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를 처음 접하게 되고
그들을 처음으로 보게 된 때는 1993년이었습니다.
왜 자연스레 그들의 팬이 되었는지,
저 스스로도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검은 유니폼을 입은 그들.
당시 제독을 제외한 그들의 주력멤버들중 대부분은,
한번 이상은 버림받거나 무시당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심리적 갈등으로 이단아가 된 로드맨
잘했지만 건강하지 못했던 엘리엇
포인트가드를 보기엔 내세울게 부족했던 델 네그로
드래프트조차 되지 못했던 AJ 등등
1987년에 로빈슨을 드래프트한지 10년후인 1997년에 던컨을 1위로 지명한 후에도
'외인구단'인듯한 그들의 컬러는 지금까지도 제게 강하게 각인되고 있습니다.
사실 잘 찾아보면, 그러한 선수들 참 많고 그러한 팀들 참 많지요.
어찌보면 블랙과 실버라는 스퍼스의 컬러가 그러한 어두운 면모를 제게 더 부각시켰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농구의 농자도 모르고
농구공 제대로 만져본적도 몇번되지 않던 한 고1 소년이
바다건너 먼 타국의 한 농구팀에게 완전히 미쳐버렸던 것입니다.
해가 가면서 그 소년은
대학에 입학했고
군대에 입대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직장인이 되었지요.
강산이 바뀐다 할 정도로 세월이 좀 흘렀지만,
미쳐있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네요.
^^;
패배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93년
골대 정면에서 제독을 몇미터 앞에 두고 점퍼를 터트렸던 바클리...
그가 이끌던, 너무나도 강한 화력을 보여준 선즈
2 - 4
94년
하필이면 시즌전적 0-4로 뒤지던 재즈와 1라운드에서의 대전.
2차전 대패의 와중에서 홀로 외로이 3점을 쏟아내야 했던, 폐에 총알박힌 선수 로이드 다니엘스
1 - 3
95년
93년과 94년 각각의 팀내 NO.2를 포워드 라인에 동시에 장착한채
리그 최고승률이자 프랜차이즈 최고승률을 올리고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오리의 클러치와 드림의 드림쉐이크에 흘리고만 눈물
2 - 4
96년
바클리에게 복수했으나,
그들을 또다시 기다린 것은 말론과 스탁턴
2 - 4
97년
제독을 비롯한 주력멤버들의 부상
날아간 플레이오프
98년
엘리엇이 시즌아웃되었으나, 슈퍼루키와 함께 1라운드부터 승승장구.
서부최강 유타를 상대로 1,2차전 대격전 끝에 패배. 그리고 슈퍼루키의 발목부상.
1 - 4
99년
하마터면 없을뻔 했던 시즌. 6-8로 시작해 31-5로 마무리.
단일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기록. 난공불락의 트윈타워.
패배는 없었으나, 그때 준민군이 있었던 곳은 사회가 아닌 군대.
2000년
던컨의 부상. 로빈슨의 분전.
그러나 백코트2000은 싱글타워를 압도.
1 - 3
2001년
다시 리그 최고승률. 챔피언끼리의 만남.
너무나도 강했던 코비와 샤크
0 - 4
2002년
최강의 던컨, 최강의 코비와 최강의 샤크.
1:2의 대결
1 - 4
2003년
바로 오늘.
하마터면 지금까지의 패배의 역사를 까맣게 잊어버릴 뻔 함.
직장인입니다.
파이널이라곤 패배한 2차전밖에 보지 못했죠.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축하한다고 하더군요.
고맙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너무나도 고마워 미칠뻔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렸습니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행복합니다.
97년의 그날만큼이나, 99년의 그날만큼이나 행복합니다.
97년 동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 7차전
느닷없는 프로레슬링 매치로 인한 무더기 징계로 인해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던 닉스와 히트의 역사에 남을 대격전 시리즈,그 마지막 경기.
새벽에 거실에 앉아 두 눈을 부릅뜬채,
그 격전의 처절한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었더랬습니다.
