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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2024~26)

[정민 일침]평지과협(平地過峽)

작성자이안드레아|작성시간26.06.06|조회수2 목록 댓글 0

평지과협(平地過峽) 끊어질 듯 이어지다 다시 불쑥 되솟다

송순(宋純) 송순이 담양 제월봉 아래 면앙정을 짓고 「면앙정가」를 남겼다. 첫 부분은 언제 읽어도 흥취가 거나하다.

마치 천지창조의 광경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여 주는 것만 같다.

무등산 한 활기 뫼히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떨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무변대야(無邊大野) 에 무슨 짐작하느라

일곱 구비 한데 움치 무득무득 벌였는 듯.

가운데 구비는 굽이 든 늙은 용이

선잠을 갓 깨어 머리를 앉혔으니,

너럭바위 위에 송죽을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 탄 청학이 천 리를 가리라

두 나래 벌였는 듯.

면앙정이 차지하고 앉은 지세를 노래했다. 우뚝 솟은 무등산이 한 줄기를 쭉 내뻗어 한참을 가다가,

넓은 들판 앞에서 심심했던지 지맥을 불끈 일으켜 일곱 구비의 제월봉을 만들었다.

그중에 가운데 구비는 구멍에 숨어 잠자던 용이 이제 그만 일어나 볼까 하고 고개를 슬며시

치켜들었는데, 그 머리에 해당하는 너럭바위를 타고 앉은 정자가 바로 면앙정이란 말씀이다.

그런데 그 형세가 마치 장차 천 리를 날려는 청학이 두 날개를 쭉 뻗은 형국이라고 했다.

장쾌하고 시원스럽다.

풍수가의 용어에 과협(過峽) 이란 말이 있다. 과협은 높은 데로부터 차츰 낮아져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일어선 곳이다. 지관들은 말한다. 산세가 너무 가파르면 그 아래에 좋은 자리가 없다.

구불구불 끊어질 듯 이어지다 평평해진 곳이라야 좋다.

과협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평평하게 낮아졌다가 갑자기 되솟아오른 평지과협(平地過峽) 이다.

면앙정의 지세가 꼭 이렇다.

불쑥 솟아 뚝 끊어진 곳은 근사해도 이어질 복이 없다. 기복 없이 곧장 쭉 뻗어내리면 시원스럽기는 하나 생룡(生龍) 아닌 죽은 뱀이다.

어찌 지세만 그렇겠는가?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까지 안일과 즐거움 속에서만 살고, 환난과 수고를 멀리하는 삶은 쭉 뻗은 죽은 뱀이다. 한때 우뚝 솟아 만장의 기염을 토하다 제품에 꺾여 나자빠지는 것은 불쑥 솟았다가 뚝 끊어진 혈이다.

너무 험하기만 해도 안 되고, 내처 순탄해도 못 쓴다. 그래도 종내에는 평평해진다.

사람이 윗자리로 올라가는 일도,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어쩌면 이런 굴곡의 반복에서 힘을 얻어야

가능하다. 단박에 이룬 횡재는 절대로 오래 못 간다.

어쩌다 운이 좋아 성취한 허장성세는 잠깐만에 무너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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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의 과협(過峽)에 대한 글귀를 읽으며 문득 주역 계사전의 한 구절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본다.

尺蠖之屈.以求信也.龍蛇之蟄.以存身也. (척확지굴 이구신야 용사지칩 이존신야)

精義入神.以致用也.利用安身.以崇德也. (정의입신 이치용야 이용안신 이숭덕야)

過此以往.未之或知也.窮神知化.德之盛也. (과차이왕 미지혹지야 궁신지화 덕지성야)

자벌레가 몸을 구부리는 것은 몸을 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요

용과 뱀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것은 몸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고

뜻이 정밀하여 신묘한 곳에 이르는 것은 이로써 쓰임을 이루기 위해서이고

이롭게 사용하여 몸이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 덕(德)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감으로서 모르는 미래를 알 수 있으며

정신을 집중하므로 변화를 알아 덕이 융성할 것이다.

자연의 이치나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미물인 자벌레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는데,

인간의 탈을 쓴 자신은 좀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잠시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의 미덕을 실천하고는

있는지, 지금까지의 삶만으로 충분히 감사함이 앞서지만, 조용히 자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순간을 이겨낸 인생이 평지과협(平地過峽)일 것이다.

즉 힘 있고 강한 인생까지의 바람은 아니지만 모르는 미래이기에 정신을 집중해 본다.

(2026-06-04 無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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