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 같을 수도 있지만) 2021년 NBA 드래프트도 만 2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 2021년 NBA 드래프트 전체 1번 픽의 유력한 후보인 한 소년이 플로리다의 명문 고등학교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습니다.
농구 팬들의 로망과도 같은 장신 포인트 가드, 케이드 커닝햄(Cade Cunningham)을 소개합니다.
원문
https://www.sbnation.com/college-basketball/2019/7/26/8906439/cade-cunningham-recruiting-nba-draft-scouting-report-montverde-high-school
의역, 오역, 평어체 양해 부탁 드립니다. 기사는 제가 소제목을 붙여서 약간의 가공을 거쳤습니다.
동영상 : 유투브 참조
▲ 아버지
6피트(183cm)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아주 강한 송구에 경기를 읽는 눈까지 탁월했던 키스(Keith) 커닝햄(Cunningham)이라는 풋볼 선수가 1980년대 텍사스에서 등장했다. 알링턴의 Sam Houston 고등학교에서 졸업 학년에 해당 지역 ‘올해의 공격수’상을 받기도 했던 커닝햄은 전미에서 가장 돋보이는 쿼터백으로 각종 명문 대학교의 리크루팅을 받은 커닝햄은 대학 풋볼 전설의 명감독, 켄 햇필드의 아칸소, SMU 등의 제안을 받았으나 그의 최종 결정은 텍사스 테크였다.
그러나 정말 불운하게도, 러벅(텍사스 테크가 위치한 도시)으로 이사하던 날, 어이없는 부상을 입으며 전도유망했던 그의 풋볼 인생도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어머니의 집에서 가구들을 옮기던 도중, 침대를 들다가 천장에 있던 팬(fan)을 건드렸고 그 날개가 떨어지면서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결국 그는 전처럼 강력한 로켓 팔을 가진 쿼터백이 될 수 없었고 학교에서 2년을 보낸 후 세미 프로를 전전하다가 은퇴한다.
▲ 축복받은 재능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후, 또다른 커닝햄이 풋볼 필드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것은 바로 케이스의 막내 아들인 케이드(Cade) 커닝햄으로, 댈러스 카우보이스에서 13년을 뛴 레전드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중학교 때 소속 팀을 전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줄 것만 같았던 케이드는 그러나 의외의 선택을 한다. 그는 풋볼에는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본인의 마음 속 깊은 열정을 끌어올리는 스포츠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 스포츠는 바로 농구.
그리고 농구에서도 바로 두각을 드러낸 커닝햄은 같은 학년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Nike에서 주최하는 EYBL에 참가, MVP를 받기도 했으며 2019년 FIBA U19 농구 월드컵에서 미국의 금메달을 이끌기도 했다. 2020년 신입생 클래스 Top 3로 꼽히며 2021년 NBA 드래프트 전체 1픽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커닝햄은 요즘 농구 트렌드에 아주 적합한 장신의 볼핸들러이다. 농구 입문 초창기에는 큰 키로 인해 스몰포워드로 주로 뛰기도 했던 커닝햄은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포인트가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6-6~6-7 정도의 키에 230파운드를 갖고 있는 커닝햄은 (쿼터백 출신 답게) 볼핸들링과 패스가 아주 뛰어나며 상대 컨택을 이겨내고 림 근처에서 마무리하는 능력도 대단히 뛰어나다. 지난 시즌 10대로 NBA에 데뷔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ROY를 받은 루카 돈치치에 종종 비견되는 재능이 바로 케이드 커닝햄이다.
2001년 9월 25일 생, 즉, 9/11 테러가 일어나고 정확히 2주 뒤에 태어난 커닝햄은 아직 18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지만 벌써부터 프로에서 통할 재능으로 손꼽힌다. 그의 스타성은 벌써부터 전미에 대서득필되고 있으며 현 고교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재능임에 확실하다.
247스포츠의 스카우팅 디렉터인 제리 메이어(Jerry Meyer)는 “제가 아주 많은 재능을 봐왔지만, 이렇게 벌써부터 잘 다듬어지고 성숙했으며 거기에 본연의 재능까지 탁월한 환상적인 조합을 갖춘 선수는 처음 봅니다. 그는 아주 파워풀하며 준수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덩크 콘테스트에서 우승할 정도의 화려한 점프력은 없지만 점프력과 힘의 조합을 이용해 언제든지 골밑에서 ‘앤드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드입니다.”
