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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여름 감방에서

작성시간04.04.17|조회수193 목록 댓글 0

여름 감방에서
               
                                   김지하


따통꾼 안씨는 만주서 왔다
전과 이십범 마적대 출신
별명이 갈꾸리인 안씨는 곧잘 마적들의
붉은 술이 달린 단도며 노을진 평원의
말달리기며
마을을 통째로 들어먹고 중국년을
한꺼번에 셋씩이나 상관했다는
옛 이야길 하다간 노상
인간은 모두 도둑놈이라고
험상굳게 악을 쓰며 침을 뱉는다
그렇지 않다고
착한 사람 얘길 하단 벽력이 떨어진다
너두 도둑 정권도둑
그러나 미수다 헤헤헤
나는 껄껄껄 웃고 만다
그런 날 밤엔 안씨와
뼉질을 하며 나는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고 칼을 던지고
나는 흉악하고 흉악한 마적이 된다
중국년을 셋씩이나 상관하고
마을에 불을 놓는다
싸그리 통째로 들어먹는다
뿌우연 호박꽃을 쳐다보며
인간은 모두 다 도둑놈이라고
밤 새워 중얼중얼거리며



 *따통꾼 : 아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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