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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치하 국민학교(소학교)를 졸업한 세대의 초등학교 동기회

작성자청웅|작성시간26.06.11|조회수20 목록 댓글 0

일제치하 국민학교(소학교)를 졸업한 우리 부모님 세대의 국민학교 동기회

김천 남산정 공립 심상소학교 초청장

나는 1998년 9월 28일 우편으로 송달된 한 통의 우편물을 수령했다. 수령한 우편물은 초청장이었으며 발신인은 김천 남산정 공립 심상소학교 제29회 동기생 회장인 최상보 군이다. 초청장 내용은 이렇다.

초청 대상은 김천 남산정 공립 심상소학교 제29회 동기생이고 초청 목적은 제35회 정기총회 개최 건이며 개최 일시는 1998년 10월 9일 12시 정각이고 장소는 김천시 대항면 소재의 직지사 인근에 있는 파크호텔이라 기재되어 있었다.

이 모임은 매년 10월 3일 개천절에 정기적으로 개최되어온 모임인데 금년에는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와 겹쳐있어 만부득이 10월 9일을 택하게 되었다는 단서까지 기재되고 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자질구레한 내용 설명에 있는 것이 아니고 초청장에 기재되고 있는 서문의 문장이 나로 하여금 감명을 받게 했다는 점이다. 그 서문은 이렇다.

무인년에 우리들의 날이 다가 왔습니다. 어렸을 적의 옛 시절을 그리는 재롱잔치 날에 또 한 번 만나 장수에 대한 바람과 피할 수 없는 노쇠의 아쉬움 등의 길들을 죽마고우의 정으로 풀어 봅시다. 우리 인생 희수(喜壽)인 77세를 나들이의 한계의 연령으로 본다면 앞으로 두 번 내지 다섯 번(이 회수의 지적은 너무나도 가혹하고 서글픈 지적으로 간주된다.) 밖엔 기회가 없습니다. 모두 모여 “친구가 그립구나”를 힘차게 합창하고 서로의 만수무강을 소리 높여 외쳐봅시다.

이 얼마나 서글픈 사연이며 가슴을 조이게 하는 호소인가? 그러니 동문 제군들!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나가면 우리들의 나이는 고령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인생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니 희수(喜壽)가 어떻고 운운하는 말에 귀를 기우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속담에 “고추 친구”, “소꿉장난 친구”, “개구쟁이 친구”라는 표현의 용어들이 많다. 이 모임이 바로 그들 표현의 모임이다. 지난날 그들은 서로들 간에 만나기만 하면 철없이 재잘거렸다. 이해관계에 얽힌 복잡하고도 추잡스러운 성인사회에서 흔히들 대할 수 있는 양상의 다툼, 갈등 같은 것이 아닌 천진난만하게 놀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그들은 벌써 백발의 노인이 되어 장수(長壽)가 어떻고 희수(喜壽)가 어떻고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경우 그들은 유수와도 같고 광음과도 같고 화살처럼 빠르기만하는 세월을 원망해야 할 것인지? 불연이면 인생무상을 탓해야 할 것인지? 오직 망설여질 뿐이다.

그들 모두도 나와 같이 백발의 노인이 되고 있기에 그들의 만남의 장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감회가 깃들어 있는 모임의 장인 것이다. 또한 그들의 해후에는 눈물겨울 정도의 반가움이 있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260여 명에 가까웠던 남녀 개구쟁이 친구들! 우리들이 졸업하던 해인 1940년 현재 1조 67명, 2조 66명, 3조 61명, 여자조 69명 도합 263명 중 연락이 되고 있는 회원은 약 3분지 1인 92명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요즘 들어 이 모임에 참석하는 동문은 고작 50명 내외로 줄어졌다고 하니 불참회원들의 안위가 궁금해진다. 특히 잊을 수 없는 친구들 중 추태규(秋泰圭), 장용환(張龍煥), 이희철(李喜哲), 여자 동문들 중 현봉임(玄鳳任), 박희남(朴喜南), 도차암(都且岩), 김동운(金東雲), 김귀남(金貴南) 그들의 근황이 더욱 더 궁금해진다.

나는 가는 세월을 잡지 못하고 있는 나의 무력함을 스스로 한탄하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 얼마 전 나는 일본을 여행한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120세가 되어 저승사자가 데려가려고 찾아오면 일본국에서 최장수를 기록하려고 하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전하면서 쫓아버려라.” 이 말을 듣고 보니 우리들의 나이는 아직도 앞날이 고고 창창한 나이에 불과하다. 남녀 동기생 제군들은 고령을 상심하지 말고 “굳세어라! 금순아! 가 되어주기 바라며 끝으로 여러 가지 신상사정 때문에 1998년도의 이 모임에 참석치 못한 점에 대해 회원동문 제군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리고 1999년도의 우리들 모임의 날에는 하늘이 두 조각이 나는 이변이 없는 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필코 참석할 것을 다짐해 본다.

199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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