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스타들의 소소한 과거 이야기’ 3편 – 다 입니다.
* 평어체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동영상은 유투브 펌
다 – 두뇌
미국 대학농구를 많이 참고해서 만들었다는 ‘슬램덩크’에서는 주인공 팀인 북산의 선수들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못 받으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주장이자 생긴 것과 다르게(?) 공부를 잘하는 채치수의 집에 모여서 밤샘 공부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NBA 선수들 중 채치수 같은 두뇌파들은 누가 있을까.
(1) 에메카 오카포(01-04, 유콘)
코네티컷 조기졸업자
NBA에서 ‘공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 에메카 오카포는 대학교 생활만 따지면 어떤 NBA 선수보다 화려했다. 01-02시즌부터 03-04까지 유콘 소속으로 3시즌 동안 103경기 모두 주전으로 출장했으며 3학년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인 2004년, 우승반지와 함께 토너먼트 MOP까지 수상했고 2004년 NBA 드래프트 전체 2위로 샬럿 밥캐츠에 입단했다.
3학년 시즌에 우승을 하고 NBA 드래프트에 참여했다고 하면 우승 프리미엄으로 주가가 최상일 때 드래프트에 나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오카포는 아니다. 미국에서 최고 명문 중 하나로 꼽히는 유콘(코네티컷)에서 무려 Finance(재무)를 전공한 오카포는 3년 만에 조기졸업을 해서 졸업장을 받고 NBA 무대에 진출했다. 학점은? 4점 만점에 3.8점.
[에메카 오카포 Career 하이라이트]
대학 시절의 퍼포먼스, 픽 순위에 비해서 NBA 커리어는 다소 아쉬웠으나..
(2) 제레미 린(06-10, 하버드)
하버드 학사 출신 농구선수
불꽃이 길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화려했던 남자, ‘린세니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던 제레미 린은 NBA에서 보기 드문 동아시아계, 그리고 출신 학교가 하버드라는 점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하버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탑클래스 학교로 유명하지만 사실 농구로 유명한 학교는 아닌데 린은 고등학교 때 농구 장학생이 아닌 성적으로 하버드를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재였으며 최종적으로 어떤 학교에서도 장학금 오퍼를 받지 못했고 하버드 입학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대학교 순위로 하버드와 Top 2라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명문, 스탠포드(하버드와 달라 스탠포드는 농구도 수준이 높다.)가 마지막까지 장학금 오퍼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오퍼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고 린은 본인이 나고 자란 캘리포니아를 떠나 머나먼 동북부 끝, 하버드를 선택했다.
린이 하버드에서 전공한 과목은 경제학으로, 학점이 3.1로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입학보다 졸업이 훨씬 어렵다는 하버드에서 졸업장을 따내며 하버드 경제학 학사가 되었다.
[제레미 린 Career Top 10 하이라이트]
(3) 팀 던컨(93-97, 웨이크 포레스트)
누구보다 심리학을 게임에 잘 이용했던 사내
이번에 소개할 팀 던컨은 유콘 조기졸업의 에메카 오카포나 하버드에 입학한 수재, 제레미 린처럼 압도적인 학업 성적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착실하게 대학교를 4년 다 마치고 졸업장을 따고 NBA 드래프트에 나왔으며 본인이 대학 시절 공부했던 전공을 누구보다 잘 써먹었던 선수로 알려져 있다.
팀 던컨이 전공한 학부는 ‘심리학’으로, 팀 던컨은 사립 명문 대학, 웨이크 포레스트 심리학 학사답게 코트 내에서 어떤 상황, 어떤 트래쉬 토크와 마주해도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던 선수로 유명하며 코트 밖에서 멘탈이 흔들리는 동료들도 던컨과 면담을 하면 바로 안정을 되찾기도 했다는 일화들도 많다.
