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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동양학

[이덕무]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43. 글도 뜻도 어려운데 처신은 더 힘든

작성자이안드레아|작성시간26.06.16|조회수30 목록 댓글 0

43. 글도 어렵고 뜻도 어려운데 처신은 더 힘이든

山庄牧兒能曉畫, 宛鋪舒薥黍葉. 鬅鬖額髮, 却坐牛脊下.

(산장목아능효화, 완포서촉서엽. 붕삼액발, 각좌우척하)

望見雙角, 如遙山出沒. 兒如拳, 牛如屋. 若騎其腰正中, 是俗牧兒, 不曉事.

(망견쌍각, 여요산출몰. 아여권, 우여옥. 약기기요정중, 시속목아, 불효사)

산골 목동이 그림을 친근하게 잘 이해하듯이, (소에 앉은 모습이) 마치 수수 잎을 펼쳐 놓은 것 같다.

더부룩하게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털을 한 채, 소의 등 뒤쪽(엉덩이 부근)에 치우쳐 앉아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소의 두 뿔은 마치 먼 산이 나왔다 잠겼다 하는 것 같고,

아이는 주먹만 하고 소는 집 더미만 하다.

만약 그 허리 한가운데에 올라탔다면 이는 속된(미적 감각 등이 없는) 목동이니,

사물의 이치(일의 실상)를 모르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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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등에 앉은 아이의 모습(정중앙이 아닌 살짝 비껴 앉은)을 통해 선인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이치(曉事)라고 하는 안정된 구도(正中)와 속(俗)의 의미를 다시금 묻는 것으로 읽었다.

동양철학에서 가장 강조하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치우치지 않고(中) 바르다(正)는

'중정(中正)'이다.

반면 '속(俗)'은 그 반대인 비본질적이고 겉모양만 흉내 내거나 세상의 편견에 갇힌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선인은 무조건 자로 잰 듯이 '정중앙'에 위치하는 것이 중정에 대한 우리의 이런 고정관념에

조용한 의문을 제기하신다.

- 관념적인 겉멋, 그것이 바로 '속(俗)'이다

그림을 책으로만 배웠거나 실제 소를 몰아보지 않은 '속된(俗)' 사람들은 목동이 소를 타는

그림을 그릴 때, 으레 소의 허리 '정중앙(正中)'에 목동을 일직선으로 앉힐 것이다.

대칭이 맞고 바르며(正), 보기에도 안정적이고 '가운데'에 기계적으로 맞추는 것이 '중(中)'이기도 하기에..

- 삶의 순리를 따르는 실질적인 '중정(中正)'

하지만 실제 소의 생태를 아는 목동은 '정중앙'에 앉지 않고 살짝 뒤로 물러나 엉덩이 쪽(却坐)에

앉는다. 왜일까? 소의 허리 한가운데는 뼈가 약해서 사람이 타면 소도 무척 괴롭고,

소가 걸어갈 때 척추의 움직임이 가장 격렬한 곳에 사람이 앉아있다면 가장 불편할 것이다.

반면 소의 엉덩이 쪽은 뼈가 단단하고 평평하여 소도 편하고 사람도 안전하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목동은 소 엉덩이에 비껴앉는다.

이런 행위가 시각적으로는 한쪽으로 치우친 것(却坐) 같지만, 소와 인간의 역학 관계,

즉 사물의 이치와 생태에 완벽하게 부합(中)하는 진정한 의미의 '중정(中正)'일 것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가장 순리적인 자리(中正)에 비껴앉을 수 있는 혜안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2026-06-16 無逸堂)

내가 찾은 원문이 또 다른 원문과 차이가 있다고 하여 몇 자의 수정한 부분을 남긴다.

苑鋪叙薥黍葉 --> 宛鋪舒薥黍葉 (완포서촉서엽)

圍鬅鬖額髮 --> 鬅鬖額髮 (붕삼액발)

若騎腰正中--> 若騎其腰正中 (약기기요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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