의기양양해지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실제의 내 인생이 아닌 허상의 남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

 

 

 

 

 

 

타인의 자존감을 렌트하다.

 

 

 

 

 

 

BIRGing는 일종의 "자존감 전이" 현상으로,

앞서 설명했듯, 나와 심정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가족 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나와 일정부분 자아를 공유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대상이라면,

훨씬 더 쉽게 성공한 대상의 영광을 마치 나의 영광처럼 빌려쓸 수 있는 것이죠.

 

(ex. 부자 부모를 둔 사람이 항상 의기양양함)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영광이 렌탈에 불과하므로,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빌려온 영광과 원래 실체 사이의 크나큰 괴리로 인해

어마어마한 열등감이 숨겨져 있다는 겁니다.  

 

(ex. 능력 없는 재벌2세, 3세들의 갑질과 횡포)

 

이들은 빌려온 타인의 영광으로 본신의 낮은 자존감을 충당하며 살기에,

진짜 실체인 나란 인간의 실질적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됩니다.

평생 남의 자존감을 렌탈하며 살아 온 결과,

막상, 본체의 스펙, 능력, 역량 등을 키워나갈 시간과 기회 등을 깡그리 놓쳐버리고 마는 것이죠.

 

결국, 남의 권세를 빌려 의기양양하게 군 시간이 길어질 수록,

내면에 감춰둔 열등감의 크기는 점점 더 거대해져 스스로를 괴롭히게 됩니다.

 

 

 

 

 

 

내 것이 아닌 권세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더 쉽게 자존감을 충당하기 위한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을 살 찌울 수 있는 노력의 시간들이 너무나 지루하고 괴로워서,

성공한 누군가를 찾아 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높은 자존감을 수혈하려 해요.

 

하지만 그 대상이 언제까지 나에게 그들의 자존감을 빌려줄 수 있을까요?

 

결국엔 깨닫게 될 겁니다.

 

그 모든 게 허상이었다는 것을.

그 긴 시간동안 나는 날 위한 인생을 살지 않고,

실체 없는 자존감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는 것을.

 

성공한 사람들의 높은 자존감을 빌려 쓰는 행위는 당장은 달콤하겠지만

막상 아무런 성장이 없는 나란 인간의 현실과 맞닥뜨릴수록 엄청난 우울감과 자괴감을 선사할 뿐입니다.

 

인생은 늘 한결같습니다.

 

정공법은 늘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결국 나를 성장하게 하며,

편법은 항상 쉽고 시간이 짧게 걸리지만, 결국 나를 후퇴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장 만족할 수 있는 편법의 유혹에 빠지게 되죠.

 

결국, 소수의 사람들만이 정공법을 택하기에,

오히려 블루오션은 경쟁자가 많이 없는 이 정공법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버티고 버텨서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언젠가 반드시, 편법을 선택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앞에 선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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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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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어쭈구리(koyh3535) | 작성시간 24.06.08 글 볼때마다 감탄이 끊이질 않네요. 글 잘쓰는거너무 부러워요.
  • 작성자둠키 | 작성시간 24.06.08 감사합니다. 잘 배웠습니다요!!
  • 작성자keun2ya | 작성시간 24.06.08 감사해요!무명자님
  • 작성자용룡이 | 작성시간 24.06.08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이시네요. 저를 다시 돌아 봐야 하네요.
    요즘 여자를 통해 제 자존감을 높이려 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제가 하는 행동이 많이 이해 되네요.

    ENFJ 성향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조금 다른 관점으로 돌아 봐야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건강하십시오~
  • 작성자라제쉬 쿠트라팔리 | 작성시간 24.06.08 오늘따라 유독 너무 와닿는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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