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만나는 곳
오늘
드디어 만기 적금을 타는 날
부부는 서로를 끌어안고 좋아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여보…. 여보
드디어 집을 살 수 있게 되었어
당신 기쁘지 응응응?“
“응 여보
나두 너무너무너무 기뻐“
새집으로 이사할 꿈에 부푼 부부는
이곳저곳 다리품을 팔아가며
집을 보러 다니는 게 힘들기도 하건만
얼굴엔 흘러넘치는 웃음을 담아 둘 곳이
없다는 듯 이사할 집을 보러 갔습니다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더니
“여기 대문에서 올라오는 계단이
너무 높다 말이야”
“아니 젊은 분들인데 이 정도야”
고개를 갸웃거리던 부부는
다시 화장실로 자리를 옮기더니
이번에는
“ 세면대도 너무 높단 말이야
고칠 곳이 참 많지 여보?“”
멀쩡한 세면대나 싱크대를 왜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의문만 남긴 채
걸어 나온 부부는
그렇게
하루해를 하늘에 걸어놓고 다니다
하늘에 주인공이 달로 바뀐 뒤에야
자신들이 사는 집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낮에 뜬 해도
지쳤다며 그만 좀 보러 다니라는 듯
단비 같은 비를 내뿜고 있는데요
그래도
부부는 비 오는 하늘을 생긋이
바라보더니 또 어디론가 걸어나가고들
있습니다
해님이
이 작전도 먹히질 않아 실망했는지
금세 하늘에 나와 앉아 있는 모습에
고맙다는 미소를 하늘로 날려보낸 부부가
드디어 노란 달빛이 비춰주고 있는
소담한 집을 샀나 봅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행복이라도 주운 양
웃음이 떠나질 않는 새로 산 집으로
걸어가서는 멀쩡한 싱크대를 낮추고
세면대까지도 낮추더니 이곳저곳
손을 보고 있는 이 부부가 왜 이러는 건지
달님조차 영문을 몰라
오늘은 홀쭉한 얼굴로 나와 앉았는데요
힘들기도 하건만
집으로 갈 생각도 안 하고 늦게까지
집안 곳곳을 수선하는 모습에
물끄러미 바라보던 달님도
이젠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하품을 하고는
구름 이불을. 덮고 잠들어 버립니다
달님이 잠들어 버린 하늘에서
더욱 빛나는 꼬마 별들이
놓아준 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오는 부부가
해님이 밝혀놓은 아침을 마주하고
않아서는
“ 여보…. 여보
침대 새로 하나 살까?“
“그게 좋겠지
너무 높아서 오르내리기가 불편할거야
그치?“
“그리고 당신 대문 앞 계단 없애는 거
언제 할 거야?”
“돌아오는 토요일에 하지 뭐”
“엄마!
계단 있으면 어때 겨우 세 개인데
나도 그 정돈 넘어다닐 수 있어“
“아 그러세요 우리 공주님…. ”
드디어 오늘이
분주히 꽃단장을 마침 새집에
이사를 하는 날인가 봅니다
“엄마….
이 짐은 우리 짐이 아니잖아?”
“이 집주인은 이 세상에 아주 많이 사랑을
뿌려 놓은 사람이 사는 집이에요“
라며
마치 무대에선 아나운서처럼
누군가를 소개하는데요
“ 어머니..
들어오세요“
“우리 집이 아니라 할머니 집이었어?”
"그럼...
할머니가 사랑을 많이 뿌려서
이 집에 주인이 된 거구나“
웃음꽃이
바람에 묻어난 걸 알고 있는지
또 누군가가 나타나는데요
“그 사랑을 아주 많이 받은 한 사람 추가요”
“어 ..작은 아빠네..?”
“여기도 한 명 추가요”
“고모네?”
햇살로 물들이는 아침처럼
입가에 번진 행복들을 주워담기에
바빠 보이는 가족들은
세상에 뿌려놓은 사랑만큼
받고 가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엄마 아빠도 내게
사랑을 많이 뿌려주니까
나도 커서 엄마 아빠 집 사줄 게“
휠체어 생활을 하는 할머니가
뿌려놓은 행복의 씨앗들이
방안 가득 채워 놓은 자리엔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 수평선이라면
가족의
사랑이 만나는 곳은
집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