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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waukee Bucks

트레이드, 플옵, 전술, 리빌딩에 관한 잡설

작성자underdog15|작성시간15.02.23|조회수450 목록 댓글 5

사실은 이번 트레이드와 벅스의 공격전술에 대한 주제로 글을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이런저런 얘기들이 다 섞여버려서 구성을 다시 하고 제목도 이렇게 무성의하게 달았습니다.^^;


아무튼 생각은 브랜든 나이트의 트레이드부터 시작됩니다.

브랜든 나이트 <-----------> 마이클 카터 윌리암스, 타일러 에니스, 플럼리



1. 왜 플옵컨텐더 팀이 에이스를 트레이드 시켰을까.


재정적 유연성과 로스터 균형, 두가지 관점에서 봤을때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는 트레이드였습니다. 작년 10월에 이미 재계약이 결렬됐다고 하는데, 나이트가 더 성장한 시점에서 벅스측과 나이트측의 금액차는 더 벌어져서 답이 없었을 겁니다. 콤보가드만 있고 주전센터가 바이아웃된 로스터에 윌리암스 에니스 플럼리를 추가한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선택이구요. 더 싸게 쓸수 있는 어린 선수들로 로스터도 보완하고 부족한점은 키드가 성장시키게 한다는 방향이 일단 설득력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것은 플옵을 준비해야 하는 팀이 득점/어시스트 리더이자 클러치를 책임지던 에이스를 보냈다는 사실일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우리 나이트를? 이런 반응이었죠. 그리고 나름 소수의 벅스 팬중 한명으로서 양질의 답변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이리저리 자료를 찾고 생각을 거듭해본 결과...팀의 미래를 구상하는 프런트의 입장에서 보았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벅스는 현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서부의 여러 좋은 팀들도 플옵을 오랫동안 못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얄미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올해 벅스의 플옵은 리빌딩 과정 중에 받은 보너스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벅스가 잘한 점들도 분명 인정해야겠지만 냉철하게 보자면 이번 플옵은 페이서스 히트 닉스 네츠 같은 팀들의 불운 덕분이고, 리빌딩의 큰 줄기에 손을 대야 할 정도의 승부처는 아직 아니라는겁니다.


겉으로는 홈코트 시드팀을 2-3게임차로 추격하는 동부 6위팀이지만,  프런트 입장에서는 중장기 리빌딩 계획의 2년차 시즌에 운좋게 플옵을 경험하는 팀일 뿐이고, 이렇게 벅스를 정상적인 플옵팀이 아니라 사실상의 리빌딩팀이라고 본다면 현재의 에이스를 팔 수도 있는 것이죠.


GM 존해먼드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도  '단기적 관점에서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다.'라고 이런 방향성을  분명히 밝혔고, 트레이드 후에도 '벅스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나름 GM상 수상 경력의) 존 해먼드가 지난 시즌 부상자가 속출하자 탱킹모드로 전략을 바꾸고 자바리 파커를 데려온 유연한 모습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자신의 뚝심을 보여주었네요.


사족. 트레이드 직전에 8승2패로 7위와의 격차를 확 벌려버린것도 중요한 변수가 된 것 같습니다. 계속 5할을 맴돌았다면 플옵경쟁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을거고 결국 과감한 결정을 하지는 못했을테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나이트 입장에서는 자신이 너무 성장하며 팀을 상승세로 이끈 것이 오히려 팀에서 나가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봐야겠네요.




2. 나이트는 왜 미래의 큰 그림에 포함되지 못했을까.


좀 더 어려운 두번째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만들어내는 코칭스태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또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키드가 구상하는 팀에 에이스(맥시멈) 콤보가드의 자리는 없었다.'


취임 이후 키드가 밝혀온 팀의 정체성에 따르면 벅스의 농구는 키드의 선수시절 플레이와도 많이 닮아있는것 같습니다. 수비와 사이즈 우위를 통해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고, 구성원 모두의 개성을 살리며 경기에 참여시키는 농구. 이 두가지 특성은 벅스가 이번 시즌 극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두가지 핵심 요소 수비와 뎁스로 연결될수도 있겠네요.


