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이송희
검정과 흰 사이에
소리가 숨는다
조금씩 혀를 놀려
숨은 빛을 끌어올리고
젖은 숨, 사라지기 전에
악보 위에 펼친다
검은 강을 스치며
흰 새가 날아오른다
한 번 낸 울음을
삼키지 못한 채
그 결을 따라가면서
고요를 조율한다
짧은 기대 수명
이숙경
얼굴은 볼그족족한 배경은 거무죽죽한
수많은 채널에서 제어 기능이 사라지자
비로소 고장을 반기는 제 본색 드러난다
여전히 활개치는 광고가 무색하게
어느새 유효 기간을 밑도는 너의 심장
운 없죠 손보는 대신 단명을 선고한다
상술에 이름값에 종종 눈멀고 마는
잠자리 눈보다도 형편없는 근시안으로
거대한 먹이 그물에 사로잡힌 나를 본다
애도*
이승은
어둠의 안쪽으로 너를 보내놓고
깨져버린 가슴팍을 생피로 씻어본들
완고히 감싼 두 손엔 그 오월의 화약 냄새
*케태 콜비츠 작품.
새끼노루귀 앞에서
이애자
세상 어떤 것이
새끼보다 예쁠까
눈밭에
귀 쫑긋
봄을 살피는
저 앙증
그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새끼지
-《오늘의 시조》(2025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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