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장
조은길
한창 때는 앉은자리에서 말술을 비웠다는 장덕수 옹 숨 끊어지자마자
구멍이란 구멍 다 틀어막고 삼베로 돌돌 싸서 나무그릇에 꼭꼭 쟁여
놓고 그의 아홉 자식들 앞다퉈 소 돼지 목을 따고 섬 쌀을 안치고 한
마지기 국화꽃의 목을 쳐 잔치를 벌인다 국화꽃 아홉 자식들 다소곳이
진을 치고있는 삼천 궁녀 앞 임금처럼 빙그레 웃고있는 장덕수 옹 빈소
그 옆 접견실 이미 입관을 마친 그릇그릇 쟁여진 몸들이 곡소리 염불
소리 장단과 함께 꿀떡꿀떡 목구멍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장덕수 옹
아직 빙그레 웃고있고 술잔을 돌리며 화투 패를 돌리며 날이 밝기를
기다리던 상여꾼들 장덕수 옹 아흔 두 해 묵은 장독 같은 육덕 생각
하며 늦은 새벽잠을 청하는데 어떻게 기별 받았는지 주먹만한 똥파리
한 마리 장덕수 옹 찰 진 볼기짝에다 코방아를 찧고 있다
ㅡ조은길ㅡ
경남 마산 출생. 1998년《중앙일보》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노을이 흐르는 강』,『입으로 쓴 서정시』.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2020년 제1회 이형기청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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