나이트는 전자에는 적합했지만 후자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본인은 너무 좋은 선수로 성장했지만 키드가 원하는 것처럼 구성원들을 살려주고 유기적인 흐름을 리딩할 수 있는  포인트가드는 아니였던거죠.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전술적으로 보자면(스킵하셔도 괜찮습니다.) 키드가 구상한 벅스의 공격은READ&REACT 오펜스입니다.


 READ&REACT 오펜스는 구성원 모두가 비교적 동등하게 참여하는 자율적인 모션 오펜스와 소수의 선수들이 중심이 되고 파생플레이가 나오는 셋업 오펜스의 혼합형이라고 할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볼핸들러에게는 자율성을 주고, 나머지 네명의 구성원들이 볼핸들러의 생각을 읽고(READ) 약속된 반응(REACT)을 보이는 리액터로서 움직이는 전술입니다. 모두가 같이 움직이며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모션오펜스이지만, 고정된 하나의 정확한 반응만이 약속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셋업오펜스라고 할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약속된 반응들은 총 17~20개의 레이어(층)로 이루어져서 층별로 단계적인 훈련을 통해 습관처럼 몸에 베게합니다. 각 레이어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그동안 나왔던 다양한 농구전술들이(모션과 셋업 모두) 대부분 녹아있었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전술답게 기존 전술들의 장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고 덕분에 팀을 다져나가는 시기에 어린선수들의 기본을 다져주는 적합한 전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직 정체성도 잡히지 않은 선수들에게 부담스런 자유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볼핸들러 역할을 할때는 개성을 살리게 해주는 장점이 있죠.


밀워키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대학팀에서 뛰는 느낌이 든다고 자주 말하는데,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며 재능보다 전술에 무게중심을 두는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지만 연습때마다 농구의 전술/역사 테스트를 보고 기초부터 다시 체계적인 단계별 훈련을 받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오펜스를 위해서는, 키드가 말년에 보여준 공없이도 리딩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볼핸들러와 리액터들간의 숙련된 호홉과 유기적인 흐름이 필요합니다. 볼핸들러가 자율성을 받았다고 틀에서 벗어나 본인 중심의 플레이를 하기 시작하면 유기적인 흐름은 깨지고 리액터들이 핸들러의 생각을 읽지 못하게 되어 결국 약속된 반응도 나올수 없게 되겠죠.


근본적으로 공을 들고 본인 중심의 플레이를 해야하는 수준의(맥시멈을 받아야 하는) 콤보가드가 이팀의 에이스가  될수 없는 이유입니다. 나이트가 이기적인 농구를 하는 선수는 절대 아니었고 키드도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 지금까지 공존할수 있었지만, 결국 코치와 선수의 마지막 방향성이 달랐다고 봐야할것 같습니다.


사족 1. 비록 근본적인 방향성은 달랐지만 키드와 나이트는 그동안 멋진 호홉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말한것처럼 나이트는 자신의 플레이를 제한하면서까지 팀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키드도 자신의 전술을 당장 고집하지 않고 나이트의 플레이 성향을 많이 인정해주었죠. 특히 클러치에는 마음대로 하게 해주었고 나이트도 많은 빅플레이들로 보답했습니다. 최근에는 쿤보에게 점퍼를 던지게 하고 헨슨에게 혼자 골밑을 책임지게 하는 무리한 주문을 하면서까지 나이트가 익숙해하는 4아웃 1인 드리블드라이브 오펜스를 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키드도 그만큼 나이트를 많이 아꼈다는 증거겠죠. 


사족2. 수비와 뎁스, 유기적인 농구만으로 우승하기 힘들다는 것은 레이커스에 막혀보고 댈러스에서 기적을 맛본(?) 키드가 모를리 없을겁니다. 전술적 준비와 또 다르게 에이스 그리고 슈퍼스타의 존재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죠. 키드가 구상하는 팀에서 좀 특이한 점이라면 슈퍼스타 중심의 의존적인 팀이 아니라, 유기적인 강팀에 슈퍼스타가 첨가돼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시라큐스 출신 포가 두명이 새로 들어온데다 파커의 컴패리즌중 하나가 멜로여서 그런지, 멜로가 화룡점정이 되어 뵈하임에게 유일한 우승을 선물했던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3. 밀워키의 리빌딩은 제대로 가고 있는걸까.


