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시각으로는 2020년 1월 26일, 그냥 평범한 1월의 일요일 중 하루였을 것이고 코비 브라이언트 역시 그 평범한 일요일에 은퇴 후 끔찍이 아끼던(코비 인스타그램만 봐도 연일 딸들 사진이 올라오고 딸들이 하는 배구, 농구 경기들을 직관하면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딸들 중 한 명인 지아나와 농구 연습을 하기 위해 늘 이용하던 교통 수단인 헬기로 이동 중에 코비 브라이언트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습니다.
방한을 3번이나 할 정도로 한국에 많이 왔었고 또 팬들과 언론에게 친절한 태도와 프로다운 자세로 선수 생활 말년부터 은퇴 이후까지는 안티가 없다시피 할 정도였던 코비. 그 코비가 Korean Holiday인 설 연휴에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네요. 연휴를 맞아서 와이프와 지인들과 술 한 잔 하고 기분좋게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8시쯤 눈을 떴습니다. 여느 때처럼 ESPN, BleacherReport(아주 사소한 소식도 다 알람이 뜨게 설정해 놓은 탓이라..) 등 알림이 핸드폰을 가득 채우고 있기에 별 생각없이 창을 내렸습니다. 'Kobe Bryant Dies...'로 시작되는 그 알림에 저는 눈이 번쩍 떠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아주 당연하게도 '아..꿈이겠지. 별 이상한 꿈을 다 꾸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꿈이 아니었고 코비가 정말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그 코비가...이제 고작 만 42세도 되지 않았고 은퇴한 지 채 4년도 되지 않은 코비가.. 보스턴 팬인 저로써는 보스턴 앞길을 가로막는 얄미운 존재이기도 했지만 그 코비의 자세나 마인드는 농구를 떠나 제 인생에도 영감을 많이 줬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제가 존경했고 동경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 독종같은 기질과 농구가 전부였던 사내..이 사람이 LA 레이커스 감독을 언젠가 맡는다면 그 팀은 어떤 색깔을 띌까 정말 궁금했던 사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제 혼자 했던 부질없던 가정들이 정말 부질없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지 12시간 쯤이 지난 현재,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코비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지독히도 농구를 사랑해서 그냥 흰머리 흰수염에 정장입고 벤치에서 지시할 그릇은 아니었나 보다.. 코비는 무조건 코트에 뛰어야 하는 인물인가 보구나.. 진짜 이 사람은 돈, 명예 등 여러가지를 떠나서 농구만 사랑한 어쩌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코비는, 그 블랙맘바 코비는 농구와 코트를 너무도 사랑해서 본인이 직접 붙어보지 못한 수많은 레전드, 윌트 채임벌린, 오스카 로벌슨 같은 분들과 한 판 붙으러 너무 급하게 떠난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놓아주면 어떨까 합니다. 농구만 위하다 결국 마지막까지도 딸과 농구 연습을 하러 가다가 영면한 코비.. '천재는 요절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코비의 이 사건으로 이 말을 어느 정도는 믿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매년 설 명절만 되면 코비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한국 날짜로 음력 1월 3일이 코비의 기일이니까요. 그날만 되면 제 스스로 하늘을 향해 조그만 묵념이라도 제가 걸을 수 있는 한 매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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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흑비 작성시간 20.01.28 한국시각으로 제 생일이라 더 특별히 기억날거같아요,,너무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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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Jabari Parker 작성시간 20.01.28 저랑 생일이 같네요ㅜㅜ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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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Lakers&Eagles 작성시간 20.01.28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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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a Morant 작성시간 20.01.28 최고의 농구스타.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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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usiqSoulChild 작성시간 20.01.28 10대 20대 30대를 함께한 선수입니다...농구팬으로서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