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 덩 이″
평교/이태현 조회 349. 08.06.23 16:00댓글 3
엉덩이 이태현 처녀의 엉덩이는 가슴에 버금가는 신비하고 아름다움의 극치다. 처녀는 방둥이 꽃과 같이 아름답다 하여 꽃방(芳)자를 사용하여 방둥이, 유부녀는 응둥이, 항시 응해야 하기 때문에 응둥이, 과부는 궁둥이 항시 궁해서 궁둥이라고 하듯이 엉덩이는 그 이름도 가지가지다. 좀 더 학술적으로 라면 엉덩이는 명사로서 골반에 이어져 있는 볼기의 윗부분을 말하고 엉덩이를 엉뎅이, 둔부, 히프, 둔상, 엉덩짝 이라 하기도 하지만 방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엉뎅이, 엉심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서 옷에서, 엉덩이의 아래가 닿는 부분이 엉덩이다. 뿐만 아니라 궁둥-짝이라는 말도 쓴다. 이는 궁둥이의 좌우 두 짝을 이르고, 방둥이는 길짐승의 궁둥짝을 이르기도 하며, 사람의 엉덩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나 주로 여자의 엉덩이를 이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속담에도 엉덩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라면 깠지라는 말은 시키는 대로 할 일이지 웬 군소리냐고 우겨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엉덩이에 뿔이 났다는 건 어린사람이 옳은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고 빗나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며 엉덩이를 붙이다 는 자리를 잡고 앉는다는 뜻이며 엉덩이가 무겁다[질기다]는 한번 자리를 잡고 앉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엉덩이가 구리다 방귀를 뀌어 구린내가 난다는 뜻으로, 부정이나 잘못을 저지른 장본인 같다는 말로 다양하게 그 쓰임새도 많다. 아름다운 처녀의 엉덩이는 그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자칫 잘못 스쳤다가는 성폭행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되는 오묘하고도 중요한 신체의 일부분이다. 거기에 비하면 나이든 내 엉덩이는 볼기짝이나 궁둥이 또는 부토(腐土)로 불릴 정도의 허술함과 동시에 그렇게 볼품은 없지만 요즘 엄청난 수난시대를 살고 있다. 군대시절에는 상사로부터 곡괭이 자루나 몽둥이 등 매타작 부위로 명령에 따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맡겨둬야 했었다. 요즘은 구타가 허용되지 않지만 그 당시엔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 군납품 이였다. 그러한 엉덩이는 그 후 3년의 고생 끝에 겨우 찾아왔는데 요즈음 수모를 당하고 있어서 측은하다. 간호사만 눈에 띄면 엉덩이가 저절로 움츠리며 도망치려한다. 항문을 사이에 두고 지저분할 테지만 그런데도 묵묵히 지켜온 유순한 엉덩이다. 게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으면 차거나 뜨거워도 아무런 불평 없이 방석을 깔아주던 말든 개의치 않고 보챌 줄도 모르고 끝나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내 보물단지가 아닌가. 한여름엔 땀띠가 나도 나 몰라라며 시원한 가을까지도 묵묵히 기다리는 지구력은 가히 본받을 만하다. 최근에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 허리에다는 주사를 놓지 않고 허구한 날 나에게만 주사기로 쑤셔댄다며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엄청 서럽다며 노골적으로 항의가 대단하다. 얼마 전에는 엉덩이 몰래 팔에다가 피의 역류를 막기 위해 해파린캡 이라는 기구를 아예 밖아 둔 채 다목적 주사기를 꼽아두고 링거 등 크고 작은 주사를 맞게 하니까 안심했는데 다목적 주사기가 없어지면서 모든 주사가 엉덩이로 옮겨 온 것이다. 밤낮 없이 벌집처럼 마구 쑤셔댄다며 불평이 시작됐다. 너무나 처절하고 서럽단다. 혈액 수치를 위해 팔 조인트에서 채혈 하러 온 간호사만 나타나도 엉덩이는 기를 못 핀다. 하루에 최고로 3번씩을 들이 대야만 했는데 요즘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두 번만 맞게 돼 한차례는 줄어 양쪽 엉덩이가 교대로 맞는 셈이다. 이젠 불평을 덜 한다. 무려 15일 정도를 견디고 보니 주사기를 들이 댈 장소가 만만치 않다며 간호사도 걱정을 하고 있다. 언제쯤 한차례로 줄어들고 아예 맞지 않은 날이 올지 수술의 주범인 3,4,5번의 척추에게 물어 보고 싶단다. 저희들도 모른다며 서로 미룰게 뻔하다. 차라리 나보고 물어 본다면 1주일쯤은 더 고생해야 할 거라고 대답해 줄 수가 있다. 왜냐면 수술을 마친지 3주쯤 되면서 옆방 환자들이 퇴원하는 것을 보면 대략 계산해 그렇다고 귀띔해줄 수 있다. 하루 3교대로 다국적 평화의 군인 같은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간호사들에게 주사폭격을 얼마나 맞았던지 시퍼렇다 못해 몽우리가 생겼다. 이럴 땐 엉덩이가 한 개쯤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 주사를 맞을 수가 있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내가 지니고 다니는 엉덩이지만 너무나 가엽고 불쌍하다.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엉덩이는 오래 자주 문질러 줘야 한단다. 그래서 난 미안하다며 전체 부위의 화해무드 조성을 위해 나름대로 전도사 역할을 해본다. 침대에 누울 때도 엉덩이가 불편하단다.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누우려니 왼쪽 엉덩이가 불평을 하고 오른쪽으로 누우려니 왼편 엉덩이가 또 아우성이다. 참다못해 일어서려니 수술한지 얼마 안 된 허리가 호통을 친다. 복대를 차고 일어서라며 간호사의 곱지 않은 시선이 계속되고 간병을 온 마누라와 딸들도 예사롭지 않게 나무란다. 30분만 참으라며 걷기 운동을 시도 했더니만 각 부처가 좀 조용하다. 이것도 정치나 다름없는 모양이다. 통증이 점점 사라지는 화합의 몸부림이 정돈된 셈이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에 따르면 3개월이 고비라는데 3년만 넘기면 정상인으로 돌아가 취미생활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는데 3개월도 멀고 3년은 너무나 멀다. 수술한 척추가 점잖게 나무란다. 내가 곧 회복되면 우리 주인이 열심히 운동도하고 뛰어다니면 그간 놀고먹던 두 다리와 발바닥도 고생 좀 할 거라고. <2008년 초여름 전주 고려병원 311호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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