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10. 국악곡과 연주형태

작성자김수로|작성시간10.05.28|조회수130 목록 댓글 0

우리 한국 사람은 절대적인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건을 사도 서너개, 또는 대여섯개 달라고 하지 정확하게 한 개면 한 개, 두 개면 두 개 식으로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양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렇게 서너개, 또는 대여섯개를 달라고 하면 또 물건을 파는 가게 주인은 눈치껏 알아서 집어 줍니다. 더욱 심한 경우는 손님이 '두서너개'를 달라고 하는 경우인데, 이 때도 가게 주인은 능숙하게 알아서 잘 처리합니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그야말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되지요. 서양인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성간에 연애를 할 때도 '싫고 좋음'의 감정표현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우리식 연애법입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 갑돌이와 갑순이식의 비극적 사랑도 가끔 발생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갑돌이 갑순이식 사랑은 무척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은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부부가 되어 잘 먹고 잘 살았단다' 식으로 좋은 결과로 끝나게 됩니다.

 

이렇게 완곡하고, 비(非)수학적이며, 은유적인 한국인의 기질은 음악의 연주 형태에서도 나타납니다. 국악곡은 서양음악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연주형태가 매우 애매모호합니다. 합주곡이 독주곡으로 연주되기도 하고, 성악곡이 기악곡으로 연주되기도 하는데, 서양곡에 비해 연주형태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국악곡을 통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서 국악곡 중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산회상'의 경우는 연주 형태의 변화를 엄청나게 겪었던 곡입니다.

 

 

조금 속되게 표현해서 국악에서는 곡 하나를 가지고 여러 연주형태로 삶아 먹기도 하고, 지져 먹기도 하고, 볶아 먹기도 하는 셈이죠. 서양 음악에서도 최근에는 어느 특정한 곡을 여러 연주형태로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교향곡은 교향곡, 현악 4중주곡은 현악 4중주곡의 원래 연주 형태를 고수하는게 관례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연주형태로 편곡해서 연주해봤자 원곡만큼은 평가를 못 받습니다. 가끔 '무도회의 권유'처럼 원곡인 피아노곡 보다 편곡된 관현악곡이 더 높이 평가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러나, 국악에서는 연주형태가 달라져도 대등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국악곡에서 연주형태가 비교적 자유롭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기질탓도 있지만 국악곡 자체의 음악적 특징에도 큰 원인이 있습니다. 예컨대, 국악곡에서는 합주곡이 독주곡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한데, 이러한 경우는 국악 합주곡의 각 파트가 독립된 가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국악은 화성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이 아니므로 합주곡에서 각 파트가 어느 특정파트에 매어 있지 않고 그 파트 나름대로 최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락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그래서, 한 파트만 떼어서 연주하면 독주곡이 되고, 두 파트만 떼어서 연주하면 병주(2중주)곡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국악 오케스트라라는 각 파트의 개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있으니 가장 민주적인 합주인 셈입니다. 더구나 각 파트가 개성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도 조화가 잘 되거든요.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dolbangsuk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