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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조]]동이 서에서 먼 것같이 외 3편 / 이정환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08|조회수75 목록 댓글 0

동이 서에서 먼 것같이

이정환

당신의 고요

당신의 평화

당신의 모든 것이 이냥 제 것이기에

서에서

동이 멀수록

금세 가까워집니다

 

 

 

꽃등

이종문

한나절 비운 사이 누가 나를 찾아왔나?

진분홍 꽃등 하나 처마 밑에 걸려 있다

꽃말이 '사랑'이라는 피튜니아 꽃등이다

꽃등 속 하얀 쪽지 글씨들이 깨알 같다

첩첩 산 첩첩 골로 나비 따라 찾아와서

못 뵙고 돌아갑니다, 다시 못 올 길입니다

누군지 궁금해도 알려고는 마시고요

제일로 기다린 그녀, 왔다 갔다 여기세요

첫사랑 그녀일 거라 착각해도 좋겠고요,

깨고 보니 한여름 밤 한바탕 꿈이었다

처마 밑엔 아내가 건 꽃등이 흔들렸다

그녀가 걸고 갔다고 막 우기고 싶은 꽃등!

 

 

 

빙폭

 

이토록

 

 

외발의 스승께서 지팡이로 후려친다

물비늘 활활 털고

뛰어내린 그 아래

제자는,

무릎을 꿇고 목청을 우려낸다

 

대명창 일대기가 흰 뼈로 들어찬다

맑은 피 토해내며

득음하는 물줄기들

그 문하,

얼음기둥이 절벽을 일으킨다

 

 

 

오카방고 델타*

-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이현정

 

 

1.

세상 모든 강물의 최종 꿈은 바다라지

바다에 닿지 못한 강은 죽음을 맞는다지

저기 저, 죽는 줄도 모르고

흘러가는 강이 있지

 

2.

바다로 가는 줄 알았어 막힌 줄도 모르고

이렇게 흐르다 보면 누구나 가는 줄 알았어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이 길 끝에 바다는 없다고

 

3.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늪이었어

꿈도 뭣도 다 잃었지 겨우 눈을 떴을까

거기서 너를 만났어

어쩌면 죽어도 못 봤을!

 

* 아프리카 보츠나와에 있는 세계 최대 내륙 삼각주. 강물(오카방고강)이 대양으로 흐르지 못해 생긴 극히 희귀한 습지로, 세계적 멸종 위기 포유류의 고향이자 생명의 보고.

 

 

-《오늘의 시조》(2025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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