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모윤숙(1907-1990)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대,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숲을
이순신 같이, 나폴레온 같이, 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왔노라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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