 리빌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너-프론트 오피스- 코칭스태프- 선수로 이어지는 조직 구성원들 간의 호홉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바라보는 목표와 방향성이 같아야 하겠죠. 2년전 38승의 플옵 1라운드팀을 깨고 리빌딩을 선택한 것도 조직의 불협화음때문이었음을 생각해 본다면(오너와 프런트와 코치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생각이 모두 달랐죠.) 지금의 벅스가 당시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것 만큼은 분명해보입니다.  


1. 새로운 오너그룹은 지역사회에 녹아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팀을 원하고 있습니다.

2. 프런트는 장기적으로 우승을 목표로 젊고 열정적이며 즐겁게 농구하는 팀을 추구하고 있구요.

3. 코칭스태프는 비이기적이고 유기적인 팀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젊고 열정적인 벅스의 선수들은 모두가 참여하는 즐거운 농구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매력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경기장에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지역 폭스TV 레이팅에서도 전년에 비해 340% 상승 했을 만큼 (르브론이 돌아온 클리블랜드가 150% 증가로 2위) 다시 팬들의 사랑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좋은 호홉은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나이트와 샌더스라는 주전 1,5번 / 공수 핵심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이 팀이 흔들리지 않을거란 믿음을 줍니다. 


이제 쿤보가 이번 플옵 경험치 이벤트를 잘 치르고, 

파커가 자신을 위해 완벽하게 세팅된 판에 멋있게 돌아오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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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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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heSHOT | 작성시간 15.02.23 MCW 본인에게는 굉장한 시험대가 될 거에요. 팀동료가 뛰어나지 못해서 양해되었던 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고, 템포를 최대한 올리면서 세트 오펜스를 줄이는 것에만 집중했던 필리 시절과는 다르니까요. 게다가 처음으로 PO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도 높고요. 신장이 나이트보다 크기에 length를 이용한 스위치 수비 전술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슛이 워낙 폭망이고 운동능력도 발군은 아니지만 아직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봐요. 디펜딩 챔프 상대로 거의 쿼드러플더블을 한 신인의 데뷔는 흔한게 아니니까요. 사족-듀크팬 입장에서 냉정히 보자면 파커에 대한 기대는 줄이심이..ㅎㅎ 수퍼스타 MATERIAL은 아닌듯요
  • 답댓글 작성자underdog1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23 새로 영입된 선수들에 대한 예상은 최대한 자제했지만, 마카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바스케즈 이후로 메요 옆에 그렇게 붙여놓고 싶었던 장신 포가라서요.(메요팬의 망상) 그리고 파커야....개인적으로 르브론 듀란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컴패리즌으로 자주 언급되는 멜로나 피어스까지는 올라갈거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쿤보도 있으니 그렇게만 커줘도 좋겠습니다.ㅎ
  • 작성자LONG2 | 작성시간 15.02.24 머리 속으로 맴돌고 있던 생각들이 이렇게 보니까 정리가 되네요. 마샬과 나이트의 중간형인 MCW를 데려온 느낌인데 이 친구가 어느 정도까지 크는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정성어린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__)
  • 답댓글 작성자underdog1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2.26 나이트(득점력, 클러치 능력, 운동능력, 얼굴, 내구성, 슈팅력, 성장속도, 수비력) + 마샬(패싱능력, 코트비전) + 사이즈업 = 마카윌
    중간형이라니 이렇게 되는건가요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LONG2 | 작성시간 15.02.26 underdog15 나이트의 패싱능력과 켄달의 득점력이 되면 대략 곤란할테니까요 ㅋㅋㅋㅋ 농담이고 말씀하신 대로만 잘 컨버젼 되면 리그 씹어먹는 거대 포가가 되겠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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