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남비
정호승
봄날 어느 날
사랑에 굶주려 죽은 사람 있어
자선남비를 들고 거리에 나가
구세군의 종소리를 울려보았다
어제는 종로에 찬비 뿌리고
아지랑이 속으로 종소리는 울렸는데
봄밤이 올 때까지
아무도 동전 한 닢 던져주지 않았다
불쌍한 내 이웃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에 굶주려 죽은 사람아
사람 너머로 해는 지고
들꽃 한 송이 들을 지키는데
봄밤에 술취한 사내들이
자선남비를 힘껏 걷어차고 지나갔다
봄밤이 지나도록
달빛에 찌그러져 나뒹구는 자선남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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