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단골 미용실이 있을 겁니다.
재밌는 점은,
사실 지금 다니는 미용실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다른 곳으로 옮기자니 번거롭고 귀찮은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거죠.
집이랑 가까운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다시 설명해야 하고,
원장님이 내 헤어 특성을 파악하기까지 또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결국 우리는,
현재의 미용실이 최고라서가 아니라,
새로운 미용실로 옮기는 게 훨씬 더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계의 비용
관계 구축 비용이란,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등등
서로의 니즈와 경계를 맞춰가는 과정 말이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다"
기보다는,
"새로운 관계를 세팅하는 게 귀찮다"
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누군가를 새로 알아감에 있어서,
즐거움보다 번거로움이 더 크다면,
굳이 인간관계를 확장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특히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일, 양육, 부모 봉양, 건강 문제 등)로 인해
만성적인 에너지 저하에 시달리는 30대 이상의 경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이상 비용을 넘어설 정도의 효용을 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인간관계가 더이상 확장되지 못하고 유지되거나 오히려 축소되는 패턴을 보이죠.
반대로,
이미 형성된 관계를 정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벌써 몇년을 함께한 연인,
매일 마주치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생각해 봅시다.
설령 그 관계가 지금 매우 안좋을지라도,
막상 끊어내려고 하면 여러 감정들이 따라올 겁니다.
죄책감, 상실감, 불안감, 새로운 관계에 대한 부담감 등등.
이것이 바로 관계 이탈 비용입니다.
때로는, 이 관계의 효용이 거의 없음에도,
단지 이탈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죽은 관계를 억지로 이어 나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이렇게 생명력이 다한 관계를 억지로 붙들고 사는 삶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 없는 비효율의 극치라고 볼 수 있죠.
결국, 이탈 비용 때문에 큰 곤욕을 치룬 사람일수록,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가 꺼려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소중해지는 사람은
가장 좋은 사람이 아니라 가장 편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농담에 웃는지,
어떤 순간에 상처받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맞춰주는 사람.
그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의 관계 구축 비용을 함께 지불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찾기보다,
이미 내 삶 속에서 검증된 사람들을 곁에 남기는 쪽을 선택하게 돼요.
젊은 시절의 인간관계가 확장의 과정이었다면,
나이가 든 후의 인간관계는 "최적화 과정"에 가깝달까?
결국, 나이를 먹어서도 내 곁에 남는 사람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함께라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들일 겁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