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시리즈 2탄, “(2) 단 한 시즌의 동행, MVP를 만들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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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감을 잡은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오늘은 바로, CP3, 크리스 폴과 SGA,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의 관계에 대해 한 번 써보려고 한다.
지금 NBA에서 가장 핫한 사나이 중 하나이자 대부분의 매체에서 MVP 레이스 Top 3로 꼽고 있는 서부 컨퍼런스 1위, OKC의 에이스인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이하 SGA)는 ‘OKC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미지가 진하지만 OKC에서 데뷔한 성골(?) 프랜차이즈는 아니다. SGA가 OKC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뒤에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SGA는 LA 클리퍼스에서 201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1번 픽으로 선택을 받고 2년차이던 19-20시즌을 앞두고 폴 조지의 반대 급부 중 하나로 OKC로 이적하게 되었다. 클리퍼스에서 82경기 전 경기 출전을 했고 그 중 73경기를 주전으로 나오면서 평균 10.8점을 기록, ROY 투표에서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의미있는 루키 시즌을 보내기는 했지만 과연 한 팀을 이끄는 에이스 롤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가 붙은 상태로 OKC로 온 SGA는 여기서 그의 인생을 바꾸는 멘토, CP3를 만나게 된다.
CP3와 SGA가 같은 유니폼을 입은 시기는 비시즌까지 잡아서 Total 17개월이 전부였으나 그 17개월은 SGA의 인생, 나아가서는 현 NBA 판도까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 폴은 OKC에 합류하자마자 당시 21세를 갓 넘긴 SGA를 보고 바로 본인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고 회고한다. 폴이 OKC에 있었던 시기, SGA는 소위 ‘찰거머리’처럼 24시간 CP3와 붙어 있으면서 코트 내외에서 폴의 모든 노하우를 본인의 것으로 흡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실제로 폴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거의 동거하다시피 하면서 매일 아침, 저녁을 같이 먹고 틈만 나면 G리그 경기를 보러 가거나 농구 관련된 대화를 하면서 농구에 파묻혀 지냈다고 한다. 폴은 SGA를 가리켜 농구 중독자(Junkie)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 스승-제자 관계를 넘어 폴은 SGA의 어머니와, SGA는 폴의 아이들과도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될 정도로 가족 같은 사이를 현재도 유지하고 있으며 아마도 SGA가 MVP를 받는 순간이 온다면 소감에서 크리스 폴의 이름은 가족 다음으로, 어쩌면 가족보다도 먼저 호명될지도 모른다.
처음에 크리스 폴이 OKC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SGA는 폴이 진짜로 OKC에 합류할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한다.(사실, 이건 SGA뿐 아니라 농구 관계자나 팬들도 당시 폴의 우승 열망과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우승후보 팀으로 다시 이동하지 않을까 봤었고 한 시즌을 풀로 뛸 거라고 전망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폴이 OKC에 오는 것으로 결정한 이후에도 그는 폴과 코트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SGA는 본인 스스로를 포인트가드라고 생각했고 CP3는 전세계 농구팬이 아는 최고의 퓨어 포인트가드였기 때문이다.
비시즌부터 동거동락하고 농구 얘기를 나누면서 폴은 SGA에게 포인트가드로써의 덕목을 가르쳤으며 “당장 이번 시즌 우리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니가 조금 더 득점에 집중을 해줘야 해.”라면서 스코어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해 주었다.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하나인 폴에게 포인트가드 수업을 받으면서 실전에서는 폴의 꿀패스를 받으며 득점에 집중한 결과로 SGA는 지금 최고의 스코어러이면서 리딩까지도 A급으로 할 수 있는 최상급 듀얼가드가 되었다. 그리고 폴의 가르침대로 수비도 게을리 하지 않는 선수가 되면서 현 NBA 가드 포지션에서 SGA급으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선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으로 성장했다.
