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행복해지는 이유

작성자무명자|작성시간24.09.27|조회수2,986 목록 댓글 2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좋은 점 한가지는

 

어렸을 땐 그렇게 중요해 뵈던 것들도 살아보니 그리 중요친 않더라

 

는 걸 깨닫게 되는 "경험자의 연륜"이 아닐까 싶습니다.

 

철이 들 무렵부터 본능적으로 이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지만,

막상 이게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스스로를 다그치고 자책도 많이 했던 기억들.

그런데 나이를 먹어보니, 세상을 오래 살아보니

어라? 이게 내 생각만큼 그렇게 절실하고 중대한 건 아니었네?

라고 생각에 변화가 오게 되죠.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관계의 노화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 젊었을 땐,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취미생활도 하고, 이 모든 게 가능했었지만, 40대만 되도 에너지가 딸려서 불가피하게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때 가장 먼저 떨어져나가는 것이 보통은 인간관계이다. 나에게 정말 가치있는 관계가 아니고서는, 에너지 부족 현상으로 인해 잡다한 관계들이 제일 먼저 정리되기 마련인 것이다.

 

 

 

 

 

 

사실 관계라고 해서 모든 관계가 다 유의미하고 가치롭지만은 않습니다.

 

가령,

우리가 초중고 시절에 어떤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가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외로 서로 얼마나 마음이 맞느냐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가입니다.

 

같은 동네라는 이유로,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어울려다니다 보니, 어느새 친구라는 관계로 묶이게 되는 거죠.

 

즉, 우리가 살면서 맺게 되는 다수의 관계들이

심정적 이유(마음이 맞아서)에서가 아닌 물리적 이유(가까이 있어서)에서 맺어진다는 겁니다.

 

 

 

 

 

 

단체 생활을 할 땐, 보통 내 좌우앞뒤에 있는 친구들과 친해질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다. 교실 문 쪽 제일 앞에 앉은 아이가 '흠, 여기서 나랑 마음이 가장 잘 맞는 아이가 쟤구나'라며 창가 쪽 제일 뒤에 앉은 아이랑 친해질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인간이 태어나서 10대 후반까지는 

나 혼자 있는 시간보다 남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왕 남들과 함께 지낼 거, 친하게 지내는 게 훨씬 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누구나 갖게 되고,

집단 생활이 강제되는 청소년기의 특성 상,

자연스럽게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인 성격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지게 되죠.

 

어찌 보면, 내향인 청소년들에게 굉장히 불리한 사회 구조인 겁니다.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알차고 좋은데,

막상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 몇시간도 안 돼.

난 다른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

하루 중 대다수의 시간동안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만 해.

게다가 잘 지내기까지 해야 한다니.

휴. 너무 힘들다.'

 

 

 

 

 

 

우리는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집단 생활로 보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해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받게 된다. '관계는 많을수록, 잘할수록 더욱 좋은 거야!' 따라서 당연히 내향적인 성격이 외향적인 성격보다 내적 갈등이나 고민, 어려움 등을 훨씬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 관계에 몰입하고 매몰되는 이 패턴은 10대 때 가장 강하며,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 쭉 이어지다가, 30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꺾이게 된다. 왜? 30대부터는 관계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까지는 싫어도 해야 하는 인간관계의 강제성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면,

그 시점을 지나고부터는 나의 인간관계에 자유도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즉, 내가 내 시간을 어떻게 보낼 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것만으로도 내향인들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는데,

이것보다 더 반가운 사실은

이 나이대에 접어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아서들 관계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왜냐?

 

에너지가 딸리기 시작하거든요.

 

10대, 20대 때랑은 확연히 다른 에너지 레벨,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일은 해야 하고, 가족도 건사해야 하고.

따라서, 가치가 떨어지는 생활부터 자연스레 청산해 나가기 시작하는 겁니다.

 

친구들에게 만나서 술이나 먹자고 전화를 돌렸는데,

미안, 요즘 너무 바빠서 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난 이미 그 친구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확 밀려났음을 의미합니다.

 

에너지는 딸리고, 시간도 없는데,

이 황금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

 

당연히 나에게 가장 가치있는 일에 써야겠죠.

 

따라서, 30대 중반부터는

외향인들조차 그 많던 관계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해요.

사람들이 너도 나도 관계에 쏟는 시간을 줄이기 시작하니,

내향인들로선 매우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겠죠.

 

10대, 20대 때에 비해서 오던 연락이 많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어떡하면 상대방 맘 상하지 않게 약속을 잡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더 이상 안해도 되잖아요.

 

 

 

 

 

 

혼자만의 시간 확보가 일생의 미션인 내향인들에게 코로나 시대는 좋은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나 목이 좀 까끌한 느낌인데?'라는 한마디면 약속 취소가 하이패스로 이루어지던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40대가 넘어가고 나서부터는 더이상 구실 같은 게 필요 없어진다. 어차피 그 누구에서든지 연락이 서서히 끊기게 되니까 말이다. 이게 희극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은 내향인이고, 이게 비극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은 외향인이다.

 

 

 

 

 

 

1. 관계가 더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
2. 에너지 부족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계가 대폭 축소된다는 점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으로 놓고 보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전반부 40은 외향인들에게 유리한 사회 구조요,

후반부 40은 내향인들에게 유리한 사회 구조가 됩니다.

 

집단 생활과 함께 빡빡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전반부 인생과

개인 생활과 함께 널널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후반부 인생

 

인생의 후반부에선 전반부와는 다르게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을 누가 더 가치있게 즐길 수 있느냐가 행복의 중요한 가늠자가 돼요.

 

이미 연락은 서로서로 끊긴 상태

애들은 얼추 크고 일도 한창일 시절은 지나가면서 내 개인 시간은 서서히 늘어만 가죠. 

 

인생 전반부와는 다르게 나를 위한 시간이 계속해서 많아지는 시기인데,

 

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없음을

누군가는 "공백"처럼 느끼며 외로워 하지만,

또 누군가는 "자유"처럼 느끼면서 이를 반기게 돼요.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을 때 어떤 성격이 유리한가

라는 문제에서 당연히 정답은 내향적인 성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게 중요한 덕목이듯이, 나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한 덕목이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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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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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legend#31 | 작성시간 24.09.27 글 잘 읽었습니다.. 제목을 봤을 때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네요..!^^ 자유가 점점 커지고 있네요ㅎㅎ
  • 작성자SplendorCuz | 작성시간 24.09.28 또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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