던컨은 또한 ‘Tim Duncan Foundation’이라는 기부 재단도 설립해서 본인의 고향인 버진 아일랜드와 커리어 내내 몸담았던 샌안토니오 지역사회에 기부도 많이 하는 등 ‘모범생’ 그 자체의 커리어를 보냈고 실력, 인성, 수상 실적, 우승 반지(+패션 감각..) 등 어떤 분야에서도 역대 파워 포워드 No.1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고 당분간 파워 포워드 No.1 자리를 뺏을 선수는 현재까지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4) 러셀 웨스트브룩(06-08, UCLA)
LA의 수재
농구 코트에서는 아주 스마트하게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러셀 웨스트브룩 역시 두뇌파에 빠질 수 없는 선수이다. LA 위성도시 중 하나인 롱비치 출신의 웨스트브룩은 인근의 루징거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농구보다는 공부로 주목받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당시 웨스트브룩은 173cm에 64kg, 일반인치고도 왜소한 체격에 불과했으며 졸업 학년 전까지 단 한 통의 대학교 리크루링 레터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학점은 무려 3.9였고 졸업 시즌 여름에 키가 6-3(191cm)까지 크면서 농구, 공부로 모두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단순히 농구만 잘해서는 입학할 수 없는 미국 서부 최고 명문인 스탠포드와 링크가 계속 뜨기 시작했다. 웨스트브룩의 학점은 스탠포드에 입학하기에 충분했으며 신체조건도 가드 포지션에서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고 무엇보다 스탠포드가 당시 가장 필요했던 포지션이 포인트가드였다.
하지만 스탠포드는 결국 장학금 오퍼를 하지 않았고 웨스트브룩은 UCLA의 벤 하울랜드 감독이 내민 손을 잡고 UCLA로 입학을 하게 된다. 웨스트브룩이 뛴 2시즌 동안 UCLA는 모두 파이널 포(NCAA 토너먼트 4강)에 올랐으며 1학년 때 거의 벤치만 지켰던 웨스트브룩은 특유의 스마트함으로 1학년이 끝나고 비시즌에 부단한 노력을 통해 2학년 때 완전히 주전 포인트가드로 올라섰고 팀을 파이널 포에 올리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무려 NBA 드래프트 4번 픽으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에 지명을 받게 된다.
만약 웨스트브룩이 스탠포드로 갔다면 전미 최고의 빅맨들이었던 브룩 로페즈, 로빈 로페즈 쌍둥이와 최고의 인 앤 아웃 콤비를 이뤄서 스탠포드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을까..?(웨스트브룩과 UCLA가 파이널 포에 연속으로 올랐던 그 두 시즌, 스탠포드는 로페즈 쌍둥이가 있었음에도 가드 포지션 약점으로 각각 1라운드 탈락, 16강 진출에 그쳤다.)
(5) 제일런 브라운(15-16, UC버클리)
외국어와 화학, 체스를 모두 섭렵한 팔방미인
듀크와 켄터키라는 리크루팅 양대 산맥이자 수많은 원앤던을 배출한 학교 때문에 많은 서부의 슈퍼 유망주들이 동부로 건너가는 케이스는 꽤 많았지만 반대로 동부의 스타들이 서부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지아 주 출신의 제일런 브라운의 UC버클리 행은 꽤나 의외의 선택이었다.
가공할 만한 운동능력과 준수한 사이즈로 5스타 유망주였던 브라운은 전통의 명문인 UNC, 캔자스, 켄터키, 미시간과 조지아 주 내 최고 명문인 조지아 테크, 조지아에서도 모두 오퍼를 받았음에도 UC버클리 행을 택했다. 브라운의 이 선택에는 같은 조지아 주 출신이자 고등학교 선배이면서 UC버클리 출신인 샤리프 압둘-라힘, 그리고 당시 감독이었던 쿠온조 마틴과의 과거 인연 등이 많이 좌우했지만 이 외에도 UC버클리가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교였다는 것도 꽤 큰 이유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웨스트브룩처럼 브라운 역시 코트 내에서 아주 영리한 느낌의 선수는 아니지만 현역 선수 중에 브라운만큼 공부를 잘했던 선수는 찾기 힘들 만큼 수재가 제일런 브라운이다. 대학교를 1년만 다니고 NBA로 나온 브라운이지만 첫 학기에 화학 과목에서 ‘Master – 가장 최상위’ 클래스를 수강하였으며 전세계에서 수재들만 모인다는 UC버클리 체스팀에서도 최고 실력자 중 하나였고 짧은 기간 동안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만큼 언어적으로도 뛰어난 학생이었다.