[OKC 데뷔전에서 커리어 하이인 26점을 터뜨리며 전설의 발걸음을 시작한 SGA]
<끝을 모르는 성장, SGA 데뷔 시즌 ~ 지난 시즌까지의 평균 기록>
18-19 : 10.8점 2.8리바운드 3.3어시스트 1.2스틸 야투 47.6%
19-20 : 19.0점 5.9리바운드 3.3어시스트 1.1스틸 야투 47.1%
20-21 : 23.7점 4.7리바운드 5.9어시스트 0.8스틸 야투 50.8%
21-22 : 24.5점 5.0리바운드 5.9어시스트 1.3스틸 야투 45.3%
22-23 : 31.4점 4.8리바운드 5.5어시스트 1.6스틸 야투 51.0%
23-24 : 30.1점 5.5리바운드 6.2어시스트 2.0스틸 야투 53.5%
그렇다면 크리스 폴은? OKC에 합류할 당시 34세였던 폴은 세 시즌 연속 20경기 이상 결장하면서 단골이던 올스타 무대도 밟지 못하고 있었으며 특히 직전 시즌인 18-19시즌에는 득점(15.6점), 야투 성공률(41.9%) 모두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며 이제는 완전히 꺾인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SGA와 시너지를 내면서 폴은 이 시즌 정규시즌 단 2경기 결장하면서 17.6점 6.7어시스트, 야투 48.9%로 완벽 부활, 올스타는 물론이고 MVP 레이스에서도 7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완전히 회춘했다. 그리고 이 시즌 직후 피닉스 선즈로 트레이드되어서도 두 시즌 연속 올스타 선정에 이어 파이널 무대까지 밟았으니 폴 입장에서도 SGA는 누구보다 고마운 후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크리스 폴 & SGA 듀얼 하이라이트 vs 휴스턴 로케츠, 2020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
CP3 : 26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 SGA : 23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
자, 그렇다면 이제 CP3와 SGA가 OKC에서 뭉치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케빈 듀란트의 충격적인 골든스테이트 이적 이후, OKC는 러셀 웨스트브룩의 새로운 파트너로 폴 조지를 데려왔고 폴 조지는 2018년 여름에 OKC와 5년 연장 계약에 합의하면서 이 듀오가 당분간은 OKC를 이끌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연장 계약을 맺은 첫 시즌인 18-19시즌, 조지는 커리어 하이 득점(28.0)과 스틸(2.2)을 기록하면서 MVP 3위, DPOY 3위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로 팀에 보답한다. 이때까지는 모두가 행복한 듯 보였으나.. 문제는 플레이오프였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OKC는 3번 시드의 포틀랜드를 맞아서 이렇다 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4로 패배했다. 폴 조지로써는 OKC에서 2시즌 연속 1라운드에서 허무하게 탈락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 손을 내민 것이 이 시즌 우승팀이었던 토론토 랩터스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였으니 FA 신분인 레너드가 클리퍼스 측과 협상을 하면서 폴 조지를 트레이드로 데려온다면 계약을 하겠다는 조건을 건 것이다.
러셀 웨스트브룩과의 공존에 한계를 느낀 조지 역시도 구단에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압박을 하면서 결국 OKC와 클리퍼스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OKC는 베테랑이었던 다닐로 갈리날리, 당시 루키였던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그리고 4장의 1라운드 픽, 3장의 픽 스왑 권리에 폴 조지를 클리퍼스로 트레이드한다. 이렇게 리빌딩 버튼을 누른 OKC에서 30대로 접어들면서 1년 1년이 소중한 웨스트브룩 역시 남아 있을 수가 없었으며 결국 OKC는 당시 제임스 하든과 불화를 겪고 있던 크리스 폴 + 1라운드 픽 4장과 러셀 웨스트브룩을 교환한다.
종합해보면 OKC는 러셀 웨스트브룩을 크리스 폴로, 폴 조지를 SGA로 바꾸면서 엄청난 수의 드래프트 픽까지 챙긴 것이다. 이 때 받은 픽 중 하나가 지금 OKC에서 올스타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워드, 2022년 12번 픽의 제일런 윌리엄스이며 무서운 점은 아직도 많은 픽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의로 의기투합해서 모인 것이 아닌 구단 대 구단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모인 폴과 SGA는 무려 띠동갑이 넘는 13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최고의 도움을 주는 멘토-멘티가 되었으며 이런 스토리라인이 많은 팬들이 OKC의 미래를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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