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다시 읽는 동양학

3-1 소주와 황대구만 먹던 망아지

작성자이안드레아|작성시간26.06.09|조회수4 목록 댓글 0

만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부패해서 냄새나는 것 이외는

모두 생기가 발랄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결코 억제하거나 저지할 수가 없다.

3.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곳

3-1 소주와 황대구만 먹던 망아지

자여역(自如驛.고려와 조선 시대에 쓰인 역참으로 오늘날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 송정리에 있었다)에 사는 어떤 사람이 망아지를 새로 샀다. 그런데 그 망아지는 꼴이나 콩을 먹지 않았다.

시험 삼아 오곡을 던져 주었지만 역시 먹지 않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시험 삼아 주었는데 모두 먹지 않았다. 그런데 소주를 주자 비로소 흔쾌히 마셨다.

또한 황대구를 얇게 저며서 주자 잘 먹었다.

그 후 연속해서 소주와 황대구 두 가지 음식을 먹이니 하루에 칠백 리 내지 팔백 리를 갔다.

정축년(丁丑年, 1757)에 금주령이 생긴 뒤 먹지 못해 죽고 말았다.

自如驛人 新買兒馬 不食蒭豆 試投五糓 亦不食 至於人所食者試之 皆不食

(자여역인 신매아마 불식추두 시투오곡 역불식 지어인소식자시지 개불식)

以燒酒與之 始喜飮 又剉黃大口與之 善吃

(이소주여지 시희음 우좌황대구여지 선흘)

其後連喂二物 日行七八百里 丁丑歲酒禁後 不食死

(기후연외이물 일행칠팔백리 정축세주금후 불식사)

- 이목구심서 2

박물학이 막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 새로운 학문을 어떻게 부를까 고민하다가

지괴소설(志怪小說)이라고 이름 붙었다고 한다. 이전까지의 학문과 지식, 저술의 대상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의 기이한 일과 잡다한 사물을 다루는 글과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성리학에 길들여진 지식인의 관점에서 보면, 소주와 황대구만 먹던 망아지에 관한 이야기는

저잣거리의 풍설(風說)에 불과하다.

입에 담는 것도 체면을 망칠 일인데 어떻게 감히 글로 옮겨 적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박물학의 지적 전통에서 글을 썼던 이덕무에게는 다시없이 특별한 글감이자 흥미로운

소재였다. 기자들이 어떤 것이 기삿거리가 되느냐를 말할 때 예로 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삿거리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흔한 일이지만 후자는 아주 특별하고 기이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덕무는 이러한 기자의 심정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이 글에서는 한양 인근뿐만 아니라 먼 남쪽 궁벽한 지방의 풍설조차 허투루 다루지 않았던

그의 투철한 기록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조선이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과 『의궤(儀軌)』같은 기록 유산과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지식인들이 자기 문집과 문헌에 남긴 기록 정신이라고. 철학자

데카르트(René Descutes)의 표현을 빌리면 이덕무를 비롯한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삶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나는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

===========================

기자나 작가의 시각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읽기에는 선인께서,

비범하지 못한 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본질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는 말씀으로 읽었다.(평범도 비범함에 포함되는 이유로...)

말은 말답고, 사람은 사람다울 때 가장 안전하고 오래갈 수 있음에...

그렇다고 말이나 사람이나 일탈이 없을 수가 있으랴마는,

내가 돌아갈 '건강한 일상(蒭豆:꼴이나 콩)'을 잊어버린다면 외부의 변화 한 번에

삶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선인은 담담한 필치로 경고하신다.

한정주님은 "나는 기록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와 오늘을 강조하는 Carpe diem같이

'평범한 일상을 기억하라'와 같은 구절이 없는가? 하고 제미나이에게 물었더니

Memento dierum vulgarium.(메멘토 디에룸 불가리움)과 '일상 속에서 영원을 붙잡으라'는

의미의 Carpe aeternitatem in cotidianis.(카르페 애테르니타템 인 코티디아니스)를 적어준다.

출전을 물었더니 자기가 창작 편집을 한 문구라고 한다.....

로마인의 고전은 '일상'을 찬미하는 직접적인 문구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설명도 붙이면서...

(2026-06-09 無逸堂)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