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 7

작성자림꺽정|작성시간26.06.18|조회수18 목록 댓글 0

친정아버지 7

성글성글한 뼈마디에

지나온 세월을 구겨 넣고는

아버지가 된 이유가 일하는 거라는 듯

오늘도 골목 구석구석을 손수레를

친구삼아 돌아다니시는 내 아버지

자식들의 행복한 삶의 균형을 위해

선택한 이 일이

이젠 마음의 주인으로 자리 잡았기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검푸른 새벽을

걸어나가시는 아버지는

홀로 자식들 다 키워 서울로 부산으로

바람에 날려 보내고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십니다

“아버지 ...

이제 그만하시고 좀 쉬세요“

“지엄마 닮아 잔소리는,,,”

“자식들 키워 뭐하냐며

시장 사람들이 욕해요“

남에게 인정받는 삶보다

오직 가족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오신 내 아버지는 딸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는 마당으로 걸어 나가십니다

“아버지..

아침 식사하세요“

밤새 어둠을 밝히느라 애를 쓴

별들을 따라 절름거리며 걸어나가신

발자국 발자국들을 더듬어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리어카에 바람도 빼 보고

종이를 묶을 고무줄도 숨겨보았지만

새벽별이 오랜 친구가 된 아버지를요.....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가장이 되었다는 아버지는

이북에서 피난 나와 천막집에서

자식들을 키운 게 미안해서였는지

평생을 악착같이 일만 하며 보낸

60년 세월을 두고도 남은 자투리 시간도

일이 되어야만 했나 봅니다

“ 그냥 집에 가만히 있으면 아파...”

그런 아버지가 걱정되어

근처로 이사를 온 저는

며칠 전 가져다 놓은 반찬들이

냉장고에 그대로 있는 걸 보고선

“그러니까요! 아버지..

일하시려면 잘 드셔야죠?“

비가 와 일을 나가지 못하는 오늘 같은 날엔

온몸이 바늘로 찌른다는 아버지는

대답할 기력조차 없는지

세월 따라 굽어진 등줄기를 내보인 채

하루를 백 년같이 누워만 있습니다

시들어버린 지난 반찬을 걷어내고

새 반찬으로 채워놓고는 머리맡에

약봉지랑 자리끼를 봐 드린 뒤

“아버지..

아프시면 내일 저랑 병원에 가요

일 나가시지 마시고요“

그 말에 생각이 났다는 듯

이불 밑에 넣어둔 통장 하나를 내밀어 주며

아버지는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이 통장 가지고 있다

우리 철이랑….

민주 등록금에 보태거라“

“이 돈으로 아버지 한약이나 지워 잡수세요

손주들은 저희가 잘 키울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철물점에서 사 온 열쇠 달린 쇠사슬로

리어카 바퀴를 묶어두고 나온

다음 날 아침

밤새 대문을 지키고 서 있는

리어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 저는

“아버지..

병원 가요?“

고요함으로 도배를 한

아버지의 방을 나와 온 동네를 찾아

헤맨 끝에 굽어진 햇살을 등지고

자그만 손수레에 폐지를 줍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가장이란

이름으로,,,,,

일생을

일에다 묻어야만 했던

내 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집으로 오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4:00

존재만으로 힘이 되어주는

그 이름 아버지...

새벽 꽃 핀 거리에 나와

아버지의 행복이 되어줄 폐지를

가실만한 곳마다 내려놓고는

환하게 웃음 지을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며

전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는

그말도 ...

함께 놓아둔 채...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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