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마지막 기도-추수감사
강단 앞에 놓인 것들은
더 이상 ‘추수’가 아니다.
그저 마지막 힘으로
자신을 밀어 올린 생의 조각들이다.
쌀 한 포대를 들고 온 노인은
아침부터 무릎이 부어
세 번이나 쉬어가며 성전을 향했다.
무 한 자루를 내려놓은 손은
평생 흙을 일구던 주름 아래
이제는 떨림밖에 남지 않았다.
시든 고추 한 웅큼
한때는 태양의 붉은 심장을 품고 있었으나
주인의 눈물과 함께 마르고 말았다.
감 한 상자는 이웃이 띄운 마음,
자기 집보다 남의 집 걱정을 먼저 하는
그 오래된 섬김의 습관에서 온 선물.
이것들은 모두
더 내어놓을 것도, 더 지킬 것도 없어
자신을 마지막으로 꺼내 놓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그 마지막이야말로 가장 깊은 고백,
가장 진한 감사다.
감사헌금 한 번 드리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온 이도 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헌금 봉투조차 잡기 힘든 이도 있다.
하지만 하늘은 아신다
그들의 새벽 기도를,
남몰래 떨리던 신음까지 기도로 바꾸던 밤들을,
살아서 교회 문턱을 넘어오는 것 자체가
감사 이상의 감사였음을.
그래서 강단 앞의 작은 것들은
모두 울고 있다.
풍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은혜가
너무 크게 밀려와
감당할 수 없어서 울고 있다.
우리의 가진 것은
해마다 줄어들고,
우리의 몸은 해마다 작아지고,
우리의 교회는 해마다 조용해져도,
감사의 빛은 이상하게도
해마다 더 밝아진다.
왜냐하면
감사는 풍년의 과실이 아니라
견딘 인생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물을
하나님은 누구보다 먼저 보시기 때문이다.
오늘 강단 앞,
흙냄새 묻은 작은 예물들 위로
하나님은 고요히 손을 얹으신다.
이 초라함을 통해서만
비로소 드러나는 은혜가 있음을,
작은 것만이 고백할 수 있는 감사가 있음을
우리가 모른 척한 채 살아왔음을
하나님은 조용히 일깨우신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빈약함은 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찬송이다.
그리고 그 찬송은
아직 시들지 않았다.
우리의 작은 추수 한가운데에
여전히 살아 있다.
- 너무나 작은 추수감사주일을 보내며... - 石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