▲ 든든한 조력자들
고향인 텍사스 알링턴의 보위(Bowie) 고등학교에서 신입생 때 평균 15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미 스타 반열에 오른 커닝햄은 이미 그때 본인이 동학년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치는 선수이다. 그리고 커닝햄이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그의 형인 캐넌(Cannen) 커닝햄과 사촌이자 트레이너인 애쉬튼 베닝스(Ashton Bennings)라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다.
▲ 두 번의 스텝 업(Step up)
이 지원군들의 조언을 토대로 커닝햄은 크게 두 번의 스텝 업 기회를 잡는다. 첫 번째는 바로 커닝햄의 포지션을 스몰 포워드에서 포인트 가드로 바꾸는 것이었다. 커닝햄은 그의 형이 “니가 포지션을 가드로 변경하는게 성공하려면 단순 포지션 변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항상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게 더 중요하다.”라면서 조언을 해줬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커닝햄이 고등학교 2학년 시즌에 전미 Top 25 리크루팅 재능으로 올라갔을 때, 형인 캐넌은 커닝햄이 포인트가드로 성공적인 포지션 변화를 할 수 있다면 미래가 더욱더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3학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 여름, 캐넌은 케이드를 한 학년 높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나이키의 EYBL에 참가시키면서 포인트 가드로써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커닝햄의 두 번째 도약 발판은 고향인 텍사스를 떠나 플로리다의 사립 학교(Prep School)인 몬트버디(Montverde) 아카데미로 전학을 간 것이다. 몬트버디는 전미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 중 하나로, 카이리 어빙을 전미 최고의 재능으로 키워낸 케빈 보일 감독이 2011년 부임한 이래로 전미 Top의 농구 재능들이 이 학교에서 배출되었다.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 디안젤로 러셀, R.J.베렛 등이 모두 이 고등학교 출신이다.
그리고 커닝햄과 같이 뛴 동료들 역시 면면을 보면 대단하다. 2019년 클래스에도 Top 100 선수가 포워드인 프레시우스 아치오와(멤피스), 가드인 할론드 베벌리(마이애미), 센터 발사 코프리비차(플로리다 스테잇)와 오마르 페인(플로리다) 등이 최소 4스타 이상의 Top 리크루팅 재능이며 커닝햄과 같은 2020년 클래스의 모제스 무디도 전미 Top 40으로 꼽힌다. 이 학교로 전학을 간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으며 보일 감독 아래서 커닝햄은 공격 전반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가드로 성장 중이다.
커닝햄은 명문고인 몬트버디로 전학을 가자마자 즉시 두각을 드러냈다. 커닝햄은 학교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주 가벼운 슛연습조차도 여기서는 전쟁,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연습경기에서도 설렁설렁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죠. 그야말로 무한경쟁이고 연습경기에서도 쉬운 슛은 단 한 개도 던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이 단어만을 생각합니다. 발전, 발전...”
▲ 세상 밖으로 드러난 재능
커닝햄이 슈퍼스타 재목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가 하나 있었다. 2월에 플로리다 주 템파에서 열린 또다른 농구 명문, 오크 힐(Oak Hill) 아카데미와의 경기에서 커닝햄의 매치업 상대는 2020년 NBA 드래프트 Top 5로 꼽히는 상급생이자 리크루팅 랭킹 3~4위를 오갔던 콜 앤써니였다.(UNC로 커밋) 경기 결과는? 커닝햄의 26점 7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몬트버디의 대승이었다. 보일 감독의 극찬이 이어진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다.
졸업 학년을 직전에 두고 펼친 이 경기를 통해 커닝햄은 이견의 여지 없는 전미 Top 10 랭커로 올라섰고 그 이후 올해 봄과 여름에 참가한 EYBL을 통해서 더욱더 무서운 가드로 거듭났다.