티미의 폭발로 히트가 기세를 잡은 후인 하프타임.
그 하프타임동안 신인드래프트 지명순서 추첨식이 있었습니다.
가장 높은 1위지명 확률을 가지고 있던 보스턴의 릭 피티노.
인터뷰에서, 1위를 차지하면 웨이크 포레스트의 팀 던컨을 지명하겠노라고 당연하게 말했었죠.
3번째 확률을 가지고 있던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키스 반 혼을 뽑을 수 있다면 만족스러울거라 했습니다.
4순위까지의 추첨 및 발표가 끝나고,
보스턴, 필라델피아, 샌안토니오가 남았습니다.
3순위 발표.
최고 확률을 가졌던 보스턴이 불리웠습니다.
술렁이는 28개팀 대표들.
2순위 발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그 순간, 전 비명을 질렀습니다.
곧이어 나오는 발표.
1순위 - 샌안토니오 스퍼스.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순식간에 아파트 계단을 뛰어내려가,
아파트 단지 안을 내달렸습니다.
계속 달렸습니다.
넘어졌습니다.
다시 일어나 달렸습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지요.
그 후 2년 뒤인 1999년,
군복무 중이던 저에게 스퍼스는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승리한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게,
압도적으로 강했다던 그들의 위력을 보지 못한게 한이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죠.
머지않아 그런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었거든요.
4년이 흘렀네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결국 그들은 제 믿음을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리빌딩 중인 팀입니다.
시즌 전에는,
서부 4강에만 들어도 만족하리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었지요.
결국 우승해 버렸네요.
놀랍긴 놀랍고, 기쁘긴 기쁘지만...
99년 단축시즌 시작전에도 그들의 우승을 예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는걸요, 뭐.
횡설수설 두서없이 주루룩 써내려 왔습니다.
마무리짓고 이제 자야죠.
매일 아침에 일찍 출근하거든요.
고마워요, 제독.
10년의 시간,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거예요.
고마워요, 티미.
다시한번 세상을 차지한걸 축하해요.
고마워요, 토니.
갈 길은 아직 멀지만, 그래도 2년동안 많이 왔어요.
고마워요, 브루스.
션도 당신을 보며 뿌듯해할 거예요.
고마워요, 스티븐.
이제 더이상, 브루스와 더불어 세계를 떠돌지 않아도 되요.
고마워요, 마누.
이젠 모국만의 영웅이 아니랍니다.
고마워요, 말릭.
당신의 몸짓은 이미 우리의 정신입니다.
고마워요, 스피디.
2년전의 아픔은 이제 잊어버려요.
고마워요, 케빈.
이제 편히 쉴 수 있겠네요.
고마워요, 대니.
대학동문들에게 반지를 자랑해봐요.
고마워요, 스티브.
찰스와 안토니오를 더이상 떠올리지 않으렵니다.
고마워요, 스티브.
예전의 당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지는 어울려요.
고마워요, 맹크.
아시아인도 반지를 가지게 되었네요.
고마워요, 그렉.
난 한때, 당신의 성을 카페 닉네임으로 썼었답니다.
10년만에 고백할께요.
스퍼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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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houston #20╋ 작성시간 03.06.16 오예.. 배우감부님 슛팅인가요? 설 다시 상경해야겠네요. ㅋㅋ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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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싱글턴과 스위프트 작성시간 03.06.16 5년만 일찍 팬이 되셨더라도..서울서 제독 행님을 만나보셨을수 있었을텐데...아무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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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팀하더웨이 작성시간 03.06.16 97년 동부컨퍼런스 세미파이날 저도 뛰었습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저는 운동장으로 뛰쳐나갔습니다....왜냐고요? 그 경기는 티미의 best of best 경기였으니까요....아직도 기억납니다. 크리스 차일즈를 앞에 두고 3연속 3점슛....그의 고개를 떨구게 하였던...39점 explosion...그때가 다시 올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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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빈스 카터 작성시간 03.06.17 혹시 안치환 좋아하세요? 안치환 노래중에 13년만에 고백이란 노래가 있어서..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