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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花의 詩

추수감사주일-추수의 자락 끝에서

작성자이현용|작성시간25.11.17|조회수10 목록 댓글 0

추수감사주일-추수의 자락 끝에서

강단 앞,
한때는 가득하던 흙내와 햇살의 무게가
이제는 작은 한숨처럼 놓여 있다.

 

쌀 한 포,
흙 묻은 무 한 자루,
시들어가는 고추 봉다리,
이웃이 건넨 감 한 상자.
손때 묻은 것들이 서로 기대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이것들은 더 이상 풍요의 증거가 아니다.
늙어가는 몸,
힘 빠진 손마디,
평생 밭을 일구며 살아온 이들의
저물어가는 생애의 무늬이다.

 

그러나 그 초라함이
어찌 하늘 앞에서 초라하랴.

 

감사의 이유는
언제나 ‘가진 만큼’에서 흘러나오지 않고,
언제나 ‘살아낸 만큼’에서 솟아오르는 것.

 

내어놓을 것이 없어
빈 손을 가슴에 꼭 붙들고 온 이들도,
장애와 고단함으로
평생 추수감사 헌금 한 번 드린 적 없는 이들도,
그들의 걸음은 이미 예물이고
그들의 숨결은 이미 감사다.

 

추수의 본질은
곡식의 무게가 아니라
평생의 계절을 견뎌낸 존재의 무게라는 것을
하나님은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다.

 

그래서
강단 앞에 놓인 초라한 농산물은
오히려 더 깊은 시(詩)가 된다.
고요한 미학이 된다.
인간의 연민과 신의 은총이
서로를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된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적음’은
실은 하늘의 넉넉함을 드러내는
가장 위대한 은유...

 

하나님은 많음에서 영광을 취하지 않으시고,
작음에서 사랑을 드러내시며,
비어가는 손에서
오히려 충만한 은혜를 채우신다.

 

그러므로 이 작은 추수의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배운다.

 

감사는 수확의 크기가 아니라
존재의 고요한 고백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고백이
우리의 교회 위에,
우리의 남은 생 위에
여전히 가득히 넘친다는 것을...

 

- 추수감사주일의 초라함 속에 넘치는 은혜를 감사하며...  - 石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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