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성적표
강석관
감색 바닷바람 머금은 출발신호에
서귀포가 분주하더니
하룻밤새 한라산이 정복 당했다는 소식이다
제일 먼저 목련의 화려함에 넋잃은
개나리가 정겹게 스타트라인을 밟는데
5 일 뒤 진달래가 뒤쫓으며
익숙하게 북상을 시작한다
다음은 벚꽃차례
개나리 출발 뒤 열흘만의 일
꽃구름으로 산정을 점령한다
온 산 온 들 덧씌우며
꽃들은 도미노처럼 북상을 거듭
저마다 깃발을 휘두른다
보름도 더 걸리는 장거리 경주지만
길은 언제나 화려하고 언제나 새로왔다
새벽마다 이슬 뿌리며
그리움을 한웅큼씩 쏟아낸
관악산 입구 라스트라인에는
서귀포에서 서울까지의
승전보가 걸려 있다
개나리 시속 1.27킬로미터
진달래 시속 1.35킬로미터
벚꽃 시속 1.20킬로미터
꽃들은 해마다 경주를 벌이지만
성적표의 북상기록은 해마다 그대로다
ㅡ강석관ㅡ
1980 《시문학》 '백자',농무',시,추천 문단데뷔. 시집『겨울주막』,『작은우주』. 산문집『겨울바다에서 잠자는 여자』. 역 서 『테레사 수녀』. 을지출판사. 윤동주문학상 운영위원, 한국청년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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