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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골길

작성자백암 문진남|작성시간26.06.22|조회수27 목록 댓글 0

 

                                                           고향 산골길

 

 故   우원 최근호 회장님 글



고향 산골길
                                                                                           우원 최근호


내 고향 임실군 지사면 금평(개금실)은 의견(義犬)의 전설이 푸르게 숨 쉬고 있는 오수(獒樹)에서 사오리쯤의 거리에 있다그 중 절반 이상이 꼬불꼬불한 산골길이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 산골길을 걸어서 오수 오일장에 갔다장날이 오면 돈 마련한 고리 손에 들고 머리에 이고 등에 메고 지게에 지고 꼬불꼬불 산골길을 걸어서 오수 장에 갔다장을 보고 해가 뉘엿뉘엿 져 갈 때 이 산골길을 돌아 집에 왔고 술에 취한 남정네들은 어둠이 깃든 밤에 비틀비틀 산골길을 걸어 집에 오는데 아낙네들은 낭군님 귀갓길이 걱정되어 지등을 잡고 마중을 나가 언덕에 올라 오신가요” “어디 오신가요” 소리친 산골길이다.
오수 역에서 기차를 타고 어디에 갈 때에도 시간 맞추어 이 산골길을 걸어서 갔다.
나는 오수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6년 동안 이 산골길을 걸어 통학하였다그래서 꼬불꼬불한 산골길과 정이 많이 들어 추억과 그리움이 사무친 길이다.


길가 산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무성했었고 봄이면 송화(松花)가루가 노오란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진달래꽃이며 찔레꽃이며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산골길이다.
장끼란 놈 숲 속에 보금자리를 이루고 청아한 목소리로 사랑의 노래 부르면 까투리 귀 기울이면 가슴 설레다가 서방님 찾아 푸르르 날아가고 산비둘기도 뻐꾸기도 꾀꼬리도 노래하여 새들의 합창이 메아리치던 산골길이다.
이따금 청노루 어정어정 뛰어 산 고개를 넘고 겨울이면 하얀 눈 내린 길 위에 토끼너구리오소리새들의 발자국이 꽃무늬를 이른 산골길이다.


맑고 깨끗한 산 계곡 개울물이 언제나 흘러 목마를 때는 손으로 한 움큼 움켜 마시기도 하고 땀 흘린 얼굴이며 피로한 발을 씻으면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을 감돌게 하는 산골길이다빨갛게 익은 달콤한 산딸기를 따 먹고 눈이 좋아진다는 명감을 따 먹고 새콤한 정금도 따 먹고 맛이 고소한 깨금도 따 먹은 산골길이다.
시오리 길을 꼬박꼬박 걸어서 오수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산골길로 접어들어 걷자면어찌나 배가 고픈지 산골 길 밭에 심어 놓은 고구마를 캐 먹고 무를 뽑아 먹고 때로는 물외도 참외도 수박도 주인 몰래 따 먹었다또 보리가 익어 가면 그 보리를 꺾어서 산자락에 올라가 불을 지피고 보리 서리를 하였다까맣게 구워진 보리를 손으로 비벼 껍질을 훌훌 불어 날리고 보리만 입어 털어놓고 씹을 때 구수한 맛을 안겨 주고 배를 불리어주는 산골길이다.
삿갓 배미 같은 다랭이 논에 황금빛 노을로 빛날 때엔 메뚜기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은 산골길이다나이 70에 이러한 고향 산골길을 그려 보다가 동심으로 돌아가 동시를 한 편 써 보았다.


고향길
꼬불꼬불 산골 길 내 고향 산골길
진달래꽃 찔레꽃 향기 풍기고
산비둘기 뻐꾸기 꿩들의 노래
산딸기 따 먹으며 다정한 얘기
그리워라 산골길 내 고향길
꼬불꼬불 산골 길 내 고향 산골길
청노루 한가히 고개를 넘고
개울물 졸졸졸 꽃 숲의 흐름
포근히 안아 준 어머니 품속
그리워라 산골 길 내 고향 산골길


내 마음속에 항상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고향 산골길을 한번 걸어 보고자 전주에서 오수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오수에서 하차하여 뚜벅뚜벅 산골길을 걷는데 옛날의 산골길 내 마음속에 새겨진 산골길이 아니었다꼬불꼬불 황토 산골길은 완전히 포장한 도로가 되었고 소나무 숲도 벌채하여 옛날의 소나무 숲을 찾아볼 수 없고 길옆 산들은 개간하여 옛 산자락이 아닌 밭으로 되어 있었다그렇게 맑고 깨끗한 산골길의 공기는 어디로 가고 이곳저곳에서 지은 축사에서 풍기는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르고 그렇게 맑고 깨끗한 개울물이 축사의 폐수로 오염이 되어 손을 넣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내 고향 아름답고 깨끗한 산골길이 변하여도 너무 변했다상전벽해(桑田碧海)란 이를 두고 한 말인가산업사회에서 소득증대를 하기 위하여 논과 밭에 축사를 지었으리라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려고 하여도 옛날의 고향길을 앗아간 것 같아 쓸쓸한 마음 아픈 마음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내 고향 산골길이었다면차라리 직접 보며 걷지 말고 그 옛날 아름답고 맑은 고향 산길로 가슴에 묻어 두고 가끔 꺼내어 그려보고 했으면 좋았을 터인데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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