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임영석
거미는 밤마다 어둠을 끌어다가
나뭇가지에 묶는다 하루 이틀
묶어 본 솜씨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어둠을 묶어 놓겠다고
거미줄을 풀어 나뭇가지에 묶는다
어둠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뭇가지가 휘어져도
그 휘어진 나뭇가지에 어둠을 또 묶는다
묶인 어둠 속에서 별들이 떠오른다
거미가 어둠을 꽁꽁 묶어 놓아야
그 어둠 속으로 별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거미가 수천 년 동안 어둠을 묶어 온 사연만큼
나뭇가지가 남쪽으로 늘어져 있는 사연이
궁금해졌다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따뜻한 남쪽으로 별들이 떠오르게
너무 많은 어둠을 남쪽으로만 묶었던
거미의 습관 때문에 나무도 남쪽으로만
나뭇가지를 키워 왔는가 보다 이젠 모든 것이
혼자서도 어둠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수천 년 동안 거미가 가르친
어둠을 묶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리라
거미는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뜨는 것을
가장 먼저 알고 있었나 보다
- 《한국시학》57호 (2021년 이 계절의 시인) 중에서
ㅡ임영석ㅡ
충남 금산 진산면 엄정리 출생. 1985년《현대시조》, 1989년《시조문학》추천 완료 등단. 시집 『이중창문을 굳게 닫고』,『고래 발자국』,『나, 이제부터 삐딱하게 살기로 했다』,『받아쓰기』,『나, 이제부터 삐딱하게 살기로 했다』 등. 시조집 『배경』,『초승달을 보며』,『꽃불』,『참맛』,『입꼬리 방정식』등. 시론집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 시조세계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상 ,강원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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