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리뷰네요.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자기계발서들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자기계발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오히려 <자기계발서의 함정에서 벗어나기>와 같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위 책의 대략적인 리뷰와 함께 저의 개인적인 자기계발서에 대한 생각도 적어보려 합니다.
자기계발서의 학문적 뿌리는 긍정 심리학에서 시작합니다.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온 분야인데, 최근에 그 효과에 대한 비판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이 개념들이 대중 심리학의 형태로 퍼지면서, 자기계발서나 대중 매체에서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의 대표적인 인물인 마틴 셀리그먼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정서를 높이려고 했지만, 실제 효과는 그리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긍정 심리학 교육 프로그램인 스트래스헤이븐의 경우, 긍정적 감정의 증가와 강점 강화를 목표로 했지만, 학술적 검토에서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또, 미 육군과의 협력으로 개발된 종합 군인 건강 프로그램도 PTSD 예방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비판받았죠. 이러한 사례들은 긍정 심리학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의 한계를 잘 보여줍니다.
'그릿(grit)'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운데요. 앤젤라 더크워스가 쓴 《그릿: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에서 끈기와 열정이 성공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지만, 성공 사례만을 중심으로 한 주장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특히 불리한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그릿이 만능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계발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강조하지만, 실패한 사례는 거의 다루지 않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책은 긍정적 사고와 끈기를 강조하지만, 성공 편향에 빠져서 실제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사회적 요인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넛지(nudge)라는 개념도 긍정 심리학의 연장선에서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할 위험이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이 개인의 행동 변화에만 집중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서의 이러한 한계는 철학적, 인문학적 관점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스토아 철학은 긍정 심리학과 달리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적 상황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면의 미덕과 자기 통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에픽테토스는 고통의 원인이 외부 조건보다는 그 조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았지만, 이는 긍정 심리학처럼 모든 문제를 긍정적 사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스토아 철학은 개인의 통제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적 평화를 추구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또한 긍정 심리학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행복 추구와는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스스로 정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불확실성과 불안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반면 긍정 심리학은 자유와 선택의 긍정적 측면에만 집중하며,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고뇌와 책임을 충분히 다루지 않습니다. 에피쿠로스 철학자 루크레티우스는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지나친 욕망을 경계하고 자연스러운 욕구 충족을 통해 평화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끝없는 성장과 발전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의 메시지가 오히려 개인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만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정체성이 개인의 내적 성찰만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과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긍정 심리학이 지나치게 개인의 내적 변화에만 집중하며 사회적 책임이나 공동체적 가치를 간과하고 있음을 비판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미셸 푸코는 자기계발이 통제와 권력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이 개인의 자기 통제와 성장을 강조하지만, 이는 개인이 스스로를 감시하고 규율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을 내면화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긍정 심리학이 개인의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큰 사회적 통제의 일환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는 긍정적 태도와 개인적 성장의 개념들은 대중에게 매력적일 수 있으나, 그 효과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는 종종 부족합니다. 긍정적 사고나 그릿과 같은 개념들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이를 만능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철학과 인문학의 전통은 인간의 삶이 단순히 긍정적 사고나 개인적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긍정 심리학이 사회적, 존재론적 맥락에서 인간의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제도적 개혁과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의 매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개인의 성장은 물론 사회적 맥락과 그에 수반하는 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긍정 심리학의 원리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맥락과 한계를 이해하며,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내면의 힘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이는 사회적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실패와 고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서의 한계는 또한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더욱 명확히 드러납니다. 긍정적 사고와 개인적 결단력이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데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남깁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지만, 극심한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는 긍정 심리학이 주장하는 모든 문제가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생각과는 대조적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의 한스 카스토르프는 자신의 건강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알프스의 요양원에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그는 결국 절대적인 진리나 단순한 긍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관계와 존재의 모순 속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이러한 문학적 반성들은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결국,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사회적 요인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합니다. 긍정 심리학이 단순한 자기계발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우리는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인문학은 사실 자본주의의 자기계발과 상충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인문학자 중 자기계발서를 긍정하는 사람은 드물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인문학은 단순한 자기계발의 틀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인간의 존재와 삶의 복잡성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과 자기계발서가 제공하는 단순한 해결책이나 긍정적인 태도가 아닌, 인간관계의 복잡성, 사회적 맥락, 그리고 존재의 모순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진정한 성장과 발전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며, 삶의 다양한 측면을 포용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고통과 불확실성을 포함한 모든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가 추구하는 의미 있는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문학적 사고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개인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와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보다 깊이 있는 삶을 영위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길이 될 것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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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Victor Wembanyama 작성시간 24.10.01 아~좋은 글이네요~가끔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희망 또 그와는 모순되게 느껴졌었던 표현하기 힘든 어떤 거부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저에게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글이 아닐까 합니다~좋은 글 잘 봤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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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KobePride 작성시간 24.10.02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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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wAhn 작성시간 24.10.02 그러나 문학의 깊은 은유를 못 읽어내는 사람이 많기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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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ASSA 작성시간 24.10.02 현재의 자기계발서는 기득권들의 체제 유지용(특히 자본주의) 프로파간다 같아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