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12
신라 처녀 薛女를 위하여
강은교
님이여, 아 멀리 계시는 님이여
허구헌 날 불어대는 저 바람소리처럼
형체도 없으신 님이여
지금쯤 어느 진흙구렁을 지나시기에
어느 산 깊은 그림자에
젖은 옷깃 담그고 계시길래
지새는 밤이면 밤마다
손 닿지 않는 별빛만 보내오시고
동구 밖 시든 풀 줄거리엔
무서리 가득가득 던져 놓으시는지
아무도 뵈지 않아라.
훤히 뜬 내 두 눈엔
넘쳐나는 눈물 기어코
눈발 되어 쏟아져라.
그날 님과 잘라 가진 반쪽 거울엔
비추이느니 피울음 황혼, 황혼뿐
지는 달도 반만 번뜩이는데
어찌 하리, 여기엔
돌아오지 않는 이름들 너무 많으니
그 이름들 밤이면 무서리로 내려 내려
온 땅 새하얗게 우는 걸 어찌 하리.
님이여, 아 행방불명하신 님이여
허지만 어딘가에서 자꾸 오고 계실 님이여
내일이면 불현듯 눈처럼 달려오셔서
이내 몸 환히 알아보시라.
밤 끝에 해는 더 높이 일어서고 있으니
튼튼한 솔잎 너머 까치 울음소리
오늘 따라 가까이 내려오고 있으니
嘉實님, 나의 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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