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는
노력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믿음입니다.
여기서 보상은 외적 보상을 의미합니다.
타인의 인정, 칭찬, 환호, 돈, 명예 등등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내가 아무리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해도,
그걸 인정해 줄 지 말 지 여부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들이 볼 땐,
내 노력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고,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내가 싫을 수도 있고, 내가 잘 되는 것이 못마땅해 훼방을 놓고 싶을 수도 있고
애당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인 것입니다.
똑같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정성을 다하고 노력을 기울이면,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통제 영역 밖에 존재합니다.
에너지 절약
부모들이 가지게 되는 가장 흔한 착각 역시
우리 아이를 내가 원하는 대로 키울 수 있다라는 왜곡된 믿음입니다.
아이는 내 핏줄이고 내가 애기 때부터 키워온 존재니까,
내 통제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심리학에는 연장된 자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영아들의 발달 단계 중, 자아(나)와 피아(세계)를 구분짓는 과정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소유물까지" 내 자아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장된 자아의 개념이 강하게 발달할수록,
내가 입는 옷, 내가 타고 다니는 차,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고 믿게 돼요.
※ 내 자아가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에까지 연장되어,
가치 있는 물건이 곧 내 자아의 가치를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게 됨.
뿐만 아니라,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까지도 이 연장된 자아의 개념이 적용됩니다.
가족이나 연인, 또는 나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
따라서, 그들이 잘되면 마치 내가 잘된 것처럼 기뻐하게 되고,
그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과몰입해서 개입하게 되죠.
즉, 부모들이 자식의 인생을 계획하고 푸쉬하는 것,
그리고 내 바람대로 애들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 것 모두
본질적으로는, 내 자아가 아이에게까지 연장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나의 일부)
아이의 모든 것들이 내 통제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벌어지는 일들인 것입니다.
부모들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아이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아이에게 투영되어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일까?
애당초 부모와 자식은 별개의 인격체입니다.
따라서, 부모에게 자식은 타인이죠.
타인은 비통제요인에 해당됩니다.
자녀의 양육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의무이지만,
자녀를 내 바람대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국, 비통제요인을 통제하기 위해 들어가는 헛된 노력에 불과하게 됩니다.
자녀조차도 이럴진데, 타인이야 오죽할까요?
자녀조차도 못 바꾸는 게 인간인데, 다른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통제하고자 하는 노력이 좌절됨에 따른 분노
vs
누군가 날 통제하려 한다는 위협감에 따른 분노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이 다른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쓴 방법은 대략 두가지입니다.
① 공포로 통제하기 (체벌)
② 욕망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통제하기 (보상)
결국,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은
보통의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나서, 위의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보통 가스라이팅으로 귀결되기 마련이죠.
다른 사람들에 대한 통제가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끝나든,
남는 건 결국 누군가의 부서진 마음 뿐일 겁니다.
인생을 가장 깔끔하게 사는 방법은
통제요인과 비통제요인을 구분한 후, 통제요인에만 집중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또한 통제요인에는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한 것만 있어야지, 나의 연장된 자아가 개입해서는 안 되겠죠?
변화는 항상 타인의 의지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만 추구됩니다.
변화란 상품은, 방문 판매한다고 해서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에요.
가게를 차려놓고 앉아 있으면, 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서 사 가는 상품이죠.
※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꼰대라 불린다.
반면, 내가 요청했을 때 나에게 조언을 해 주는 사람들은 멘토라 불린다.
그러니, 누군가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마음 속으로 통제력의 원을 그려보고
저 사람을 바꾸는 것이 과연 내 통제영역 안에 있는 일인가를 한 번 타진해 보세요.
그 일에 내 노력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아마 당신의 인생은 그것 말고도 당신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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