시즌을 치를수록 급격한 발전을 통해 NBA 올스타까지 될 수 있었던 것도 브라운이 누구보다 냉철하게 본인의 약점을 판단하고 매년 비시즌마다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해 철저한 훈련 프로그램과 스케줄을 짜서 트레이닝에 매진한 덕분이다. 비록 다소 불안한 핸들링과 좁은 시야는 많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지만 루키 시즌에 평균 6.6점을 넣었던 선수가 4번째 시즌에 20점 돌파, 5번째 시즌에 올스타 선정, 7번째 시즌인 지난 22-23시즌에는 무려 26.6점을 넣으며 이제는 슈퍼맥스(연 60밀) 계약 얘기까지 나오는 선수로 성장했으며 이는 브라운의 스마트함이 없었으면 쉽게 될 수 없었던 경지일 것이다.
(6) 라존 론도(04-06, 켄터키)
수학 천재
NBA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 은퇴 이후 감독직을 가장 잘 수행할 선수와 같은 설문을 돌리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라존 론도는 학창 시절부터 ‘수학 천재’로 명성을 떨쳤다. 론도의 과거 선생님들은 론도가 너무 수학을 잘해서 그의 수학 마스터 정도를 시험하기 위해 따로 설계된 특별 시험 문항을 만들었다고 얘기할 정도이며 론도는 훈련이 없는 쉬는 날에 재미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산수를 가르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고 고등학교에서 ‘Algebra – 대수학’을 가르치는 것이며 론도 특유의 괴짜 같은 천재 포쓰는 여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라존 론도 – 클러치 타임 수비 지시]
코트 위의 감독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선수가 아닐까.
(7) 메이슨 플럼리(09-13, 듀크)
미국 대학교 스포츠 최고의 Role Model
미국 남부의 최고 명문대하면 빠지지 않는 듀크에서 메이슨 플럼리는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복수전공했다. 그리고 미국 NCAA의 남녀 모든 스포츠 선수들 중 가장 똑똑한 선수들만 모아서 선정하는 ‘Academic All-American’에 4년 중 두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수재 중의 수재였으며 이는 유구한 스포츠 역사를 자랑하는 듀크에서도 플럼리가 10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업적이다.(플럼리보다 약 10년 전에 셰인 베티에가 2년 연속 뽑힌 적이 있다.)
입학할 때 전공으로 심리학을 선택한 플럼리가 나중에 제 2전공으로 문화인류학을 꼽은 이유 역시 의미가 깊다. 듀크 농구단은 프리시즌에 중국과 UAE의 두바이로 트립을 떠났는데 이 때 아시아의 문화를 보고 감명을 받은 플럼리가 이 분야를 조금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플럼리는 졸업 학점 3.36으로 졸업장을 땄으며 본격적인 주전으로 올라선 2~4학년, 3시즌 동안 평균 30분을 뛰면서 단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았다. 본인이 주축은 아니었지만 1학년 시즌에 우승반지까지 획득했던 플럼리. 그가 괜히 듀크 동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아니다.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누구보다 잘 잡은 미국 NCAA가 지향하는 최고의 운동선수의 롤모델이 바로 메이슨 플럼리였으며 부족한 슈팅력과 빅맨으로 크지 않은 사이즈임에도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평균 25분 이상이나 출전시간을 받으며 어느 팀에서나 중용받는 이유도 그의 똑똑함과 열정 때문이 아닐까.
[메이슨 플럼리 유려한 핸들링 모음]
가장 저평가된 컨트롤 타워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