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은 게임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
게임 산업은
보상 시스템이 인간의 행동을 얼마큼 잘 동기화시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죠.
가령,
RPG나 시뮬레이션 류의 게임을 하다 보면,
속칭 '노가다'라고 불리는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게임에서 쓰이는 재화나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있는데,
유저들은 노동의 대가로 "반드시" 재화나 아이템 등이 나에게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도 그 지루하고 재미없는 노동을 반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게임이 현실과 다른 점이죠.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는,
내가 노력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점.
즉, 현실은 내 노력에 대한 기대값이 게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구조라는 겁니다.
불확실성과 노력의 관계
인간은 계획의 단계에서 기대값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이걸 시작하기만 하면,
원하는 걸 언젠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합니다.
진창에 발을 들이밀고 나서야,
여기가 녹록치 않은 전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요.
철수는 남들처럼 열심히 하면, 당연히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처음 몇개월간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죠.
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어퍼컷을 맞고 나서, 열정이 곧 식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모든 과정이 낭비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니,
더이상 노력을 위한 동기 부여가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성과랄 게 딱히 없으니,
이건 내 길이 아닌가보다라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것이 어쩌면 인지상정이겠죠.
우등생들은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까?
충분히 가져볼 법한 의문이죠.
쟤들은 게임도 안하고, 친구들이랑 노래방도 안가고,
맨날 그 지겹고 하기 싫은 공부에만 매달려 있는데, 인간이 어떻게 저러고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우등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공부를 마치 "게임처럼" 하고 있다는 거예요.
내가 이 정도 열심히 하면,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체득하면서,
공부에 대한 기대값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게임에서 노가다하면 아이템 받듯이, 매번 노력해서 좋은 등수를 받아왔다?
공부 자체가 재밌다기보다는,
공부를 해서 99.9% 보상을 받는 이 시스템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만족감을 얻는 것이겠죠.
즉, 노력에 대한 보상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불확실성이란 족쇄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훨씬 더 기꺼이 노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룬 거 하나 없는 초보 유튜버가 유명 유튜버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성과 시스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유명 유튜버들이 초보 유튜버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기꺼이 일하게 됩니다.
내 노력의 대가가 눈에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간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인 것입니다.
따라서 관건은 어떤 일을 하든지간에,
내 노력의 대가가 확연히 눈에 보일만큼 성장할 때까지 인내하고 버티는 일이 됩니다.
물론, 쉽지 않겠죠.
불확실성과의 기나긴 싸움에서 버티고 이겨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자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 길고도 지루한 무(無)보상의 길을 거쳐왔을 겁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목표한 바를 이루고 싶다면, 어쩌겠어요?
현실이 게임처럼 느껴질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야죠.
나의 노력이 헛된 수고로움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달콤한 과실로 돌아올 것임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인내할 수 있다면,
그 때는 하기 싫은 일들도 더 쉽게 해낼 수 있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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