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 7
성글성글한 뼈마디에
지나온 세월을 구겨 넣고는
아버지가 된 이유가 일하는 거라는 듯
오늘도 골목 구석구석을 손수레를
친구삼아 돌아다니시는 내 아버지
자식들의 행복한 삶의 균형을 위해
선택한 이 일이
이젠 마음의 주인으로 자리 잡았기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검푸른 새벽을
걸어나가시는 아버지는
홀로 자식들 다 키워 서울로 부산으로
바람에 날려 보내고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십니다
“아버지 ...
이제 그만하시고 좀 쉬세요“
“지엄마 닮아 잔소리는,,,”
“자식들 키워 뭐하냐며
시장 사람들이 욕해요“
남에게 인정받는 삶보다
오직 가족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오신 내 아버지는 딸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는 마당으로 걸어 나가십니다
“아버지..
아침 식사하세요“
밤새 어둠을 밝히느라 애를 쓴
별들을 따라 절름거리며 걸어나가신
발자국 발자국들을 더듬어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리어카에 바람도 빼 보고
종이를 묶을 고무줄도 숨겨보았지만
새벽별이 오랜 친구가 된 아버지를요.....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가장이 되었다는 아버지는
이북에서 피난 나와 천막집에서
자식들을 키운 게 미안해서였는지
평생을 악착같이 일만 하며 보낸
60년 세월을 두고도 남은 자투리 시간도
일이 되어야만 했나 봅니다
“ 그냥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파...”
그런 아버지가 걱정되어
근처로 이사를 온 저는
며칠 전 가져다 놓은 반찬들이
냉장고에 그대로 있는 걸 보고선
“그러니까요! 아버지..
일하시려면 잘 드셔야죠?“
비가 와 일을 나가지 못하는 오늘 같은 날엔
온몸이 바늘로 찌른다는 아버지는
대답할 기력조차 없는지
세월 따라 굽어진 등줄기를 내보인 채
하루를 백 년같이 누워만 있습니다
시들어버린 지난 반찬을 걷어내고
새 반찬으로 채워놓고는 머리맡에
약봉지랑 자리끼를 봐 드린 뒤
“아버지..
아프시면 내일 저랑 병원에 가요
일 나가시지 마시고요“
그 말에 생각이 났다는 듯
이불 밑에 넣어둔 통장 하나를 내밀어 주며
아버지는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이 통장 가지고 있다
우리 철이랑….
민주 등록금에 보태거라“
“이 돈으로 아버지 한약이나 지워 잡수세요
손주들은 저희가 잘 키울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철물점에서 사 온 열쇠 달린 쇠사슬로
리어카 바퀴를 묶어두고 나온
다음 날 아침
밤새 대문을 지키고 서 있는
리어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 저는
“아버지..
병원 가요?“
고요함으로 도배를 한
아버지의 방을 나와 온 동네를 찾아
헤맨 끝에 굽어진 햇살을 등지고
자그만 손수레에 폐지를 줍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가장이란
이름으로,,,,,
일생을
일에다 묻어야만 했던
내 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집으로 오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4:00
존재만으로 힘이 되어주는
그 이름 아버지...
새벽 꽃 핀 거리에 나와
아버지의 행복이 되어줄 폐지를
가실만한 곳마다 내려놓고는
환하게 웃음 지을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며
전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는
그말도 ...
함께 놓아둔 채...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