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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대부 전유성은?

작성자임승탁|작성시간26.06.09|조회수25 목록 댓글 0

직접 세운 ‘코미디 제국’에서 밀려난 뒤 지리산으로 숨어든 창조주……

연명치료마저 단호히 거부하고 조용히 눈을 감은 전유성, 그 잔혹한 블랙코미디

 

2025년 9월 25일 밤. 전북대학교병원의 한 병실에서,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에 가장 거대하고도 위대한 한 획을 그었던 76세의 코미디 대부가 조용히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오랜 지병이던 기흉의 악화였다.

그러나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 기계에 의지해 억지로 생명을 이어가는 연명치료를 단호히 거부했다.

 

“순리대로 가자.”

 

그 마지막 고집은,

평생 남들이 만들어놓은 낡은 규칙을 뒤엎고 오직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어온 전유성에게 너무나도 전유성다운,

그러나 끝없이 쓸쓸하고 뼈아픈 퇴장이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코미디계의 큰 별이 졌다”는 우아한 말로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하지만 이 썩어빠진 세상이 그를 어떻게 물어뜯고, 짓이기고, 끝내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는지를 안다면,

우리는 결코 그렇게 가볍게 눈물을 흘릴 수 없다.

 

이것은 가장 현실적인 잔혹 블랙코미디다.

한 천재 기획자의 선의가 어떻게 저속한 자본과 기형적인 관료주의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소모되어 갔는지를 피투성이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지금 짧은 영상 알고리즘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에게 그는 아마 가끔 예능에 얼굴을 비추는,

머릿속에 기상천외한 생각이 가득한 “이상한 할아버지” 정도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을 1980년대와 1990년대로 되돌려보라.

 

그는 앵무새처럼 대사만 외우던 낡은 의미의 “코미디언”이라는 단어를 직접 깨부순 사람이다.

마치 창조주처럼 “개그맨”이라는 새로운 종족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는 거리에서 최양락, 신동엽, 조세호 같은 무시무시하게 뛰어난 괴물들을 발굴해냈다.

또한 “심야극장”과 “심야 볼링장” 같은 당시로서는 미친 듯이 파격적인 개념을 한국에 처음 들여와

국민의 생활 방식까지 바꿔놓은 천재였다.

 

대중은 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열광했다.

그는 한때 예능계의 절대적인 토템이었다.

 

그러나 조금의 인정도 없는 이 냉혈한 세상은,

세상 물정과 계산에 어두운 거장에게 결코 너그러운 무대가 아니었다.

 

첫 번째 치명적인 타격은, 그가 영혼까지 믿고 맡겼던 지인에게서 왔다.

무려 22억 원에 달하는 충격적인 사기 사건이었다.

 

평생 세상에 웃음을 주기 위해 살아온 한 남자가, 인간에 대한 믿음 때문에 모든 재산을 잃었다.

심지어 아내 진미령과의 사실혼 관계마저 빚의 압박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 절망이 얼마나 끔찍했을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 지독한 사람은 서울의 화려한 네온사인을 등지고,

인구 몇만 명에 불과한 외진 시골, 경상북도 청도군으로 몸을 던졌다.

 

그 척박한 땅 위에 그는 “코미디 타운”이라는 황당하리만큼 큰 꿈을 심었다.

그리고 기어이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원래는 파리 한 마리 날아오지 않을 것 같던 시골 마을에 관광버스가 줄을 섰다.

죽은 듯 가라앉아 있던 지역 상권은 그의 손에 멱살을 잡혀 다시 사람 사는 곳으로 끌려 올라왔다.

 

그것은 오직 “전유성”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만들어낸 신화였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언제나 돈 냄새와 함께 찾아온다.

 

코미디 타운이 황금알을 낳기 시작하자, 일부 지방 공무원들과 세력들은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감사라는 이름으로 그의 목을 조여왔다.

 

가장 잔인했던 것은, 지방정부가 주도한 새 극장 개관식에서 벌어졌다.

그들은 이 무대를 처음 세운 창조주, 전유성을 비열하게도 완전히 배제했다.

 

자신들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진짜 주인을 내쫓은 것이다.

 

전유성은 결국 “이런 모욕은 견딜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짐을 꾸렸다.

그리고 쓸쓸히 지리산 자락의 남원시로 들어가 은거했다.

 

예능계의 거장이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상상력의 성은, 그렇게 영혼 없는 관료주의의 군홧발 아래 무참히 짓밟혔다.

 

시간은 흘러 2025년 가을.

 

기흉이라는 병마가 그의 마른 몸을 미친 듯이 갉아먹을 때, 그는 화려한 서울의 대형병원을 택하지 않았다.

전주에서 자신의 인생 마지막 장을 닫았다.

 

수십 킬로그램이 빠질 만큼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는 억지로 생명을 붙드는 선택을 거부했다.

한 시대의 거장은 자신의 육신으로, 죽음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순간을 조용히 마주했다.

 

우리는 전유성의 76년 인생을 단지 “대중에게 웃음을 준 괴짜”라는 얄팍한 말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그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무대를 내어준 사람이었다. 척박한 땅 위에 웃음의 꽃을 피워낸 사람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믿었던 사람의 배신과, “탁상행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의 칼날 아래에서 늘 씁쓸하게 돌아서야만 했다.

 

그는 대한민국 코미디의 가장 위대한 개척자였다.

 

부디 그곳에서는 사기꾼들의 교활한 말장난도, 공무원들의 차갑고 날 선 권위도, 숨통을 조여오는 병마도 없기를.

 

부디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그 눈부신 영감들을 마음껏 펼치며 웃고 계시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블랙코미디를 온몸으로 뚫고 지나간 우리의 영원한 대장님.

 

전유성 선생님,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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