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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도 능력이다.

작성자무명자|작성시간24.07.10|조회수1,113 목록 댓글 2

 

 

 

 

 

 

 

 

 

 

 

 

 

한 나라에 두 명의 장수가 있었다.

한 장수는 매우 용맹해서 전투를 할 때마다 수많은 공적을 세웠다.

다른 한 장수는 매우 경계심이 많아 병력을 잃지 않고 단단하게 운용하는 데 대가였다.

이웃 나라와의 운명을 건 결전에서 왕은 적국의 수도로 진격을 명령했고,

두 장수는 각기 병력을 나누어 두 갈래의 길로 밀고 들어갔다.

용맹한 장수는 진격하는 도중에 만난 수많은 적들을 격파하며 간신히 적의 수도에 도착했고,

경계심이 많은 장수는 적들의 수많은 매복과 협잡을 피해내며 병력을 거의 온전히 보존한 채 수도에 도착.

이 둘은 서로의 병력을 합치고, 용맹한 장수의 무력을 앞세워 결국 적국의 수도를 함락하기에 이른다.

경계심이 많은 장수 쪽에 배치되어 헛물을 켰던 적국의 군사들이 뒤늦게 돌아왔지만,

수도는 이미 점령된 뒤였기에 그들은 패잔병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며칠 뒤, 이 나라의 수도에서 논공행상이 벌어지고,

용맹한 장수와 경계심이 많은 장수는 똑같이 상을 나누어 갖게 되었다.

이에 용맹한 장수의 심복 부하가 용맹한 장수에게 불평하듯이 말했다.

 

"장군님, 정작 병사들을 희생시켜가며 수많은 적장의 목을 벤 것은 장군님이온데,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저 쪽 장군과 같은 수준의 대접을 받는 것이 어찌 정당하단 말입니까?"

 

이에 용맹한 장수가 답했다.

 

"그가 중간에서 그 쪽에 배치된 수많은 적병들을 따돌리고 수도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덕에,

우리는 병력을 합쳐 간신히 적국의 수도를 함락시킬 수 있었다.

만약 그의 병력도 우리와 같이 난전을 거듭하며 수도에 도착했다면,

우리는 형편없이 적은 병력으로 인해 절대로 높은 성벽을 공략할 수 없었을 테지.

우리는 적들을 수없이 벤 만큼 우리의 병력을 잃었고,

그들은 적들을 베지는 않았지만 우리처럼 병력을 잃지는 않았다.

그들 쪽에 배치되었던 적국의 나머지 병력들도 결국 패잔병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으니,

그의 공이 전혀 나의 공에 못지 않다. 너는 이 시간 이후로 더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아라."

 

 

 

 

 

 

 

 

회피력의 힘 = 문제 예방 능력

 

 

 

 

 

 

화재를 진압하는 일만큼 중요한 게 화재를 예방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독, 아직 발생하지 않은(but,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 예방 능력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훨씬 더 중시하게끔 만들었다.

 

 

 

 

 

 

앞선 이야기에서,

용맹한 장수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인재이고,

경계심이 많은 장수는 문제 예방 능력이 뛰어난 인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이걸 잘 해결해 나가는 케이스고,

후자는 애당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잘 예방해 나가는 케이스인 거죠.

 

이렇게 이야기로 보면,

용맹한 장수의 말을 통해 경계심이 많은 장수의 공헌도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게 현실의 상황이라면,

거의 대부분 경계심이 많은 장수의 공헌도는 간과되기 마련입니다.

 

왜?

 

결국,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주목받지 못하게 된 것.

 

※ 사람들은 전투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

보통은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전투를 예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인간은 언제나 문제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① 일단 문제가 일어난 후 ② 그걸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관심을 가지고 찬사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안다. 세상을 살다보면 반드시 어디에선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다고 느끼거나 이런 상황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을 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을 거라는 데까지는 인지 범위가 미치지 못한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성격적으로 보자면, (BIG 5 성격유형)

 

개방성이 높고 외향적일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경향이 있고,

신경성이 높고 내향적일수록 문제 예방 능력이 뛰어난 경향이 있는데,

 

※ 후자보다 한 단계 더 문제 예방 능력에 특화돼 있는 사람들이 바로 초예민자들(HSP)이다.

 

가령,

 

문제 예방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흔한 불만이

내가 상대방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그걸 몰라준다는 생각입니다.

 

이들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통은 상대방에게 맞춰주려 해요.

하기 싫은 일이 있어도 그냥 참는다거나, 상대방이 좋아하는 쪽으로 미리 세팅한다거나.

그럼, 당연히 아무런 갈등도 일어나지 않겠죠.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한다구요?

 

아, 참 나에게 잘 대해주는구나. 고맙다. (X)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아무 생각 없음 (O)

 

관계도 사회생활과 똑같습니다.

 

아무런 갈등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냥 '잘 맞는구나'라던지, 그냥 '아무 일 없이 평화롭구나'라고 생각하지,

'와 저 사람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구나, 나도 보답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드물어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문제 예방 능력에는 의식 범위가 미치지 못하는 겁니다. 왜?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까. 아무런 갈등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현실과 로망은 언제나 다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정"을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느껴본 적이 있나? 문제를 예방하려는 사람들은 성격적으로 공치사를 하거나 자기PR을 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노력은 묻혀지거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말하지 않으면 세상은 모른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관계를 위해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대방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문제가 닥쳤을 때 회피하는 것은 "수동적 회피"이며,

이는 자신 뿐만이 아니라 타인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에 반드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반면, 문제가 닥치기 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능동적 회피"이며,

이러한 회피"력"을 통해, 우리는 관계 뿐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할 수 있게 돼요.

 

진취적인 사람들이 문제 해결 능력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듯,

조심성이 많은 사람들은 문제 예방 능력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나갑니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

 

긍정적인 것들을 지향함으로써 목적에 다가설 수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것들을 지양함으로써, 회피해 냄으로써도 마찬가지로 목적에 다가설 수 있는 것입니다.

 

(ex.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만큼이나,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방식과 삶의 방향성이 존재합니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철주야 노력하며 예방에 힘쓰고 계신

이 사회의 모든 unsung hero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 이 사회에서 조심성이 많은 사람들의 회피력은 너무나도 저평가되어 있다. 능동적 회피를 통해 우리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들을 사전에 차단하며, 이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비용을 세이브할 수 있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끔 조율하는 일은, 문제가 발생한 후에 이를 해결해 나가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져야 마땅하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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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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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enesQ | 작성시간 24.07.11 용맹한 장수분 인성이 훌륭하네요. ㅎㅎ
  • 작성자V5 밥수라 | 작성시간 24.07.11 좋은글 감사해용, 책도 구매했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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