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79
땅에 묻으면
내 아이도
꽃으로 피어날까(오니쓰라)
土(つち)に 埋(う)めて 子(こ)の 咲(사)く 花(は나)도 ある事(こと)か
(츠치니 우메테 코노 사쿠 하나모 아루코토카)
鬼貫
土に (つちに, 츠치니): '땅에, 흙에'. 공간의 처소를 나타내는 조사 'に'가 쓰였다.
埋めて (うめて, 우메테): '묻고, 묻어서'. 동사 '埋める(うめる, 묻다)'의 연결형(~て).
子の (この, 코노): 여기서 'の'는 주격 조사로 쓰여 '아이가'라고 해석한다.
고어 및 하이쿠에서는 명사 수식 절 안의 주어를 'の'로 자주 표현한다.
ある事か (あることか, 아루코토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니, 없다)'라는
반어적 탄식의 표현입니다. 'か'가 의문을 넘어 강한 부정적 감탄을 이끌어낸다.
오니쓰라의 첫아들은 총명한 아이였지만 다섯 살에 천연두로 숨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무네치카(宗選)라는 본명을 버리고 죽은 이의 혼백을 뜻하는 '오니(鬼)'가 들어간 이름을
필명으로 택했다. 오니쓰라는 죽은 후 아들 무덤에 합장되었으며, 현재까지 묘비가 남아 있다.
이 가을에는
무릎에 아들 없이
달구경하네
この 秋(あき)は 膝(ひざ)に 子(こ)の ない 月見(つきみ) かな
(코노 아키와 히자니 코노 나이 츠키미 카나
膝に (ひざに, 히자니): '무릎에'를 뜻한다.
子のない (このない, 코노 나이): '아이가 없는'. 여기서의 'の' 역시 위 하이쿠와 마찬가지로
주격 조사(~이/가)의 역할을 하여 '아이가'로 풀이된다.
月見 (つきみ, 츠키미): 가을의 대표적인 풍습인 '달구경'을 뜻하며,
가을의 계절감을 나타내는 중요한 계어(季語)다.
かな (카나): 문장 끝에서 감탄과 깊은 여운을 남기며 시상을 마무리하는 키레지(切れ字)다.
바쇼, 부손, 잇사와 함께 4대 하이쿠 시인으로 꼽히는 우에시마 오니쓰라(上島鬼貫)는
열세 살 때부터 하이쿠를 배웠다. '진실 이외에 시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교를 배제한
자신만의 시풍을 추구했다.
====================================
목욕한 물을
버릴 곳 없네 온통
풀벌레 소리
오니쓰라
行水の捨てどころなき虫の声
鬼貫
풀벌레를 울게 만드는 본성은 무엇인가? 잇사는 썼다.
저무는 날이 그리도 반가운가 풀벌레 소리
暮るる日をさう嬉しいか虫の声
모든 시인은 근본적으로 생태주의자이다.
몸 씻은 대야의 물을 버려야 하는데 사방에 풀벌레 소리라서 버릴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을 때 사람의 감각은 예민해진다.
이 하이쿠는 매우 유명해져서
'오니쓰라는 밤새 대야의 물을 들고 다니네(鬼貫は夜中 盥を 持ち歩き)' 같은 풍자시도 등장했다.
오니쓰라의 하이쿠가 청각적인 반면에 동시대 시인 후교쿠(不玉)는 시각적으로 썼다.
달빛이 너무 밝아 재떨이 비울 어둔 구석이 없다
名月や灰吹捨つる陰もなし
行水 (ぎょうずい, 교즈이): 명사. 대야 등에 물을 담아 몸을 씻는 일(목욕).
の (노): 주격 조사. 여기서는 뒤의 연체형 형용사(なき)와 호응하여 주어 역할을 하는
성분(~이/~가)을 나타낸다. (행수의 물이 버릴 곳 없는)
捨てどころ (すてどころ, 스테도코로): 명사.
동사 捨てる(すてる, 버리다)의 연용형(捨て) + ところ(곳, 장소)가 결합하여
"버릴 곳", "버리는 장소"라는 의미가 된다.
なき (나키): 형용사 ない(없다)의 고어(문어체) 연체형.
체언(명사)인 '虫の声' 또는 문장 구조상 앞의 구절을 수식하여 "없는"이라는 뜻이 된다.
虫の声 (むしのこえ, 무시노코에): 虫(벌레) + の(의) + 声(소리) = 풀벌레 소리.
잇사(一茶)의 하이쿠
저무는 날이 그리도 반가운가 풀벌레 소리
暮るる日をさう嬉しいか虫の声
(쿠루루 히오 소- 우레시이카 무시노코에)
暮るる (くるる, 쿠루루): 동사 暮れる(くれる, 날이 저물다)의 고어(문어체) 연체형.
현대어의 暮れる日가 고어 체언 수식으로 '暮るる日'가 되었다. 의미는 "저무는".
日 (ひ, 히): 명사. 날, 해, 하루.
を (오): 목적격 조사. ~을/~를. (저무는 날을)
さう (そう, 소-): 부사. "그렇게", "그리도". (현대 가나 표기법으로는 そう로 적지만
원문 표기는 고어 표기인 さう로 되어 있다.)
嬉しいか (うれしいか, 우레시이카): 형용사 嬉しい(기쁘다, 반갑다) + 의문 종조사 か(가)
= "반가운가", "기쁜가".
虫の声 (むしのこえ, 무시노코에): 풀벌레 소리.
후교쿠(不玉)의 하이쿠
달빛이 너무 밝아 재떨이 비울 어둔 구석이 없다
名月や灰吹捨つる陰もなし
(메이게츠야 하이후키스츠루 카게모나시)
名月 (めいげつ, 메이게츠): 명사. 밝은 달, 특히 추석의 보름달(명월)을 뜻한다.
や (야): 하이쿠에서 감탄이나 영탄을 나타내며 문장의 끊어짐을 주는
가절어(切れ字, 키레지)다. "~이여", "~로다".
灰吹 (はいふき, 하이후키): 명사. 담뱃대를 두드려 담뱃재를 털어 넣는 대나무 통(재떨이).
捨つる (すつる, 스츠루): 동사 捨てる(すてる, 버리다)의 고어(문어체) 연체형.
뒤의 명사(陰)를 수식하여 "버릴", "비울"의 뜻이 된다.
陰 (かげ, 카게): 명사. 그늘, 그림자, 어두운 구석이나 배경.
も (모): 조사. ~도.
なし (なし, 나시): 형용사 ない(없다)의 고어(문어체) 종지형(문장을 끝맺는 형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