몬트버디에서 평균 12점을 기록했던 커닝햄의 득점력이 다소 아쉽다고 여긴 그의 형과 사촌형은 득점력 향상을 위해 나이키 EYBL에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고향인 텍사스로 돌아와서 베닝스와 커닝햄은 외곽슛 향상을 위한 ‘특훈’에 돌입했다. 베닝스는 옆에서 슈팅핸드가 내려오지 않도록 꽉 잡아주면서 체력이 떨어진 순간에도 슛 자세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애썼다. 베닝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커닝햄의 드리블과 패스가 뛰어난 건 모든 사람이 아로 있습니다. 즉, 이제 그는 한 가지만 보완하면 되죠. 그건 바로, 득점력입니다.”
이 훈련의 결과는 EYBL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나왔다. 높이와 힘을 바탕으로 한 림 근처 공략은 물론이고, 향상된 외곽슛을 바탕으로 전천후 스코어러로 거듭난 커닝햄은 EYBL 역사상 가장 좋은 평균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25.1점, 6.6리바운드, 5.2어시스트, 1.4스틸, 1.5블락에 3점 성공률 37.5%라는 엄청난 스탯을 찍으면서 대회를 마쳤다. 그는 온 코트 득실 마진도 참가 선수들 중 전체 1위를 기록했다.
AAU(고딩들이 참가하는 대회 – EYBL과 같은..) 시즌이 끝나고, 커닝햄은 나이가 채 18세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U19 월드컵 미국 국가대표 팀의 부름을 받는다. 많게는 본인보다 두 살 이상이 많은 ‘형들’ 틈에서 커닝햄은 단순히 팀을 승리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1옵션 역할까지 해냈으며 말리와의 결승전에서 21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에 본인 기량을 과시했다.
이번 여름의 발전에 대해 커닝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감 향상이 가장 큰 소득인 것 같습니다. 몬트버디에서 대학 레벨에 가깝게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다면 AAU 참가는 진짜 자유로운 5대5 경기를 치르면서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게 통하는 것을 보면서 제 자신감은 점점 Up 되었죠.”
▲ 미래
커닝햄의 스타성과 실력의 급진적인 향상을 통해 (만약 그가 2020년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전체 1번 픽 후보 1순위까지도 그를 올려놓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실제로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2001년 9월 25일 생으로, 2000년 7월 6일 생인 자이온 윌리엄슨보다 2.5달 어린 전체 1번 픽이 될 수 있으며 그가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월반을 통해 바로 19-20 시즌 NCAA에 뛰는 것이다. 이러한 건에 대해 커닝햄은 가족들과 상의해 보겠다며 열린 결말을 암시하긴 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고등학교에 1년 더 머무르고 순리대로 대학을 진학한 후, 2021년 드래프트에 나오는 것이 더 나아 보이기는 한다. 커닝햄 역시도 잠시 고려하기는 했으나 월반보다는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니면서 보일 감독 밑에서 더 기본기를 다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 커닝햄의 유력한 행선지는 오클라호마 스테잇이다. 오클라호마 스테잇은 그의 형인 캐넌 커닝햄을 올해 6월에 어시스턴트 코치로 고용했고 인생 전체에서 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누누이 말해온 케이드 커닝햄이기에 오클라호마 스테잇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며 (당연히) NCAA 최고의 명문 대학교들인 듀크와 UNC, 켄터키 등도 그에게 오퍼를 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커닝햄은 본인의 대학교 결정 압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학 결정에 대한 압박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현재 제 상황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죠. 현재를 즐기고 대학을 결정하고 나서는 그 대학교에 가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니까요.”
사실 지금 커닝햄 입장에서는 대학교 ‘타이틀’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오클라호마 스테잇 진학 확률이 높다고도 볼 수 있음..) 이미 NBA 급의 사이즈와 스킬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장신 포인트가드기 때문에 굳이 명문 대학교를 고집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닝햄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그의 마인드셋이다.
“저는 당연히 농구선수로써 최고의 영예들인 명예의 전당 헌액, MVP, 챔피언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코트 밖에서는 항상 제 돈을 사회에 환원해서 불우한 사람들을 도왔던,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능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제 돈을 통해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일까요.”
잊지 마라. 그는 고작 17세에 불과한 ‘소년’이다. 전미를 호령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풋볼 스타, 키스 커닝햄이 불의의 사고로 이루지 못한 그 꿈은 한 세대 건너 그의 막내 아들이 이제 이루기 직전까지 와 있다.
* 영상 : 케이트 커닝햄 EYBL 믹스 테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