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 도봉산 사패능선 동쪽의 회룡골에 위치한 회룡사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에 관련한 전설이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절의 창건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부기록에는 신라 신문왕 1년(681) 의상(義湘)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고려말 우왕 10년(1384) 또는 조선 태조 4년(1395) 무학대사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절의 창건과 관련하여서는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에 얽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① 고려 우왕 10년(1384) 이곳 도봉산에서 이성계는 무학대사와 함께 창업성취를 위한 기도를 했는데, 이성계는 지금의 석굴암에서, 무학은 산등성이 가까이 있는 무학골에서 각각 기도를 드렸다는 것이다. 그 뒤 이성계가 동북면병마사라는 직책을 맡고 요동으로 출전하자 무학은 홀로 남아 작은 절을 짓고 손수 만든 관세음보살상을 모시고 그의 영달을 축원했다고 한다. 그 뒤 왕위에 오른 이성계가 이곳으로 와서 무학을 찾아보고 절 이름을 회룡사로 고쳤다고 한다.
② 1398년 태조가 함흥에서 한양의 궁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 있던 왕사 무학을 방문했다. 무학은 1394년 정도전(鄭道傳)의 미움과 시기를 받아 이곳 토굴에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이 때 태조의 방문을 받았던 것이다. 태조는 여기서 며칠을 머물렀고, 이에 절을 짓고는 임금이 환궁한다는 뜻으로 그 이름을 회룡이라 했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 회룡역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면 회룡계곡을 만난다. 제법 규모가 큰 회룡폭포를 지나 계곡에 설치되어 있는 교량을 건너면 회룡사이다. 등산로에서 바라보면 계곡 가장자리에 축조한 기와를 얹은 담장이 시골길을 연상시킨다. 입구에는 회룡사 안내문과 석등이 있다. 선방으로 사용되는 취선당(聚禪堂)을 지나면 요사체인 설화당(說話堂)이 나온다.
회룡폭포

회룡골의 물

회룡골

등산로에서 바라본 담장과 회룡사

사찰의 연혁

취선당

설화당
왼편의 범종각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5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86호)이 반겨준다. 이 탑은 신라 선덕여왕 6년(632) 의상대사의 사리를 봉안했다는 전설을 지닌 매우 유서 깊은 탑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양식으로 보아 15세기에 건립된 석탑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 석탑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석탑 옆에는 관세음보살상이 세워져 있다.

범종각

5층석탑

관세음보살상
왼쪽에는 대웅전이 있고 오른쪽은 극락보전이 있어 사찰의 위상이 상당히 높은 절이다. 대웅전은 6.25동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71 철근콘크리트로 신축해서 주존불인 석가모니불을 모신 가운데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두고 있다.

대웅전과 극락보전

대웅전
극락보전(極樂寶殿)은 1996년 완공된 목조건물로서
주불인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극락보전

극락보전

세분의 부처님
마당에는 아직까지 흰색의 연등이 달려 있어 사찰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대웅전과 극락보전 사이의 뒤에 위치한 삼성각에는 칠성, 목성, 산신 세분을 모시고 있다.

삼성각

삼성각
범종각 아래의 석조(경기도 문화재 자료 117호)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마신다. 석조는 생활에 필요한 물을 저장하여 사용하는 곳으로 예로부터 사찰의 필수품으로 제작되었다. 이 석조는 전체길이 224cm, 폭 153cm, 깊이 67cm의 규모를 지니고 있는데, 현존하는 석조중 대형에 속한다. 이 석조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서산 보원사지 석조에 버금 갈 만한 규모와 솜씨를 지니고 있어 서울 인근의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예라 할 수 있다. 규모는 물론 만든 솜씨도 뛰어나 조선시대 석조 연구에 중요한 작품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석조 옆 그늘에 문화재 해설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 분의 말을 들어보니 보통 사찰에서는 대웅전 하나밖에 없는데 극락보전까지 있는 것을 보면 사찰의 격이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한다.
현재 비구니 선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회룡사는 등산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어 급히 산을 오르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아무리 갈 길이 바빠도 어차피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행 길, 잠시 짬을 내어 사찰을 둘러보면서 석조에서 철철 넘치는 시원한 생수로 목을 축이면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으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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