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꺼먼 무쇠로 만든건데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논밭에 기심을 멜때 쓰는 일종의 작은 농구(農具)인데... 집집마다 한두 자루씩 가지고 있었는데 많게는 식구수대로 가진집도 있었지. 밭에 난 잡초들은 이 호메이를 만나면 뿌리채 뽑히고 허리 잘리고 아주 절딴이 났지. 논 보다는 밭멜때가 많이 쓰였지만 더러는 벼논에 모심기를 끝낸뒤 사름(뿌리내림)하고 무릎아래 높이로 시커멓게 한창 자라기 시작할때쯤 아이(초벌)논 메기를 하는데도 쓰였다. 이때 쓰는 호메이는 밭메는 호미하고는 달리 날이서고 길이가 아주길며 끝이 뾰쪽했다. 이걸 밭호미와는 구별해서 "논메기 호메이"라고 따로 이름 불렀지. 무논(물논)의 뻘같은 논바닥, 모 포기 사이를 깊이 꼽아서 흙을 뒤집으면 물속에서 크고 작은 동그런 공기방울이 또르르 달아서 올라 왔는데 이는 흙이 뒤집어 지면서 흙속 뿌리부분에 산소공급도 하고 또 흙탕물이 져 영양분도 공급해 비료를 주는 효과도 있었다. 밭호미도 우리가 보통 보 는 호미와 끝이 칼날같이 옆으로 길어 땅을파서 메기보다는 땅위를 긁어 기심을 죽이는데 쓰이는것도 있었고.. 이 호미하고 닮았다고 해서 새끼줄에 엮여 허리가 기역자로 꼬불어진 고기를 우린 "호메이고기"라고 하고 겨울철 안방에서 화롯불에 얹어 구워 재털고 더러는 고기에 묻은재와 함께 맛나게 먹기도 했고.. 이것들도 오래써서 날이 무디어 지면 장서는 날 챗거리에 있는 대장간에 가서 아주 뜨거운 맛 봤제. 풀무질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가 씨뻘겋게 달구어져 무쇠 망치로 뒤지도록 뚜드려 맞으면서 베루어졌지. 한여름 뜨거운 불볕에 비오듯 땀흘리며 일하는 대장간어른도 그렇지만 불에 달구어지는 호메이도 아주 죽을맛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