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명상이 안될까?

작성자무명자|작성시간26.03.23|조회수270 목록 댓글 0

 

 

 

 

 

 

 

 

 

 

 

동양 철학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명상이

현대 심리학과 뇌과학에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스트레스 조절 및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명상은

 

전전두엽(감정 조절, 충동 억제)을 자극함으로써,

편도체(위협 감지, 공포 및 불안 반응)의 반응성을 약화시키며,

자율신경계의 밸런스(교감신경 ↓, 부교감신경 ↑) 또한 안정화시킵니다.

 

그 결과, 마치 아무런 위협이 없는 상태처럼 지극히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돼요.

 

이러한 유익성으로 인해,

명상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필수적인 생존 스킬에 가까워지고 있죠.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 명상이라는 기술이 생각보다 더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겁니다.

 

명상 좋은 건 알겠는데, 나는 아무리 해 보려 해도 안 되더라는 거예요.

 

남들이 하는 거 볼 땐, 쉬워보이던데 나는 왜 안 될까?

 

흥미롭게도 초심자들이 명상에 실패하게 되는데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명상 초심자들의 실수

 

 

 

 

 

 

당신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심장을 옥죄어오는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 당신은 온라인 수업에서 배운 명상을 시도해 본다. 조용한 장소에서 자세를 잡고 최대한 마음을 비우려고 하지만, 심장은 쿵쾅거리고 머릿속엔 별의별 생각들이 잔뜩 떠오르고 있어 3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금방 일어나 버린다. 자, 여기에서 잘못된 그림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부분 명상을 ‘위기의 기술’로 이해합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해졌을 때,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을 때,
그때 비로소 명상을 떠올리곤 하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때가 명상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우리의 신경계는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된 상태에 놓입니다.

 

심박수는 올라가고,

호흡은 얕아지며,
주의는 외부 자극과 내부 생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게 돼요.

 

이 상태에서

우리가 차분히 호흡에 집중하기 힘든 이유는
기술 문제라기보다는,
신경계의 조건 자체가 맞지 않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신경계는 이미 전투 모드인데,

이등병이 전장에 주저앉아 호흡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차분히 먹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명상 초심자와 명상 마스터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마스터는 왜 마스터일까?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몸에 익은 기술을 펼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명상이 익숙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곧잘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초심자들은 다르다. 명상이 어떤 감각인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은 매번 자신이 스트레스 받고 있는 상황에서만 명상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몸에 아직 익지도 않은 기술을, 허둥대기 쉬운 전장에서 곧바로 사용하려 하니 이게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겠는가?

 

 

 

 

 

 

제가 바로 그랬습니다.

 

명상에 대한 이론은 머리속에 있었지만,

아무리 해도 명상이란 감각을 느끼지 못해,

아 나는 안되는 구나 라는 생각에 명상을 포기했었습니다.

 

저의 모든 명상 시도는 대부분 제가 너무 힘들 때였어요.

 

명상이 필요없을 땐, 명상을 시도해 볼 생각도 않다가,

명상이 필요할 때만, 매번 명상에 매달려 왔던 거죠.

 

전투 기술이 몸에 익지도 않은 이등병이,

막상 전장에 나가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까요?

 

몸이 덜덜 떨리는 상황에서, 머리속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펼쳐지기나 할까?

 

 

 

 

 

 

명상이 어려운 게 아니라,
명상을 시작하는 "타이밍"이 잘못된 건 아닐까?

 

그러던 중 명상에 대한 관점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때도 강렬한 스트레스에 명상을 시도하다 안돼 낙담하고 있던 터였죠.

 

에라 모르겠다. 사우나나 가자.

 

저는 목욕탕에 가면,

보통 사우나 15분 → 냉탕 5분 → 사우나 15분 → 냉탕 5분 루틴을 지킵니다.

 

 

 

 

이 루틴이 좋은 게,

신체적 유익성뿐만이 아니라, 확실한 힐링의 효과도 있어요.

 

사우나에서 15분을 버티면 급격히 상승한 열에너지로 인해 급성 스트레스가 치솟는데,

그 직후 냉탕에 들어가면 이 열에너지가 감소하며 스트레스가 급감합니다.

따라서, 긴장이 확 풀리며, 쾌감이 상승하고, 안정감이 증가하죠.

 

그날 따라, 냉탕 입수 직후에 "나른한 감각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복식 호흡을 몇 번 했어요.

아마도 집에서 반복적으로 시도했던 게 몸에 익어서 자연스럽게 나왔었나봐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폐와 횡경막, 배에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면서,

점점 더 복식 호흡에 몰입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게 8초 들이마시고 12초 내쉬고 냉탕에서 이걸 열몇번 반복하면서,

점점 몰아일체의 감각적 경험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몰입될 때의 감각은 뭐랄까?

 

나는 사라지고 내 감각만이 극대화돼

목욕탕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마치 폭포 소리처럼 느껴지고

숨이 내 폐로 들어오는 감각과 차가운 물이 내 피부에 닿는 감각까지

소름끼치게 뚜렷이 각인되는 경험이었어요.

 

그때 처음 명상으로 인한 희열이란 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제껏 필자는 명상을 무너진 상태를 복구하는 기술이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명상은 "안정된 상태를 더 깊이 학습하는 기술"이었다. 따라서, 차분하고 안정된 상태야말로 명상을 시도하는 가장 나이스 타이밍인 것이다.
명상의 대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쉽게 탈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상황이든지 담대함을 유지할 수 있기에, 애당초 과도한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 쪽에 가깝다. 이는 전전두엽의 기능 강화로 인한 감정 조절 능력(편도체 조절)의 비약적 상승 덕분에 가능하다. 당신의 뇌가 안정을 더 깊게 학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명상을 습관화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세요.

 

'어떻게 명상을 해야 할까?'가 아니라,
'어떤 상태에서 명상을 시작해야 할까?'로 말이죠.

 

초기에는
이미 몸과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많이 시도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시간은 길지 않아도 괜찮아요.

5분 내외로 호흡의 움직임을 느끼는 데만 집중합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 느껴지는 감각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
명상은 점점 더 낮은 노력으로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며,

어느 순간부터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는 상태가 돼요.

 

명상은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닙니다.


평온한 순간에 미리 만들어두는 여러분의 "안정 재고(Peace Inventory)"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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