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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양학

[이덕무]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42. 세상의 명예를 바라보노라면...

작성자이안드레아|작성시간26.06.09|조회수26 목록 댓글 0

42. 세상의 명예를 바라보노라면...

杜預儒雅 名心似少而生時沈碑 (두예유아 명심사소이생시침비)

杜牧輕俊 名心似多而死日焚稿 (두목경준 명심사다이사일분고)

水中片石 一去茫茫 征南之勳業宛然 (수중편석 일거망망 정남지훈업완연)

火裡殘詩 再出依依 樊川之風流自如 (화리잔시 재출의의 번천지풍류자여)

두예(杜預)는 선비답고 우아하여 명예를 탐하는 마음이 적은 듯했으나

살아생전에 (자신의 공적을 새긴) 비석을 물속에 가라앉혔고,

두목(杜牧)은 경쾌하고 빼어나 명예를 탐하는 마음이 많은 듯했으나

죽는 날에 자신의 원고를 불태웠다.

물속의 한 조각 돌은 한번 가라앉아 아득히 사라졌으나 정남장군(두예)의 공훈과 업적은

완연히 남아 있고,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시들은 다시 세상에 나와 아련히 맴도니 번천(두목의 호)의 풍류는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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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예와 두목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선인의 글을 통해

명예에 연연하는 인간의 모순적 삶과, 삶이 사라진 뒤에도 영원히 남는 그 정신과 업적의 가치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읽었다.(나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기준)

언젠가 류시화 시인의 글귀가(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기억나서 다시 찾아 적어본다.

숲에서 진박새가 야생 비둘기에게 말했다. "눈송이 하나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아?''

야생 비둘기가 말했다. "무게가 거의 없어."

전박새가 말했다.

"그럼 내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내가 전나무 둥치 바로 옆 가지에 앉아 있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심한 눈보라도 아니었어. 전혀 격렬하지도 않았고

마치 꿈속처럼 내렸어. 나는 달리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앉은 가지 위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의

숫자를 세었어. 정확하게 3,741,952개였어. 네 말대로라면 무게가 거의 없는 그다음 번째

눈송이가 내려앉는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졌어."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이 자기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전박새가 세었다는 3,741,952개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한참이나 생각을 했었는데...

사소한 것의 누적이 얼마나 무서운지...아마도 우리 마음의 불필요한? 생각의 누적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결국은 아무런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마지막 한 개가 나뭇가지를 부러지게 하고...

또 달리 말하면 가볍게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도 그렇고...

참으로 삶이란 것이 아득하기만(茫茫하고 依依한) 한 그 어떤 것임에...

그렇기에 선인은 느낀 대로만 적었고 자신의 감정 노출은 자제를 하셨다.

(2026-06-09 無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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