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 서연우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11|조회수71 목록 댓글 0

작약

 

서연우

 

 

목덜미에 작약 문신을 새겼다

불안한 마음은 손톱 끝이 모이는

간지러움의 힘 앞에 투신하고

몸이 신뢰의 가면을 벗으려 한다

 

시간은 자신에게 유리한 시간만을 기다린다

아침 점심 저녁 복용한 것도 아닌데

나 너 우리 과소비한 것도 아닌데

시간은 훌쩍 건너뛴다

 

내면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외면을 고쳐주려 한다

 

실시간으로, 시간이 나를 먹어치우고 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기억과 집중력을 씹어 먹는다

내 혈색과 머리카락 색을 빨아 먹는다

진작부터

나를 사라지게 하라는 명령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붙잡아 세워 시비라도 걸어볼까

 

시간 위에 시간이 앉아 있다

당분간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시간의 틈을 비집고

알러지의 온기가 시공간을 빠져나간다

 

살아 있는 이유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밖에 없다

내가 시간에서 내리기 전에

나는, 당신의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시집 『라그랑주 포인트』( 2017. 한국문연)

 

 

 

 

 

 

 

ㅡ서연우ㅡ

경남 창원 출생. 2012시사사신인추천상 등단.  시집라그랑주포인트』,『당신에게서 내 얼굴을 하나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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