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문은 세종 즉위년 1418년 충남 홍성의 외가에서 무관 성승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 “낳았느냐?”하는 물음의 환청이 세 번이나 어머니에게 들려 이름을 삼문(三問)이라 지었다고 한다.
집안이 몹시 가난하여 끼니를 떼우기도 힘이 들어 겨우 연명하는 처지인데 누이가 혼기가 되어 시집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집안 형편에 혼수를 장만할 형편이 않되어 부친은 늘 걱정에 쌓여 있었다. 혼사일은 다가오고 잔치를 치를 돈은 없고 생각 끝에 아버지 성승은 아들 삼문을 불려 다음과 같이 의논하였다.
“삼문아, 우리 집에 종살이를 하다가 얼마전에 도망을 간 ‘막언’이 황해도에서 기반을 잡아 잘 산다고 하니 거기라도 찾아가서 돈을 빌려오는 것이 어떻겠는가?”
“아무리 없더라도 부리던 종한테 어떻게 돈을 꿔 달라고 하겠습니까?” 삼문이 반대를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형편이 어려운데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으니 어떻하나!
너희가 가기 싫으면 내가 다녀 오겠다.“
하는 수 없이 삼문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집을 나서 황해도에 살고 있는 종의 집을 찾아 떠났다.
한양을 지나 황해도 땅에 들어서 깊은 산속 고개를 몇이나 지났는지 모른다. 이제 날이 저물어 사방을 분간 할 수 없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 돌아다 보니 몸집이 크고 우락부락한 젊은이가 다가와 “이렇게 저문데 어디로 가는 길이요? 보아 하니 양반집 자녀 같은데 이 길로 가면 며칠을 가도 목적지에 갈 수 없으니 나를 따라 오시오” 하며 그 우락부락한 젊은이가 앞장을 서 길을 안내 하는 것이였다.
삼문은 속으로 겁이 덜컥 났다. 산적같이 생긴 젊은이를 따라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 갈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젊은이를 따라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날이 새고 넓은 바다가 보이고 제법 큰 벌판이 있는 동네에 도착하였다.
젊은이를 따라 간 집은 으리으리 한 큰 집이였다 이런 깊은 산 속에 큰 집이 있는 걸 보니 도둑의 두목이 살고 있겠지! 마치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 처럼 도적떼의 소굴로 생각하였다.
그 젊은이는 주인을 불려 삼문을 소개하고는 어디론가 가 버렸다.
큰 누각아래 수염이 허연 신선같은 노인이 나타나 삼문을 따뜻하게 맞이 해주었고 먹을 음식도 진수성찬으로 차려 주었다.
허기를 면하고 정신을 차린 성삼문에게 보아하니 귀한집의 양반 자손으로 보이는데 어찌하여 깊은 산속을 헤메이며 어디로 가는 길이요?하고 묻는 것이였다.
삼문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종의 집에 돈을 빌리려 간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하였다.
노인은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양반이 부리던 종에게 돈을 빌릴 수가 있겠소! 내가 그돈을 마련해 줄테니 바로 집으로 돌아가시오. 아마 젊은이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보낸 돈과 물품이 먼저 도착해 있을거요. 걱정말고 바로 길을 떠나라고 이야기 하고 노인은 조용히 일어나 난간에 앉아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東來北往走西來 동서남북 다녀 봐야
看得浮生總是空 뜬 세상은 공이로다
天也空 地也空 하늘도 공 땅도 공
人生沓沓在其中 답답한 인생이여
日也空月也空 해도공 달도공
來來往往有何功 오고간들 무엇하며
田也空土也空 논도공 밭도공
換了多小主人翁 임자만이 갈라놓네
金也空銀也空 금도공 은도공
事後何會在手中 죽어지면 빈손이요
妻也空子也空 아내도공 자식도 공
黃泉路上不相逢 저승길에 못 만나리
大藏經中空是色 대장경엔 공도 색
般若經中色是空 반야경엔 색도 공
朝走西暮走東 아침은 서쪽 저녁은 동쪽
人生습是菜花蜂 인생인즉 벌이로다
採得百花成蜜後 꽃찾아서 꿀 만들되
到頭辛苦一場空 모름지기 공이어리
夜深聽得三更敲 삼경북소리 깊은 밤에 듣고
飜身不覺五更鍾 오경소리 모르누나
從頭仔細思量看 궁굴려서 생각하니
便是南柯一夢 어즈버 꿈이로다.
삼문이 집에 돌아와보니 잔치 준비에 모두들 바쁜 모습이였다.그 노인이 약속한 데로 물품과 돈이 먼저 도착하여 성대한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누이의 혼사를 잘 치른 것은 물론이다.
성삼문은 그 후 공부를 하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싶거나 엉뚱한 유혹을 받을 때 마다 그 이상한 노인을 생각하며 자신을 가다듬었고 그리하여 마침내 급제하였다.
하지만 그 신비한 노인의 정체는 끝내 밝혀내지 못하였다고 한다. -ㅍㅕㅁㄱㅡ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