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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논리로 시각장애인 권리 구제 외면한 헌법재판소 규탄[성명]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6월 9일)

작성자보나|작성시간26.06.09|조회수4 목록 댓글 0

형식논리로 시각장애인 권리 구제 외면한 헌법재판소 규탄[성명]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6월 9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6년 6월 2일 시각장애인들이 에스에스지닷컴, 지마켓, 롯데홈쇼핑 등 3대 인터넷쇼핑몰을 상대로 웹접근권 침해를 이유로 차별구제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차별이 인정되어 구제청구는 인용하지만, 고의과실이 없어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재판 헌법소원에, 청구인들의 주장이 “개별·구체적 사건에서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적용에 대한 불복에 불과하다”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장애인차별 사건에서 문제된 헌법적 쟁점의 실질을 외면한 채, 재판 헌법소원의 문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소극적 결론이다. 우리는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지 않은 헌법재판소를 강하게 규탄한다.

1. 시각장애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는데도 10년 넘게 차별받고 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에게 웹접근성을 보장한 웹사이트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였고, 2013년에는 모든 법인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3대 인터넷쇼핑몰은 웹접근성 보장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상품정보를 이미지로만 게시하는 관행 때문에 인터넷쇼핑을 할 수 없었다. 이에 2017년 시각장애인 930여 명은 3대 인터넷쇼핑몰을 상대로 상품정보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체텍스트를 제공할 것과 차별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상품정보를 이미지로만 제공한 것이 장애인 차별임을 인정하고 대체텍스트 제공을 명령하면서도, 원고들의 차별 피해로 인한 위자료청구에 대해서는 피고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6년 3월 대법원은 이 잘못된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18명의 시각장애를 가진 청구인들은 웹접근권을 보장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재판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9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웹접근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시각장애인은 상품정보 이미지의 벽에 가로막혀 차별받고 있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은 ‘재판불복’이라는 상투적 문구로 헌법적 쟁점을 외면하였다.

청구인들은 단순히 항소심과 상고심의 결론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누구든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웹사이트를 통 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대체 텍스트의 제공’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시각장애인들에게 아무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사기업은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래를 향하여 차별행위를 시정할 필요는 있지만, 차별행위로 인한 과거의 피해는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당사자에게 충분한 주장·입증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예상할 수 없는 법적 견해에 따라 청구를 배척하였으며, 그 판단 과정과 이유가 실질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는 단순한 증거평가나 법률해석의 문제를 넘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재판절차에서의 적법절차 원칙, 이유제시의무, 그리고 장애인을 실효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의 헌법상 의무가 문제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쟁점들을 일괄하여 ‘재판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치부하였다. 이는 재판 헌법소원의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형식논리일 뿐이다.

3. 헌법재판소 결정은 장애인차별 사건의 구조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않는 결과이다.

장애인차별은 그 성격상 차별의 의도와 과실이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제도적 차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차별행위자의 고의·과실에 대한 장애인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차별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차별행위와 손해를 인정하고도, 고의·과실을 부인하면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판단이다. 이와 같은 차별구제 법리의 왜곡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헌법적 문제로 심사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소극적 판단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은 확인해도 배상을 명할 수 없는 선언적 규범으로 남게 되었다.

4. 형식논리로 헌법적 판단을 회피한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은 재판소원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그 취지는 법원의 재판으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헌법적으로 교정하기 위함이지, 모든 재판 헌법소원을 형식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 아니다.

특히 이 사건은,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의 권리,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법원이 차별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부정하는 구조의 헌법적 정당성이라는 중대한 공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사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스스로 다하지 않은 결과이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안이한 판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5. 헌법재판소는 웹접근권 보장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외침에 응답하여야 한다.

우리는 묻는다. 장애인차별을 인정하면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판결이 반복된다면, 그 차별은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떻게 시정될 수 있는가? 헌법재판소는 상품정보 이미지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인터넷쇼핑을 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좌절이 보이지 않는가? 차별은 차별대로 당했더라도 그로 인한 배상은 받을 수 없다는 논리 모순을 납득할 수 있는가? 헌법은 형식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헌법재판소 스스로 다시 한번 되새기기 바란다.

2026. 6. 9.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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